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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러스 웨이...(펌)
게시물ID : sports_160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노티
추천 : 17
조회수 : 99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9/08/27 19:01:33
우선 야구팬들껜 죄송?ㅋ 하구요 스게가거의 야구팬분들인거 같아서 그래도 스포츠게시판인데 올려도 되겠지요?ㅎㅎ  


 국어사전에 새로운 단어가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스틸러스 웨이 [대명사] : 불평불만 없이 악조건을 이겨내고 만족스러우면서도 짜릿한 결말을 맞았을 때를 이르는 말. 예) 나 오늘 시험은 정말 스틸러스 웨이 같았어, 이 영화 속 주인공 인생은 참 스틸러스 웨이스러워’ 

포항의 '아름다운 승리' 

포항스틸러스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시작한 ‘스틸러스 웨이’가 지난 27일 서울과 펼친 피스컵코리아 4강 2차전에서 제대로 빛을 발했다. 포항은 이날 경기서 5-2 역전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컵대회 결승전에 진출했다. 지난 1차전에서 1-2로 패했던 포항으로서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더군다나 포항은 이날 경기를 통해 ▲실제 경기시간(Playing Time)을 5분 이상 늘리고 ▲경기 매너를 지키며 ▲심판의 권위를 존중하고 판정을 겸허히 수용하는 동시에 ▲포항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겠다는 ‘스틸러스 웨이’ 정신을 훌륭히 실천하며 승리와 페어플레이를 모두 이뤘다. 

포항은 후반 32분 최대 위기를 맞았다. 3-2로 앞서있었지만 1차전에서 1-2로 패배해 승부차기를 벌여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서 수비수 김형일이 퇴장을 당하고 만 것이다. 김형일이 공격에 가담해 헤딩을 하면서 박동석과 충돌했고 주심은 전반에 이미 경고 한 장을 받은 김형일이 의도적으로 골키퍼를 방해했다고 판단해 경고누적으로 퇴장 조치했다. 

하지만 포항 선수들은 흥분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틸러스 웨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선수단 모두가 이에 서명까지 한 그들은 아무도 주심에게 항의하지 않았다. 퇴장 당사자인 김형일도 그동안의 다혈질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군소리 한 마디 없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포항은 수적으로 열세에 몰렸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김형일은 “판정에 억울한 감이 있었지만 어차피 한 번 내려진 판정은 번복되지 않기 때문에 서둘러 그라운드를 떠났다”면서 “내가 항의를 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공격을 더 하는 걸 원한다. 나가서 대기심에게 살짝 불만을 토로하긴 했는데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파리아스 감독이 워낙 ‘빨리빨리’를 원한다. 이런 경기 철학도 ‘스틸러스 웨이’와 잘 맞는 것 같다”면서 “나도 후반 막판이 되면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스틸러스 웨이’ 실행 후 더 재미있게 축구를 한다. 선수들 모두 항상 머리 속에 ‘스틸러스 웨이’를 기억하고 경기에 나선다”고 덧붙였다.  
  
포항은 이날 경기에서 여러 차례 충돌 상황을 슬기롭게 넘겼다. 이것이 바로 ‘스틸러스 웨이’다.  


서울의 '부끄러운 패배' 

비슷한 상황이 이번에는 3분 후 서울 쪽에서 벌어졌다. 서울의 김치곤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명령을 받은 것이다. 이미 경고를 한 차례 받은 김치곤은 포항 노병준을 밀쳤고 주심이 파울을 선언하자 신형민을 밀친 뒤 주심에게 달려들며 거센 항의를 했다. 결국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냈다. 

서울의 불행은 계속 이어졌다. 김치곤이 퇴장당하는 상황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은 김치우가 공을 멀리 차 버린 것이다. 주심은 전반에 이미 경고를 받았던 김치우의 행동을 보고 가차 없이 퇴장 명령을 내렸다. 김치우의 폭력적인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치우는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면서 신형민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서울 팬도 울고 신형민도 울고 귀네슈도 울 만한 상황이었다. 

결국 수적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두 명이나 퇴장당한 서울은 이후 두 골을 더 내주며 2-5 참패를 당했다. 애매모호한 판정에도 수긍하고 조용히 그라운드를 떠난 김형일과 이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 김치곤, 김치우의 모습에서 이미 승부는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력이 비등한 양 팀은 결국 여기에서 승부가 갈렸다. 

심판 판정에 누가 돌을 던지나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감독의 반응도 대조적이었다. 서울 귀네슈 감독은 “심판이 우리 선수들을 항의하게 만들었다. 이런 창피한 경기에서 심판들과 같이 일하는 건 선수와 감독에게 어려운 일이다. K-리그는 심판 3명만 데리고 있으면 챔피언이 될 수 있는 곳”이라면서 “한국에서는 축구를 볼 필요가 없다. 야구를 보면 될 것 같다”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귀네슈 감독은 기자회견 시간 대부분을 판정 이야기로 허비했다. 

