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후반에 총각인데요.
친하게 지내는 10살 아래 여동생과 방금 대화를 하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어요.
여동생이 여태까지 관계한 남자가 스무명이 넘는데요.
아니, 그 보다 더 되는데 하도 많아서 세는 걸 포기하고 그냥 스무 명 쯤 되는 것 같다고 한 거죠.
고2...
저희 때 같으면 학교 끝나고 닭꼬치나 먹으면서 놀 시기에 이미 거쳐간 남자가 스무 명이 넘는다니...
제가 그 동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던 건가요?
동생은 뭐가 이상하냐는 투로 얘기하네요. 요새 안 하는 게 이상한 거라고 초딩들도 다 할 거 다 한다고...
전 충격 받았어요.
남에 인생을 두고 왈가왈부 할 건 아니지만, 저는 스물 한 살 때 정말로 사랑하는 연인이랑 관계를 했어요.
그게 처음이었죠. 서로를 책임지자고 했어요. 너는 내 꺼. 나는 네 꺼! 약속하고 나서야 사랑했단 말이죠.
그런데 요새는 사랑해서 섹스를 하는 게 아닌 모양이에요. 남들이 다 하니까. 왠지 나만 도태되는 것 같으니까.
쉽게 몸을 허락한다는 거죠. 재미로 혹은 그냥ㅋ
착잡한 기분이 드는 건, 오래 전에 연인과는 헤어졌고 여자에 대한 배신감일지, 혼자 고고한 척 하는 가식일지 모를
감정 때문에 여태까지 다른 여자와는 자 본 적이 없어요.
한편으로 바랐죠. 나중에 결혼할 여자는 처녀였으면 좋겠다고... 고지식함에 아집을 겸비한 나 같은 놈은
한 여자에게 모든 순정 다 바칠 수 있으니, 제발 내 상대는 순결하기를 말이죠. 그래야만 첫 사랑에 실패하고 7년 넘게
독수공방 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그건 너무도 유치한 생각이었던 것 같네요. 나만 이러고 바보 천치처럼 살았네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제 연인이었던 여자는 다른 남자랑 수천번은 잤겠죠?
별 쓸데없는 고집을 붙들고 그 길고도 좋은 세월 다 보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