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잤는데 그 사람이 너무 선명하게 나와서... 아직도 온기가 느껴져서 허무함을 달래보고자 써요
게임에서 만난지는 네 달 되었네요. 저보다 늦게 시작하셨지만 저보다 진도가 빠르셨어요. 금세 최상위급 유저 레이드를 도셨죠. 같은 길드였는데, 제가 상대적으로 뉴비다보니까 레이드 뚫는걸 도와주셨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카이프를 하게 되었구요. 그게 첫만남이었어요. 한달정도 후에 다른 유저 한명이 들어와요. 이친구도 저랑 진도가 비슷해서 같이하게 되었구요. 스카이프도 같이하게 되었어요. 저는 말 수가 많지 않아요. 끼어들어 말하는것도 잘 못하고, 대화를 하면 들어주는 축에 속해요. 그러다보니 저 말고 다른 두 분이 말하는걸 전 들어주는 쪽이었고, 둘은 금방 친해졌어요. 이때 쯤 해서 저는 정말 대화만으로(?!) 그 사람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같이 게임하면 두근거렸어요. 서로 구타하는 모션하면서 웃고 그런것만으로도 행복했구요ㅎㅎ 이 때쯤 해서 길드가 박살나고 거의 저희 무리가 사실상 운영진에 오르게 되고, 이때부터 플레이성향이 비슷한 저희 무리가 단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은 그 때 제 프사(배경+제얼굴)를 보고 제가 거주하는 곳을 단번에 알아맞히시구요, 근처에서 저를 본 적 있다고 했어요. (뻥이라기엔 건물까지 확실히 언급하셨곸ㅋㅋ...) 그 근처를 작년에 자주 가다가 금년엔 자주 안가신다고.. 아무튼 전 그사람의 모습을 모르구요, 그 분은 제 얼굴과 제 거주지까지 다 아는 셈이죠. 제가 앞서 언급드렸다시피 저는 조용한 편이고 다른 두 사람이 말이 잘 통해요. 그래서 많이 친해졌는지 통화도 하는가 보더라구요. 갠톡에 하려던 말을 단톡에 잘못 올린 것 같았는데, '잘자요! 낼 나 못일어나면 전화 좀' 이렇게 올리는걸 보고 둘이 보통 사이는 아닐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때 쯤 해서 게임이 현실을 제치고 제 삶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게임 내 인간관계에 피로도 느꼈구요, (저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생각과 그 유저랑 기싸움이 좀 있었습니다..레이드때 기믹처리 문제로) 이런저런 이유로 당분간 게임을 접겠다고 했어요. 울음섞인 배웅을 받았구요(물론 채팅으로요ㅋㅋ) 접은지 겨우 일주일ㅋㅋ이 다되갑니다... 그동안 보고싶을때가 좀 있었어요. 그래도 그럭저럭 잘 참았는데, 오늘 낮잠을 좀 잤는데 그 사람을 꿈 속에서 봤어요! 얼굴은 제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전혀 못봤구요(그 사람 프사가 뒷모습이라 몸만 나온것 같아요ㅋㅋㅋ왜 부끄러워한거냐 꿈속의 나ㅠㅠ) 포옹받고 고백받는 꿈이었는데 너무 현실같아서 급작스럽게 깨고도 십분을 넘게 멍때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드는 자괴감... 얼굴 한 번 못본 사이잖아요. 이런 감정이 허용되는걸까 생각도 들고, 다시 서러워져서 한숨쉬고 카톡으로나마 말해볼까 했어요. 그런데 상대방은 절 알고 저는 그 사람을 모른다는 그 상황이 제겐 너무 부담스러운거죠. 실제로 절 본 적도 있다는데, 그 사람이 절 본대도 저는 눈 다 뜨고도 모른다는게 무서워서ㅋㅋ...
이런 기이한 짝사랑을 어지간한 제 친구들은 다 이해를 못할 것 같구요... 털어놓을 곳이 고게밖에 없네요. 소ㄹ직히 고게분들도 이해 못할거같읂ㅎㅎ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