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밥을 차리러 갔습니다.
차에 도착하자마자 냥냐냥~~ 소리가 들립니다.
수다쟁이 냥이의 소리입니다.
헤헤...
저는 밥과 그릇과 테이프를 열심히 뒤적뒤적...꺼내서 주섬주섬...
그릇에다 사료를 곡식을 붓고..
아참, 사진 찍어야지!
(사진 찍는 걸 잘 까먹어요.)
사진을 찍습니다.
약간 더러븐 그릇들은 씻지 않은 그릇입니다.
밥은 새 그릇에 위생적으로 담습니다.
묘님들의 건강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는 뚠뚠청년네 식당.
밥 비비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저러고들 있네유.
수다쟁이 누나(혹은 형, 오빠, 언니?)가 기다릴 동안
옆에서 동생 칡이도 서서 기다리던데....
핸드퐁 사진기 켜는 동안 중학생 칡이는 그새 어디론가 가고 없네요...
는 아니고 제 차 밑에서 노란 냥이가 밥묵는 중이라 그거 보러 간 거겠죠.
수다쟁이 냥이는 노란 대모냥이가 제 차밑에서 밥을 먹자
안 오고 냥냥거리기만 합니다.
왜냐면 노란 냥이가 으르르...하면서 못 오게 하거든요.
할 수 없이 수다쟁이 공부방으로 밥상을 차려서 갖다놓습니다.
그동안 칡이는 이리로 갔다, 저리로 갔다 바쁩니다.
저 냥이는 음... 수다쟁이 냥이가 밥을 먹는 차 밑으로 들어갑니다.
뭐, 그런 갑다, 하고 저는 다른 밥을 또 비빕니다.
사실 고등어냥이나 흑백냥은 비슷한 무늬가 많아
누가 누군지, 몇 마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헉, 그런데 수다쟁이 냥이가 밥 먹는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기 바탕화면을 눌러 빛을 비추니 흑백냥이었습니다!
수다쟁이 냥이를 협박해서 밀어낸 거 같아요.
기분이 안 좋았지만....수다쟁이냥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평소 안 하던 행동을 저는 했습니다.
그 고등어 냥이 먹던 밥그릇을 홱 빼앗아서 제 차 밑에 밀어넣었습니다.
아픈 냥이 묵으라고 준 환자식을!
수다쟁이 냥 때문에 통조림도 퍽퍽 아끼지 않고 까는 데 이것들이 진짜!
저는 시무룩해져서 빈 통조림 통을 세척해서 쓰레기장에 버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발이 아픈 냥이가 밥 먹고 빨리 좀 나았으면 좋겠는데
저 놈의 고양이들은 전혀 애정이나 동정심이라곤 없군요.
인간 세상과 똑같아서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
..
나 오늘 웬지 비관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