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을 대로 낡아 덜컹대는 세탁기 속
현대사회의 때가 묻은 옷을 넣고서
세탁코스 버튼을 살포시 누르면
와류속에서 빨래는 돌고 또 돈다.
우리가 윤회라는 세탁조를 돌듯이
세탁기는 우리네 삶의 미니어쳐
갖가지 번뇌를 떨치고 나면은
탈수까지 마치고 나온 빨래처럼
때가 빠져 뽀얀 모습을 하고서
빨랫줄에 기대어 햇살 받으며
물기가 마르기를 기다린다네
젖은 몸 빨랫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따스한 햇살에 솜사탕처럼 마르면
착착 개어져 옷장에서 잠든 채
누군가 다시 입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