하지만 포항 파리아스 감독은 귀네슈 감독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 1차전 서울 아디의 결승골 오프사이드 논란 이야기를 꺼내면서 “나는 1차전이 끝나고 (귀네슈 감독과 같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나도 아쉬움이 많았지만 상대팀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이겼다고 말하지 않았다. 상대를 칭찬해줬다”며 “상대팀 감독 의견은 존중해야겠지만 오늘은 우리 선수들이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 경기를 지켜본 나는 그다지 주심의 판정이 편파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카드가 많이 나왔지만 트레블(3관왕)을 노리는 양 팀의 대결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경기 주심을 맡은 이영철 심판은 소신 있고 과감한 결정으로 경기를 훌륭하게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귀네슈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서울이 받은 아홉 장의 경고 중에는 판정에 항의를 하다 받은 경고가 석 장(이종민, 기성용, 이승렬)이었고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파울 후 공을 밖으로 차내 받은 경고가 두 장(김치우, 김진규), 박치기를 해 받은 경고가 한 장(김치곤)이었다. 세상에 어느 나라 주심이 자신에게 핏대를 세우며 항의하거나 박치기를 하거나 파울 후 공을 밖으로 차내는 모습을 보고도 경고를 꺼내지 않을까.  
  
포항의 노병준은 이날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그는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스틸러스 웨이', 그 아름다운 약속 

포항은 퇴장 상황 외에도 경기 내내 ‘스틸러스 웨이’를 몸소 실천했다. 포항이 후반 23분 서울 이승렬에게 두 번째 실점한 장면을 들여다봐도 그렇다. 당시 포항은 플레이 도중 서울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경기를 멈췄다. 하지만 서울은 이 상황에서 경기를 속개해 골을 기록했다. 포항이 주심의 신호도 없이 자체적으로 경기를 멈춘 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었고 서울이 이 상황에서 공격을 계속 이어간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서울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대개 이런 상황에서는 차후 ‘보복성 태클’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 실점으로 1-2로 뒤지게 된 포항으로서는 세 골을 더 넣어야 결승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에 경기를 포기할 만한 상황이었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상황에서 선수들은 ‘부상 선수가 발생하면 경기를 중단한다’는 일종의 ‘불문율’을 어긴 상대팀에게 가혹한 보복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포항은 달랐다. 포항은 이 상황에 미련을 갖지 않고 ‘공격 앞으로’를 외쳤고 결국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또한 4-2로 앞선 상황에서 ‘잠그기’를 할만도 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기어코 한 골을 더 기록하며 ‘스틸러스 웨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신형민도 밀치기와 박치기를 당하면서도 끝까지 평점심을 유지했고 최효진은 서울 선수들의 집단 항의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아들에게도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아버지’ 노병준. 


포항에 박수를 보내자 

나는 사실 이 경기를 보고 서울 선수들의 과도한 판정 항의와 귀네슈 감독의 발언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렇게 이 경기를 쉽게(?) 평가하기에는 포항 선수들의 ‘스틸러스 웨이’가 너무나도 훌륭했다. 그들은 주심, 상대 선수와 싸운 게 아니라 오로지 공과 공간, 골문과 싸움을 벌이는 투사들 같았다. 그랬기에 이날의 주인공은 포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이날 서울의 행동은 비판받을 만했다. 나도 서울의 경기 내용에 대한 비판 글을 쓰면 더욱 주목받을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서울의 잘못된 행동보다는 포항의 훌륭한 행동에 더 주목하고 싶다. 또한 과감하고 소신 있는 판정을 한 주심도 칭찬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 한 가지 부탁을 할까 한다. 서울에 대한 비판보다는 포항에 대해 칭찬을 하는 것은 어떨까.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거칠었던 서울’이 아니라 ‘깨끗했던 포항’이 되어야 한다.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도 좋지만 잘된 점을 칭찬해 주는 것도 K-리그가 더욱 발전해 나가는 데 힘이 될 것이다. 그게 포항의 ‘스틸러스 웨이’가 ‘K-리그 웨이’로 발전하는 길일 것이다. 

이날 포항은 훌륭했다. 스틸야드는 아름다웠고 포항 선수들은 더욱 아름다웠다. 경기에서도 이기고 매너에서도 이긴 포항에 찬사를 보낸다. 90분 동안 ‘스틸러스 웨이’를 잊을 뻔한 고비가 많았음에도 이를 잊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따낸 포항 선수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스틸야드 밤은 참으로 ‘스틸러스 웨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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