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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초장편]악마의 피 Ch.5 - 3 <부제 : 주차장>
게시물ID : panic_146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2
조회수 : 7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28 10:01:22
ch.5 -주 차 장- no.3 

한동안 멍한 눈으로 현일이 마지막으로 만들어 놓은 화염을 바라보던 태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선 눈가에 맺힌 눈물을 슬며시 훔치고선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잠시 털털대던 
차는 털털거리면서 몇번인가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더이상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아마도 조금전의 폭발로 인한 충격으로 내부에 무언가 이상이 생긴 모양이였다. 

"이런..." 

태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으며 좌석에 몸을 깊이 기대었다. 이 차에 올라타기 위해 
그런 고생을 하고 그 와중에 두 사람이나 죽어갔건만 결국 자동차는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버리다 
니 정말이지 황당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였다. 

"움직이지 않나요?" 

"아무래도 고장난 모양이에요..." 

희경의 물음에 대답하고선 태수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분명 조금전의 폭발 직전까지 공장 
주차장에 몰려들었던 괴물로 변한 사람들의 수는 줄잡아 7-80명 정도는 되어보였다. 마을과 공장 
사람들이 전부 감염되었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이런 작은 시골마을에서 그정도 숫자의 사람을 빼 
면 그렇게 많은 수가 남을거 같지는 않았다. 어쩌면 조금전 전원이 몰려든 것일지도 몰랐다. 
태수는 안주머니를 만져 봤다. 왼편에는 아까 선배로부터 건네받은 하드디스크의 묵직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공장에 들어오면서 집어넣었던 손전등이 아직 들어있었다. 그것 
을 꺼내어 스위치를 넣어보고선 작동이 되는걸 확인한 태수는 희경을 보았다. 

"걸어가죠.." 

"괜찮을까요?" 

"봤잖아요.. 아까 폭발로 다들 없어진걸..." 

"그래도.." 

"나한테 아직 총이 있으니까 둘이서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거에요..." 

희경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둘은 천천히 차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나왔다 
바닥에는 아직도 역한 냄새를 내면서 타들어 가고 있는 시신들이 여기저기 내던져져 있었고 개중 
에는 아직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조심해요.." 

태수는 혹시라도 살아있는 자들이 있을까 조심스레 발을 내딛으며 말했다. 주차장 출입구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곧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주차장을 빠져나온 둘은 
한동안 두리번 거리며 멍하니 서있을수 밖에 없었다. 말을에 살던 진경도, 이곳에 일때문에 들린 
경험이 있었던 현일도 없어진 지금 둘중 누구도 마을 지리에 대해 아는게 없었던 것이다. 

"아까 냉동 트럭이 저쪽으로 향해서 갔던거 같은데.." 

태수는 한동안 두리번 거리다가 한쪽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도 그랬던거 같아요.. 일단 이쪽으로 가볼까요? 아까 말한 샛길을 발견할수 있을지도 모르니 
까 말이에요..." 

"그래요.. 가다가 트럭의 자취라도 찾으면 더 좋구.." 

금새 합의를 본 둘은 애써 불안한 심정을 감추며 진창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현일 일행들로부터 잽싸게 빠져나온 경철은 곧장 공장 뒤편으로 향했다. 정면 출구로 가득 몰려 
온 이상 오히려 뒷쪽은 안전하리란 계산에서였다. 화물 하차등을 할때 사용하는 후문까지 가는 
동안에도 경철은 불안한 심정으로 내심 긴장하여야 했다. 그가 사무실 창고 안으로 숨어들어간 
때만 해도 공장안은 산에서 부상을 입고 돌아온 직원들이 괴물로 변해 설치면서 아수라장이였기 
때문이였다. 그들중 하나라도 남아서 공장안을 돌아다니고 있지 말란 법은 없었다. 그러나 다행 
히도 그가 후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올때 까지 아무런 제지도 없었고 공장안에서 가지고 나온 
손전등을 한손에 든채 경철은 공장에서 얼마간 떨어진 곳에 있는 하수 처리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공장을 건설하면서 함께 지어진 시설이였다.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들을 처리하기 위해 
독립적인 시설을 따로 건설했던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그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공장안에 
보관해두기엔 불안한 위험물질들 보관하거나 가끔씩 보안상 이유로 군관계자들을 따라서 내려오 
는 군인들이 마을사람들 눈에 안띄게 대기할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그곳에는 이 
런 저런 이유로 항시 대기중인 트럭이 두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지난반 수색을 위해 산으로 가 
져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지만 다른 한대는 아직 그곳 창고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 
다. 그곳에서 만약 트럭을 구할수 있다면 곧바로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우회도로를 타고 
이 지긋지긋한 마을을 빠져 나가 군부와 연락을 취해 뒷수습을 할수 있을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경철은 한숨을 내쉬었다. 

