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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게시물ID : freeboard_16138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카고댁
추천 : 6
조회수 : 21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8/19 12:11:08
지금 우리집 거실 한복판에는 그네가 하나 매달려 있다. 
거실과 다이닝 룸 사이에 생뚱맞게 매달려 있어 집을 팔려면 "거실에 있는 그네부터 먼저 떼어"라고 친구가 조언할 정도로 엉뚱한 위치게 있는 그네다. 
 이 그네는 우리 아이들은 물론이고, 친구들까지 놀러와서 서로 타 보려고 줄을 선다. 
뒷마당 놀이터에도 그네가 있긴 한데, 이상하게 아이들은 거실 천장에 생뚱맞게 달아놓은 그네를 훨씬 좋아한다. 
그나마 앉아서 타다가 풀스윙으로 다이닝 룸에 있는 샹들리에를 발로 차는 아이는 얌전한 편이고, 보통은 다들 수퍼맨 포즈로 타다가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하는데 그래도 거실 바닥이 폭신해서 그런지 다치진 않는다. 
뒷마당에도 그네, 거실에도 그네 셋, 난 왜 이렇게 그네에 집착할까.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하고 무의식적으로만 넘겨 짚고 신경쓰지 않았다.  

얼마 전 고향 친구와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주말이라 안부를 물었더니 일이 있어 고향에 가 있다는 친구.  
고향을 떠난지 오래된 나를 생각해서, 친구는 시골길을 걸어 동네 구석구석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 주었다.  
돌아가신 엄마가 마중을 나오곤 하던 하우스 앞 시골길을 보니 울컥 하고 메말라있던 가슴 속에서 뭔가가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엄마는 없는데 시골길은 그대로였다. 
친구는 나에게 보여주려고 그 길을 걸어서 예전에 내가 태어난 시골집,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골집터도 찍어서 보여주었다.  
남편이 "섬맵"이라고 놀리는 우리 시골집은 한길에서 개울 위로 난 다리를 건너서 고립된 초가 지붕과 슬라브로 지어진 집이었다. 
남편과 결혼 초에는 그 집이 아직 허물어지기 직전이라 인기척은 없었지만 몇 번 먼발치에서 구경을 간 적이 있었다. 
개울가를 건너 들어가야 하는 집을 보며 남편은 맨날 나더러 오버로드 타고 건너갔냐고 놀리곤 했다. 
그집에서 살던 어린 시절 홍수가 나서 개울이 역류하여 마당과 온집을 채웠을 때, 바가지며 세간들이 흙탕물 위로 동동 떠다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그래도 아빠와 할아버지가 왜 이리 동동대시는지만 궁금했을 뿐, 수해에 대해 걱정이라곤 없었던 천진난만한 어린시절이었다. 
윗동네에선 살아있는 돼지가 떠내려오기도 했다. 

그 집은 내가 고향을 떠나온 사이 살던 사람도 이사나오고 관리를 하지 않아 무너져 버렸다. 
무너진 집터 사진과 함께 친구가 메세지를 보내올 때까지 난 그곳이 내 고향집인 줄도 몰랐다. ​ 
"저 감나무에 너희 할아버지께서 그네를 메어주셨는데... 
저 다리 밑에서도 많이 놀았는데.  
어린 시절 우리집에서 논 기억보다 너희 집에서 보낸 기억이 더 많은 것 같아. 
너한테 보내주고 싶어서 찍은 사진들에 나도 너와 함께한 어린 시절 기억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앞인데도 나도 이 길 앞까지는 오랜만에 와 본다. 
그립다. 내 눈 앞 전경을 보내주려 그저 몇 장 사진을 찍다가 옛 집앞까지 갔네. 
사진을 보내면서도 묻어둔 향수와 그리움만 헤쳐낼까 망설여진 마음도 있네. 
저 풀들 그저 여름이라 그러니라 하렴. 서러운 마음 갖지 말고."  
그 풀투성이로만 보인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초록 가운데 감나무가 보였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가지에 그네를 매어주신 감나무... 
내 그네에 대한 집착의 시작이자,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곳... 
나도 잊었던 내 어린 시절을 같이 공유해 주고 되살려 주는 사람 친구란 그런 존재였다. 
갑자기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눈물이 나도록 친구가 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출처 Http://foodiechicag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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