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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발發축제] 폭설을 기다리며
게시물ID : readers_161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2
조회수 : 28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9/23 03: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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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설을 기다리며
 
 
 
  1.
  펼쳐진 구름 위에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할 말이 많은 듯했으나 메마른 우물처럼 아무런 단어도 길어낼 수 없어 하늘 멀리 던져버렸다. 텅 빈 구름에 내 마음이 뭍었을까. 눈시울을 붉히다 까맣게 입을 다무는 하늘. 밤공기가 서늘해졌다. 네게 보낼 이야기를 찾기 위해 몇 개의 별을 헤아렸으나 인공위성 뿐. 암암한 마음에 반딧불이보다 높게 올라 나 스스로 빛이 되어 네게 타전되고 싶었다.
 
 
 
 
  2.
  오래 잊고 지냈던 사랑니가 찌르르 아팠던 밤
  창문을 열고 통증을 잊으려 할 때 창문에 달라붙던 이른 낙엽
 
  보내지도 못한 편지의 답장이
  하얀 여백으로 네게서 왔던 날이었다
 
 
 
 
  3.
  너를 그리다 지우고 너를 만나러 가기 위해 펄떡이는 연어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었고 너를 품에 안고 싶어 눈사람이 되고 싶었고 너에게 말을 건네기 위해 수많은 단어들을 조합했고 너를 기다리던 시간들이 서러워 텅 빈 광장에서 미친 듯이 춤을 췄고 앞으로도 그럴 나는.
 
 
 
 
  4.
  오랜된 슬픔과 오래된 행복은 그저 묵묵할지도 모른다. 오래된 사랑은 깊어갈까 아니면 체화되어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놓지도 가지지도 못한 채 시간을 서성일까. 어쨌든 사랑이여, 살아 있음이 비루하더라도 더 비루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너를 나즈막히 세워 본다.
 
 
 
  5.
  앙상한 말들의 언덕에 서서 너를 호명하고 싶었으나 너무나 앙상해 너를 부르기 전에 부서지는 나의 말들. 나를 훌쩍 건너뛰어 가는 계절은 없으나 폭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황량하고 건조한 말들의 언덕에 폭설이 내리면 나의 말들도 니진스키의 역동적 스탭으로 뛰어놀기를, 그리하여 너를 부르지 않아도 네가 찾아 오기를.
 
 
 
  6.
  한 장場의 여백을 채운 뒤 나의 말들은 건초처럼 지나간 단어들을 우물거리리라. 한때 터질 듯 부풀었던 윤기나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폭설의 계절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그런 시간이 중첩되면 비로소 너를 온전히 부를 수 있으리라는 부질없는 희망을 불사르기도 하며, 오지 않아도 좋을 너를 부르지 못하더라도 온전히 나의 말들로 한바탕 폭설說을 흩뿌리며 춤 추고 싶어 온 생을 다해  계절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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