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절제하려고 음슴체를 사용해왔는데 이제 음슴체를 버려야겠군요.
밑에 몇 분의 글을 보니 음슴체를 사용하지 않고도 감정 절제를 아주 잘 하시네요.
나는 종교인이 아니라고 밑에 글에서 밝힌 바 있는데, 단지 신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집중공격을 받았습니다.
종교에 대한 분노는 이해합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패악질이 자행되어 왔는지는 나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화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종교인들도 많으니까요.
뉴스라는 게 원래 사건사고 위주로 가게 되어 있으니 미담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종교의 악행은 종교의 선행으로 퉁치고 넘어가면 될까요?
그래도 여전히 문제는 남지요.
신.
유신론은 과학으로 증명될 수 없으니 과학 밖의 영역입니다.
거기에 과학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되지요.
과학의 잣대 앞에서는 무신론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무신론도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까요.
우주에 끝이 있나요?
과학으로 증명되었나요?
우주의 끝은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지금으로선 ‘모른다’가 정답일 수밖에요.
무신론=과학
이거 아닙니다.
아인슈타인도 신을 언급했습니다.
모든 게 기적이라는 말도 했지요.
기적이라니요?
과학으로 풀면 다 이해가 될 텐데 뭐가 기적이라는 말일까요?
아인슈타인도 불완전한 인간이다보니 그냥 헛소리를 한 걸까요?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
당신은 과학입니까, 기적입니까?
무엇이 당신입니까?
당신이 존재한다는 건 팩트입니까?
불교에 ‘무아론’이라는 게 있지요.
‘나’라는 게 없다는 뜻입니다.
헛소리인가요?
오죽하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나왔겠습니까?
내가 여기 이렇게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엄연한 존재를 증명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생각’이라는 걸 들고 나왔을까요?
하지만 불교에서는 그 ‘생각’조차 버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립니다.
속세를 버리고 산 속에 틀어박힙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무념무상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끝내 버려지지 않는 게 있지요.
인식.
모든 걸 생생히 알아차리는 이게 대체 뭘까요?
이게 나인지, 내가 이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오직 모를 뿐..
기독교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살아서는 하나님을 직접 대면할 수 없다.”
뭔가 통하는 것 같지 않나요?
그럴 수밖에 없지요.
모든 종교가 원래 한 뿌리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수많은 생물의 종이 원래 한 뿌리에서 시작되었듯이 말입니다.
말로 어떻게 다 설명하겠습니까?
그래서 말길이 끊어진 곳으로 가는 거지요.
언어도단, 불립문자, 사교입선이지요.
중도의 세계.
지금 이게 현실이라는 착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이건 꿈도 아니고 현실도 아닙니다.
그럼 뭡니까?
나도 모릅니다.
그러니 적당히들 하십시다.
과학 얘기는 과게에 가서 하세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