당신을 위하여
대문에 청사초롱을 매달아 두었어요
빛 조차 숨쉬기 어려운 이 짙은 어둠을 이길 수 있는 건
그대를 향한 그리움이죠
하지만 당신은 오시지 않네요
당신을 위하여
진달래 꽃을 대문 앞에 뿌렸어요
그 누군가 사뿐히 즈려밟고 갔던 그 길이
나에게는 기쁨의 통로가 된다는 사실에
무척 설레는 이 밤이예요
하지만 당신은 오시지 않네요
당신을 위하여
옥잔에 머루주를 따라 두었어요
설혹 오시느라 숨이 차지는 않을까
뒷산에서 따온 머루의 향기에
내가 먼저 취하는 밤이예요
하지만 당신은 오시지 않네요
차디찬 새벽 빛
초롱불이 꺼지고 진달래꽃 휘날려
머루의 향 더 이상 나지 않아도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나는 다만 하나의 붉은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