'뒷수습이라..' 

그것이 걱정이였다. 아까전에 만났던 외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미 사태는 커질대로 커져있었 
다. 감염이 된것은 공장 직원들뿐만이 아니였다. 마을 사람 상당수 아니, 어쩌면 마을 전체가 
BOD에 감염되어 변형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사상자는 상상도 못할 수준일 터였고 
그 정도의 사태를 숨긴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닐 터였다. 어쩌면 지금까지 쌓아온 그의 지위 자체 
가 흔들릴 지도 몰랐다. 

'젠장..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했더니... 산넘어 산이로군...' 

게다가 모든것이 잘 해결되어 무마된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 공장은 엉 
망이 되어버렸고 연구시설 역시 반쯤 파괴된 상태였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샘플들이 도망을쳐 
산속 어딘가에서 돌아다니고 있으니 연구원들까지 괴물로 변한 이 시점에서 모든것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를 터였다. 경철은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4시..'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동이 틀터였다. 경철은 심란한 마음으로 비를 맞아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얼마전 연구원들로부터 보고받은 이야기를 되뇌여봤다. BOD바이러스의 치명적인 약점 
불안정한 구조를 일시에 망가뜨려 버리는 외부요인에 관한 보고였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때였다 저만치 앞에서 불빛이 깜빡이고 있는것이 보였다. 경철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몇걸음 
더 걸어나아가며 다시 확인했다. 그것은 분명한 불빛이였다. 20여 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황색의 
불빛이 연신 깜빡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깜빡임의 간격이나 색깔을 보아 그것은 분명 
자동차의 비상등임에 분명했다. 경철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뚱뚱한 몸에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경쾌한 걸음으로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공장에서 샘플을 수송하기로 되어있었던 냉동트럭이였다. 

'저게 대체 왜 이런곳에 서 있는거지? 어떤 녀석이 도망치려고 타고 나온건가.. 그렇다고 해도 
이런곳에...?' 

경철은 불빛의 정체를 확인하고 상황을 따져보자 불현듯 공포감이 밀려왔다. 분명 괴물처럼 변해 
버린 감염자들이 빗속에 덩그라니 서있는 트럭과 관련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짜피 차가 
서있는 길을 통해 가야만 했었고 게다가 차를 움직일수만 있다면 그에겐 더 없이 좋은 상황이였 
기 때문에 경철은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점점 냉동트럭 쪽으로 다가갔다. 순간 어둠속에서 그의 
발치에 무엇인가가 부딛혔다. 경철은 반사적으로 손전등 불빛을 아래로 비추어 자신의 발에 걸린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았다. 

"으아아..!!" 

경찰은 발밑의 물체를 확인하자 마자 놀라서 다리에 힘이 빠지며 뒤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것은 
인간의 시체였다. 미동도 않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의 얼굴은 형체도 없이 부숴져 있었다. 
그 끔찍한 광경에 욕지기를 느끼면서도 경철은 급하게 손전등으로 주위의 바닥을 훑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몇구의 시체들을 더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하나같이 가슴 위쪽으로 
심하게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것은 괴물들이 뜯어낸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사냥과 
사격을 즐기던 경철은 그것이 구경이 큰 엽총 같은 것에 의한 총상이란 것을 금새 눈치챌수 있었 
다. 그렇다는 것은 이 사람들을 죽인건 괴물이 아니라 멀쩡한 인간이란 소리였다. 적어도 바이러 
스에 감염된 개들은 정상적인 사고보다는 본능에 의지해 움직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니 말이다. 
경철은 다시 힘은 내어 일어서서 문이 활짝 열려있는 운전석쪽으로 갔다. 운전석 바로 앞에는 
두세구의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 시체들을 밟지 않으려 조심조심 움직여 다가가서 안을 
살펴본 경철은 다시 한번 헛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참을수 밖에 없었다. 운전석 안은 온통 피범벅 
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안에서 격렬하게 움직였던 듯 백미러가 부숴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좌석도 뒤로 젖혀져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핸들 오른편 아래의 구멍에는 열쇠 
가 꼳힌채로 있었다. 

