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순임금이 많은 관리에게 명하여 홍수를 다스리게 한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관리가 명령이 내리기 전에 홍수를 방지하여 공적을 세웠으나 순임금은 그를 명령을 위반했다고 사형에 처했습니다.
또 우 임금은 왕위에 오르자 여러 제후를 회계라는 산으로 모이게 했습니다. 그런데 방풍이라는 나라의 군주가 그 약속을 어기고 지정한 기일보다 늦게 도착했으므로 우 임금은 그를 사형에 처했습니다.
순임금이나 우 임금은 모두 성인으로 세인의 숭배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이처럼 윗사람의 명령이 내리기 전에 일을 한자와 윗사람의 명령을 뒤늦게 실천한 자를 모두 사형시켰던 것입니다. 옛 성인들은 이렇듯 만사를 법 그대로 실행하기를 존중했습니다.
그러므로 거울은 오직 맑음만을 지킴으로써 아름다움과 추함을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저울이라는 것도 수평만을 지키며 모든 물건의 경중을 판명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그렇지만 만약 거울을 움직인다면 아무리 좋은 거울일지라도 물건의 모양이 분명하게 비치지 않을 것이며. 저울을 움직인다면 아무리 좋은 저울일지라도 물건의 중량을 달 수 없는 것입니다. 나라의 법률도 이와 같은 것으로서 옛날의 명군 들은 도(道)로써 일상생활의 신조로 삼았고 법으로써 나라의 근본을 삼았던 것입니다. .....한비자의 식사(飾邪)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