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비디오 작품에 청계천 홍보물 상영 서울시립미술관, 원본 대신 서울 시정 영상 틀어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모니터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시정(市政)을 홍보하는 영상물을 상영해 논란을 빚고 있다. 시립미술관은 2002년 5월 서소문 옛 대법원 건물로 이전 개관하면서 백남준의 작품 '서울랩소디'를 6억1400만원을 들여 구입해 로비에 전시해 왔다. 미술관은 지난해 11월부터 백남준이 만든 작품의 내용물인 DVD 일부를 빼내고 대신 청계천 홍보 영상물을 상영해 왔다. 서울시가 제작해 반복 상영된 영상물은 모두 40분 분량으로 이 시장이 자주 등장한다. 이 시장이 2003년 7월 복원공사 기공식에서 연설하는 장면, 현장을 돌아보며 "시민의 협력 없이는 이 역사가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 2005년 10월 복원식에서 청계천 물에 손을 담그고 웃는 장면이 클로즈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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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랩소디'는 가로 10m, 세로 6m 크기로 중앙 150개, 좌우 64개씩 총 278개의 모니터가 벽면을 메우고 있다. 중앙의 모니터에서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등 일곱 가지 DVD가, 좌우 63개씩의 모니터에서는 '체이스5', 나머지 한 개씩의 모니터에서는 '누드'라는 제목의 DVD가 나오게 돼 있다. DVD 내용물은 백남준이 직접 만든 작품의 핵심이다. 미술관은 좌우 모니터에 시정 홍보물을 상영했다. '서울랩소디'는 좌우 상영물에서만 소리가 나게 돼 있기 때문에 작품 전체가 청계천 홍보물을 위한 것인 양 보였다. 이에 대해 하종현 미술관장은 "시립미술관은 시 홍보 전시를 할 수 있다"며 "(홍보 전시를 원치 않았다면) 백남준이 우리 미술관에 작품을 팔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홍익대 미술대학장 출신으로 2002년 12월부터 관장으로 재직해 온 그는 "나도 작가다. 소장가가 자기 집에 내 작품을 어떻게 걸든 내가 뭐라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미술관 정혁 수집보존과장은 "원래 좌우 화면은 미술관에서 임의로 홍보 영상을 틀어도 좋다는 계약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미술관이 백남준 작품을 산 당시 구입 계약서는 이런 조항이 없다. 당시 작품의 설치를 맡았던 아트마스터 이정성 대표는 "시립미술관에서 그런 식으로 관리하는 것은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상식이 모자란 탓"이라고 말했다. 백남준 작품 구입 당시 시립미술관장이었던 유준상씨는 "그런 계약은 없었다. 내용을 바꾼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남준은 정치적.상업적 오염에 예민한 작가다. 그래서 그의 작품엔 스토리가 없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 과정에서 내용물이 바뀐 사실을 알게 된 이정성씨는 21일 미술관을 찾아 원상복구를 시도했다. 그러나 미술관이 원래 작품인 '체이스5'를 분실해 원상복구를 하지 못했다. 이씨는 일단 백남준의 다른 DVD 편집 화면을 넣고 홍보 영상을 빼냈다. 이씨는 "자료를 찾아 제대로 된 '체이스5'를 미술관 측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관 정혁 과장은 이씨의 항의에 "작품 구입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이 없어 오해가 생겼다"며 "이씨의 요구대로 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숙.권근영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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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rticle.joins.com/article/naver.asp?aid=2713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