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아닌 것이 창문 틈으로 잠을 깨우네 달은 먹구름과 숨바꼭질 하고 숨을 데 없는 고추대가 오두방정 떠니 참깨는 줏대없이 널브러지내 사이 좋던 느티나무 형제 하나가 넘어가니 땅바닥 콩과 뭔 궁합이여 강둑이 터졌네 물이 들어오고 논이 잠기네 진흙에 물들어갈 벼이삭을 까만 심장으로 넋을 놓을뿐 집이 잠기네 거실에 김치 냉장고가 둥둥둥 우리 엄니 혼수 앞다지 어찌할고 장독대 해묵은 장들은 어쩌리 애지중지 항아리 종자들도 어쩌리 야속한 태풍은 우리의 추억과 내일의 삶을 휩쓸고 어디에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