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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학원 강사.. 속이 터져 나갈것 같습니다...
게시물ID : bestofbest_16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맛사탕
추천 : 239
조회수 : 9549회
댓글수 : 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7/04/03 16:11:29
원본글 작성시간 : 2007/04/03 01:28:32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할지 참.. 
저는 지금 현직 학원 강사입니다. 파트 타임이긴 하지만요.. 아직 대학생인데 학비 때문에, 과외며
학원이며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입니다.
문제는 이게 아니구요.. 
학원 아이들.. 
애들이 제 맘을 너무 아프게 합니다. 
제가 다니는 학원은 중고등학교 보습학원 입니다. 서울인데.. 동네 학업성취도는 정말 최악인 곳이에요. 
몇년째 국립대 가는 학생이 없고.. 소위 명문대라는 몇몇 대학에 수시도 한명 못가는 그런 동네입니다... 
학원 학생들.. 정말 너무 천사같이 이쁘고 귀여워요. 싹싹하고.. 까불까불 장난은 심하지만, 
다들 동생삼고 싶을정도로 너무 좋습니다.. 
문제는.. 
애들이 정말 공부를 안합니다... 
어떻게 된 애들이.. 맨날 놀자고 합니다...
애들이 절 보면 하는 말은 딱 세가지입니다."놀아요" "뭐 사주세요" "졸려요"... 
쉬는시간마다 슈퍼가서 먹느라고 늦게 들어와서 그런지 배고프단말은 안하네요-_-;
정말 답답한것은요... 
아이들 대부분이 형편이 좋은 아이들이 아닙니다. 
막노동 하시는 아버지.. 식당일 하시는 어머니.. 아끼고 졸라매서 당신들 자식은 더 나은 인생을 살게 하겠노라고 겨우 보내는 학원입니다. 원장 선생님은 학원비도 아이들 형편에 따라 많이 깎아주시고, 어떻게든 공부 시켜보려구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점점더 가관입니다. 전 정말 아이들을 때리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체벌을 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구요. 사람새끼는 말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 꼬꼬마들에게는 그 어떤 쓴말도 약이 되질 않습니다.
이 아이들을 보면 '이렇게 가난이 대물림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마음이 안좋아요.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대부분이 "없어요" "어른되는거요" "아빠되는거요"... 
제가 그동안 과외를 대학 생활 내내 해서 별별 집 애들을 다 가르쳐 봤습니다. 
대부분은 형편이 좋은 아이들이었죠.. 
그 아이들과 비교해 보았을때.. 학원 아이들은 너무 어리고 생각이 없습니다... 
집이 좀 사는 아이들.. 부모가 좀 더 배운 아이들은 보고 배운게 많아서 그런지 현실감각이 정말 뛰어납니다... 어린 아이들이 벌써 자신의 한계도 알고, 노력의 중요성을 굉장히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학원 꼬꼬마들... 열개중에 한개 맞춰서 '그렇지~잘하네~'이러면, '아 난 천재야 으하하'
이러고 있습니다... 
당췌 칭찬할 구석이 없으니까,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서 그런거야' 이런말을 많이 해줘서
애들이 진짜 자기들 머리가 좋은줄 압니다... 
그중에 특히 착각이 심한 애도 있어요... 분명히 다른 꼬꼬마들보다는 낫지만.. 그 동네 벗어나서는 명함도 못내밀 수준입니다...  정말 머리 좋은 애들을 못봐서 개념들이 없어요... 
우물안 개구리란 말이 이럴때 쓰라고 있는 거겠죠... 
현실을 깨우쳐 주려고, 오늘은 독하게 맘먹고 '이중에 머리좋은 놈 하나도 없다. 인생은 노력해서 만드는거야' 이랬더니, 죄다 삐져서 수업시간 내내 말을 한마디도 안합니다...
머리가 가장 좋다고 자칭 '천재소년' 이라는 꼬꼬마는 장래희망이 피씨방 사장님이랍니다.. 
제가 '서울에서 피씨방 차릴라면 1억은 있어야 할껄' 이랬더니 대답이, '1억 모으면 되죠~?!' 
그래서 '1억은 어떻게 모을거니?' 그랬더니, '복권사면 되요. 로또면 다 되요.... '
ㄱ- ..... 
어떤 아이는 해킹질로 디아블로 아이템을 좀 훔친것 같은데.. 자기가 컴퓨터를 좀 잘해서 장래희망이 '해커'랍니다.. 
정말 전국민을 해커로 임명해줄수도 없고-_-;;; 
아.. 정말 속상해요... 그저께는 헬렌켈러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반아이들 20명중 2명만 헬렌켈러를 알더군요. -_-;;; 아 그거 눈안보이고~? 이런 대답.... 

정말.. 이를 어찌합니까... 저야 어차피 이번학기만 바짝 뛰어서 돈좀 모으면 그만둘 학원이지만..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어떤 말을 해야 씨알이라도 먹히는 겁니까.... 
아이들의 부모님이 너무 불쌍합니다.. 
당신자식 공부 못하니 다른곳에 돈을 써보세요 라고 말할수도 없고... 

물론 인생 사는데 공부가 능사는 아니죠...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때까지는 보험을 들어놓아야 합니다.. 
박지성같은 축구실력이나 마재윤같은 게임실력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때를 대비하여 공부를 해야합니다.. 

아이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지금 너희들은 20살의 너 자신에게 죄를 짓고 있노라고.. 
이다음에 과거에 발목잡혀 흐르는 눈물은 뼈를 깎는것 보다 아프다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때를 대비해 살아야 한다고... 

정말.. 이제는 매를 들어야 할까 고민입니다... 물론 때릴 자신도 없습니다.ㅠㅠ
오늘 술한잔 하고 왔는데 너무 우울해서 이렇게 몇자 적어봐요...
에효...가난이 대물림 되는걸 두눈으로 지켜보려니.. 착찹.. 합니다...   
'공부안하면 가난' 이런 공식을 세우는건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현실에... 아이들 배경에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았을때 택할 수 있는 일이
훨씬 적을것이란건 알수 있습니다... 그 부모님의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아.. 넋두리는 이만 접겠습니다... 술을 마셔서 두서가 없네요.... 속상합니다.. 
저야 어차피 뜰 바닥이란 생각이 저를 더 괴롭히네요.. 사랑하는 우리 꼬꼬마들을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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