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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것 같다...
게시물ID : gomin_16084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2dpa
추천 : 23
조회수 : 1019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6/03/25 04:44:44
4살때 아빠가 도박에 손을 댔다. 엄마를 때렸다. 자주 그랬다. 엄마는 아빠가 도망가기 직전까지 집을 자주 나갔다. 가기 전에 잠든 나를 보고 눈물을 훔친 적도 적지 않으셨다.

7살 아빠가 교도소에 갔다.

9살 아빠가 선 보증과 각종 채무가 모이고 모여 5억이라는 빚이 생겼다. 나는 이걸 16살 때 알았다.

11살 아빠가 해외로 도망갔다.

엄마가 오빠와 나를 혼자 기르시며 단칸방에서 셋이 부대껴 살았다. 이 삶이 고 1때까지 계속됐다.

중학교 2학년, 엄마가 돈을 벌러 지방 공장에 내려가셨다. 나이 많은 오빠와 어린 나는 엄마를 2주에 한 번, 늦으면 한 달에 한 번 볼 수 있었다. 이 생활이 3년동안 이어졌다.

오빠가 고등학교 1학년... 그러니까 열 일곱이 될 적부터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나는 당시 8살이었기 때문에 오빠가 왜 새벽 3시에 들어와 잠을 자고 5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는지 몰랐다. 고등학교는 공부를 정말 많이 시키는 줄 알았다... 오빠는 집안 부양 문제로 군대 상근을 명령 받았다. 제대 후 곧바로 공장으로 떠난 오빠를 보고 사람이 2년만에 얼마나 수척해질 수 있는지 몸소 체험했다. 오빠는 돌아오면서 4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들고 왔다. 최근에 안 사실인데 그 당시 오빠의 휴일은 한 달에 한 번이었다고 한다. 그마저도 야간에서 주간으로 근무타임을 바꿔야하는 날. 한 달에 반나절만 쉬고 내내, 하루에 열 두시간씩. 출퇴근 시간을 포함하면 잠만 자며 살았단다. 그 때는 그걸 체감하지 못했다.

20살. 빚을 거의 다 갚았다. 우리 셋은 조금만 더 고생하자며 그 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울었다. 엄마도 울었고, 오빠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21살. 사람답게 하루 세 끼를 먹으며 살기 시작한지 반 년도 되지 않아 엄마가 피를 토하셨다. 폐암 판정을 받으셨다. 살기 어렵다고 했다.
의사선생님의 표정은 굉장히 담담하셨다. 의외로 나도 별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왠지 그냥 슬프지 않았다. 남들은 나보고 너무 충격이 커서 그런거라고 했지만 스스로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입원하시고 병원비가 한 달에 200만원 가까이 나왔다. 오빠가 다시 공장으로 떠났다. 나도 종사하던 전문직을 포기하고 공장에 들어왔다. 당시 월급이 2년 경력임에도 불구하고 세후 1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에 살기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23살, 하루 열 두시간. 공장에서 내내 부품을 만지고 화장실에서 검은 덩어리를 토해내며 이 년 반을 일했다. 휴무는 여전히 한 달에 두 번이다. 그 두 번도 가끔은 돈을 벌러 악착같이 기어나갔다. 한 달에 300만원을 받고 일했는데 나는 달의 끝자락마다 편의점에서 폐기를 구걸해야 했고, 김밥 한 줄에 덜덜 떠는 것도 모자라 단 돈 오백원짜리 아이스크림에도 세 번 네 번을 고민했다. 개처럼 일해도 수중에 남는 돈은 월세를 포함한 생활비 50만원 뿐이었다. 식비, 월세, 전기세, 가스비, 핸드폰비.... 놀러 가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아직도 빚은 쌓여있고, 엄마는 여전히 중환자실과 일반실을 번갈아다니며 쓰러지기 일수였다. 가끔은 그래, 엄마가 차라리 빨리 돌아가시면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곧바로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나는 쓰레기였고, 여전히 쓰레기고, 가끔은 쉬는 날 다리 위에, 옥상 위에 서서 밑을 내려다본다. 그 사람들의 마음을 감히 이해할 수 있었다.
삶을 포기하는게 아니라 살기 위해 그랬을거라고. 나도 아주 드물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럴때면 가족사진을 보는데 어쩔땐 그것마저도 아플 때가 있다. 가족사진을 찍을 여유같은 건 없어서 도려내진 아빠와 엄마와 어린 오빠, 더 어린 내가 거기에 있었다. 나는 스물 셋, 작은 지하 단칸방에 월 30만원을 내고 사는 여자애다. 아직 애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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