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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군대의 추억 하나
게시물ID : lovestory_159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폐청년
추천 : 13
조회수 : 77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5/01/11 02:17:40
우울한 군대의 추억 하나  
 

유년기와 청년기도 끔찍했지만.. 
제대한지 (92년제대) 12년이 지났지만 가끔 군대에 대한 악몽을 꾸기도 한다. 

나의 10대와 20대와 30대 지금도 발목잡고 있는 우울증과 불안증 

그중에서도 군대에서의 추억은 끔찍한 악몽 그자체.. 

시선공포와 대인공포 우울증...이게 병인지도 몰랐다.. 
그저 이상한 성격인줄로만 알았지.. 
당연히 친구도 없고 대인관계도 엉망이었던 나.. 

그래도 일반사회에선 그것이 그렇게 불거지지는 않는다.. 
나혼자만 고통받으면 되니까.. 

하지만 군대에서는 다르다.. 엄격한 조직사회에서 
표정하나 시선처리 동작하나하나가 통제받는 곳에서 
나는 정말 악몽 그자체였다.. 

당연히 훈련소에서부터 난 고문관으로 낙인찍혔고 
훈련소 들어간 날부터 사고를 치기 시작해서 
병장을 달고 제대를 하기까지 도대체 평화로운적이 없었다.. 
짬이차면 군생활은 편해진다는 말은 적어도 나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남는 추억... 

그날도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렸다.. 상병시절이었던걸로 기억된다. 
쓰레빠로 싸대기를 맞았다... 한자리에서 수차례 
뭐 항상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그날은 폭발하고 말았다.. 
공황이 일어났다... 싸대기를 다 맞고 그 고참이 그곳을 떠나고 
난 일과를 끝내고 씻기위해 세면실을 향하고 있었다.. 

세면도구와 얇은 런닝과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난 그복장 그대로 공황을 느끼며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그대로 죽고 싶었다... 공황이 일어나고 자살하고 싶었다.. 

머리는 어지러워지고 사물들이 단순한 풍경으로 변하며 
숨이 막혀왔다.. 
누구에게든지 의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나를 도와줄수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난 비틀거리며 어디론가 저벅 저벅 걸어갔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 여름날이었다.. 

나는 혼자 있고 싶었고.. 이 불안하고 공포스런 소용돌이를 
벗어나야만 했다.. 

아무도 없는곳... 눕던지 쉬던지 자살하던지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누구의 눈에도 띄어선 안된다.. 

다행이 일과가 끝난 시간엔 부대안에 돌아다니는 이는 없었다. 
으슥한 곳에 잠시 앉아 어디로 갈것인지 궁리했다.. 
아니 처절하게 연구했다.... 어디로 가야하나.. 

총알로 머리를 관통내기엔 총은 꺼내기 어렵다.. 
칼도 없었다.. 죽는건 생각보다 힘들다.. 

난 사라지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평안한 곳으로... 
정말 탈영의 유혹이 그렇게 달콤할줄은 몰랐다.. 
탈영하려면 철책을 넘어야 한다... 
철책은 헌병들이 지키고 있다.. 게다가 도구도 없다.. 

불현듯 생각난것이 하수구를 통해 나가는 것이다.. 
하수구가 밖으로 통할지 어떨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난 항상다니는곳의 하수구를 생각해 내었다.. 
날은 벌서 어둑해졌다.. 
하수구자체도 잘 보이지 않을정도였다.. 
그 하수구는 허리를 약간 굽히기만 하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지금생각해도 신기하지만 그렇게 음침하고 
어둡고 무서운 하수구안을 아무 거리낌없이 들어갔다.. 
물론 물은 흐르고 있었다.. 
발목까지 흐르고 있었다.. 

난 무작정 들어갔다... 
그곳말고는 갈곳도 없었고 어찌될것인지도 
몰랐다.. 

나중에 알았지만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곳이었다.. 
난 공황증세였던지.. 냄새도 나지않았고 
유일하게 평안함을주는 입구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정말 한참을 들어갔다... 
출구의 어스르함도 사라지고 온통 검은색 빛도 없는곳.... 
마치 내인생과도 같은곳을 물소리 저벅거리며 
한참을 들어갔다... 

그러다가 쓰러졌다... 지친것은 아닌데 그냥 쓰러졌다. 
쓰러진건지 가기를 포기하고 누운건지.... 
물이 귓가로 흐르는 것만이 기억난다.. 
옆으로 쓰러졌던걸로 기억난다.. 

하지만 평화로웠다... 
편했다 정말 편했다...공황증은 사라지고 
옆으로 쓰러진 자세 그대로..난 몇시간이고 있었다.. 

잠을 잤으면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벌레들이 내몸을 기어다니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게 편할수가 없었다.. 

몇시간동안 노래를 불렀던게 기억난다.. 
내가 아는 모든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정말 편했고... 그 무섭고 어둡고 끝을 알수없는 
하수구 터널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몇시간을 있으면서 그냥 거기서 쉬었던거 같다... 
다른 어느곳에서도 느낄수 없었던 평안함을.. 

당연히 온 부대안이 뒤집어졌고 헬기까지 수색작업에 
들어갔었다고 한다.. 
물론 하수구에 들어갔을것이라곤 꿈에도 생각못했고 
탈영한줄알고 근처 시내까지 헌병대가 총출동했다고 한다.. 

내가 다시 나온시간은 다음날 새벽 4시정도 였던걸로 기억한다.. 

내가 다시 내무반으로 걸어갈때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난 그 벌레들은 떼고 싶진 않았다.. 
그냥 친구같이 느껴졌을뿐.. 

영창3개월... 

자수했기에 그정도였을것이다.. 
비가왔더라면 하수구에서 휩쓸려 익사했을까? 
자수하지 않고 잡혔더라면 더 형량이 길었을 수도 있었겠지.. 

그후로 난 다시 지옥같은 군생활을 시작했다.. 

군대에서 가장 편했던 시간은 그 어두운 하수구안에서 
옆으로 쓰러져 노래를 부르던 그 몇시간 뿐이었다..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우울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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