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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너머로 떠난 우리 설이
게시물ID : animal_1618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빈그림
추천 : 5
조회수 : 40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6/22 08: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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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을 같이 살았다.
엄마와 단 둘이 살았고, 엄마는 일을 하셨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늘 반겨주는게 너였다.
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의 아침과 나의 저녁을, 한결같이 맞아주었다.
나의 집은 너로 인해서 텅 빈 적이 없었다.
너는 얌전하고 착했다. 큰 사고 한 번 친 적이 없었고, 같이 지냈던 고양이가 뜬금없이 얼굴을 때려도 으르렁 거린 적이 없었다.
너는 천둥번개가 치는 날이면 무서워서 밤새 앓고는 했다.
병원 근처만 가도 끙끙 거렸고, 작은 소란에도 화들짝 놀라곤 했었다.
그런 너를 나는 맨날 엄살쟁이라 놀렸었다.
네가 갑자기 음식을 거부하고 앓아 누운지 일주일 째, 
그 일주일 꼬박 네 옆에서 지내면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러던 오늘 새벽, 나는 문득 잠에서 깼다. 
그리고 얼마있지 않아 너는 네 생에서 가장 컸을 비명을 질렀고, 엄마와 나는 거실로 나와 너를 다독였다.
그렇게 울어 본 적이 없는 애인데.
우리의 다독임 속에서 너는 어떤 신음소리도 없이 우리 곁에서 남은 숨을 내어 쉬고, 그렇게 떠났다.
너는 엄살쟁이가 아니었다. 오롯이 견디고 있었다.
누구보다 의연하게 끝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 이제 간다고, 많이 아프지만 마지막을 봐달라고 마지막 울음을 뱉은 것이었다. 

우리 가족이 되어주어서 너무 고맙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서 고맙다.
나에게 작별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건 내 생에 네가 처음이야, 설이야.
당장 네가 없는 매 순간이 나에게 너무 말도 안되지만 그래도 너를 보내주어야 하기때문에, 슬픔은 잊고 추억을 안고살게.
내가 말을 걸 때마다 쫑긋 세우던 그 두 귀를 기억할게.
목욕을 하고나면 수건으로 털어주는 것이 좋은척 내 품에 안겼던 너의 애교를 기억할게.
내가 눈물을 뚝뚝 흘릴 때 내 마음을 다 알고있다는 듯이 나를 바라봐주었던 네 두 눈을 기억할게.
내가 만져줄 때 무어라 꿍얼거렸던 너의 목소리를 기억할게.
너의 두 다리, 꼬리, 희고 깨끗했던 너의 털, 씰룩거렸던 검은 코,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억할게. 
그곳에서 편히 쉬어. 늘 서투르지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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