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는데 차 한 대가 뒤로 졸졸 따라오길래 무서워서 빨리 가려니까 갑자기 운전자분이 차 길가에 세우고 내리시더니 저한테 길 좀 묻겠대요.
저도 이쪽 지리 잘 모른다고 하니까 사실 그쪽 번호 물어보려고 세운 거라고 얘기하더라구요. 전 남자친구 있다고 대답했고요.
그런데 황당하게 남자친구 있는 게 무슨 상관이냐고, 그냥 밥이나 한 끼 먹자는 거래요. 첨엔 저도 웃으면서 "남자친구가 화내요~" 하고 좋게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집요하게 붙들고 안 놔주길래 너무 어이없어서 그쪽이 제 남자친구고 다른 남자가 저한테 똑같이 요구했다고 생각해도 그런 말 하실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면서 엄청 자존심 상한 티를 팍팍 내더라고요.
그러더니 자기가 용기 내서 얘기한 건데 그렇게 하시는 게 어딨냐고, 지금 자존심 많이 상했다고 자기도 아무한테나 이러는 거 아니라고 막 횡설수설하다가 갑자기 제 팔을 덥썩 붙잡고 자기 차 쪽으로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겁니다.
너무 당황해서 막 뿌리치려는데 덩치도 있고, 남자분이라 그런지 힘이 쎄서 그냥 한 손으로 콱 붙들고 가는데도 떨어지지가 않는 거예요. 계속 "그냥 밥 한 끼만 먹어요~" 하면서 차 문 열고 밀어넣으려고 하길래 막 이거 놓으라고 소리지르니까 근처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봤거든요. 그러니까 자기도 부끄러운지 손 놔주길래 그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어요.
혹시나 차로 쫓아올까봐 무서워서 택시 타서 동네 계속 빙빙 돌다가 겨우 집에 들어왔는데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나고 무섭고 잠 설치다가 결국 출근할 시간이 됐네요.
아니 자기가 용기를 냈으면 당연히 상대가 번호를 알려줘야한다는 그 자신감도 뭔지 모르겠고 남자친구 있다는데 집요하게 구는 것도 이해 안 되고 싫다는 사람 끌고 가서 뭐 어쩌려고 한 건지도 모르겠고요..
헌팅하는 사람 쪽은 그냥 자존심 좀 상하는 문제인지 몰라도 여자는 진짜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든요 각종 범죄 관련 뉴스들 머릿속에 막 지나가고 이런 식의 이상한 헌팅 몇 번 당하니까 진짜 스트레스 받아요 더 화나는 건 남자친구한테 이 일 얘기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