"젠장... 이거라도 타고 가야지 어쩌겠어..." 

경철은 여기저기 핏자국 투성이인 자리에 조심스레 앉으며 투덜거렸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열쇠 
를 돌려보자 곧 시동음과 함께 엔진의 떨림이 핸들을 타고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 진동을 느끼며 
경철은 슬며시 미소를 지어보이고선 열려있던 운전석의 문을 닫으려 팔을 밖으로 뻗었다. 바로 
그때 시커먼 그림자가 어둠속에서 나타나 그의 팔을 부여잡았다. 

"으악!!!" 

너무나 놀란 경철은 팔을 휘저어 빼내며 옆차기를 해댔다. 그러자 무언가 묵직한 느낌이 발에 
전해지면서 그림자는 맥없이 뒤로 넘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확인한 경철은 정신없이 조수석에 
놓아 두었던 손전등을 집어들고 바닥에 쓰러진 물체를 확인했다. 그것은 뚱뚱하긴 했으나 경철 
보다는 훨씬 몸이 좋아보이는 40대의 남자였다. 옷은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찢겨져 있었고 찢어진 
옷사이로 보이는 수십개의 상처들에서 흘린 피로 온몸을 적시고 있긴 했으나 감염자 특유의 일그 
러진 얼굴이나 붉은 눈은 아니였다. 경철은 그제서야 안심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 가까이 다가가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자 곧 눈에 익은 얼굴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그의 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임에 틀림없었다. 

"이보쇼.. 정신 차려요..." 

경철은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면서도 남자의 뺨을 두들기며 깨우려했다. 
그러나 남자는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한동안 그렇게 불러대자 간신히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놈들.. 한테.. 당했어... 살려..." 

경철은 그 말을 듣고선 남자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확실히 상처들 대부분은 사람에게 물린 상처 
였다. 그렇다는 것은 이 남자도 이미 감염이 되어버렸다는 의미였고 몸속에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변형이 일어나고 있을 터였다. 줄창 내리는 비로 인해 떨어진 체온때문에 바이러스의 활동이 
늦춰지고 있긴 할테지만 언제 변형을 시작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였다. 순간 경철의 
머리에 좋은 아이디어가 스쳤다. 

"이봐.. 힘을 내라구, 나 모르겠어? 공장장이야.. 공장장 신경철! 놈들한테 물린건가? 이 놈들을 
자네가 다 죽인거냐구?" 

남자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구만." 

"하지만.. 물렸어.." 

"걱정하지만! 내가 치료해 줄게.. 나한테 치료약이 있다구, 일어날수 있겠나?" 

경철의 치료약이 있다는 말을 들은 남자는 순간 희미하게 웃더니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들어 
경철의 옷덜미를 잡아 쥐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물었다. 

"정말.. 치료약... 있는거요...?" 

"그렇다니까!! 멍청하긴 자네 이 트럭이 뭔지도 몰랐어? 그 바이러스는 우리가 만든건데 당연히 
치료약이 있지.. 그 치료약을 서울로 공수하려고 가져온게 이 트럭이란 말이야! 자.. 힘내서 
일어나 봐.. 냉동실에 약이 있으니까..." 

경철의 달콤한 말에 남자는 앞뒤 가리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키려 했다. 경철은 그런 
남자를 부축해서 뒤쪽 냉동칸 입구로 향했다. 남자를 차에 기대게 해놓고선 냉동칸의 문을 열어 
젖힌 경철은 다시 남자를 부축하여 냉동칸에 태웠다. 남자는 이제 손끝하나 움직일 힘도 없는듯 
냉동칸 벽에 기대어 아무말 없이 경철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경철 
은 씩 웃으며 남자에게 말했다. 

"사실은 서울에 약이 있는거 같아.. 내가 빨리 서울로 올라갈테니까 그때 까지만 여기 있으라구 
알겠지?" 

남자의 눈이 크게 벌어지면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경철은 그 말을 듣기도 전에 재빨리 냉동칸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미소지으며 운전석 쪽으로 걸어갔다. 이로서 생생한 바이러스 샘플을 
확보한 이상 한가지 걱정은 던 샘이였다. 게다가 차까지 구했으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었다. 


출처 : 붉은 무당 벽돌집  작가 : cl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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