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의 여름 이른 때에 떨어진 나뭇잎을 보고서야
멀어저간 그의 모습을 느끼곤 했다
살아가려 발버둥칠만큼 살아보고
헤어질때가 됨을 느껴 헤어지게되는
묵고묵은 노부부가 아니라 한들 어떠하리
한 밤의 여정따위 관계없이
깊고 깊은 잠에 빠진다고하여도
설익은 새벽이 다가올 무렵 깨어나리
오래전 한 몸이라 여기었던 약속도
이젠 지키지못하여 마음이 허덕거린대도
밥 한톨과 한알의 소중함이 어딘가로 갔으리
그 해의 여름엔
집 앞 뜰에 놓은 감나무와
내가 선 자리에 깊은 바람이 불었다
그 손 잡지 못해 미안하다고 놓아버려 미안하다고
떠나보낼 수 밖에 없는 내 마음이 흐뜨러진 후에서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아 또 슬쩍슬쩍 움직이려했다
고독하다 여긴들 떠나는 나뭇잎에 그리움을 담고서 땅에 뉘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