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저는 20대 중반에 가까운 여대생입니다. 얘기를 하자면 제 청소년기 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 것 같네요. 많이 길어질 것 같아 죄송합니다. 고등학생 때의 저는 공부, 학교-집 밖에 모르는 학생이었습니다. 성적은 최상위권이었습니다. 좋은 대학 갔구요. 하지만 문제는 당시의 저는 외적인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들 "대학가면 살빠져~" 이러죠? 전 이 말에도 관심이 없었어요. 왜냐구요? 살 찐거에 대해서 빼야 한다는 생각이 없을 정도로 외적인 것에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오로지 공부! 명문대! (중학생 때는 잘 꾸미고 잘 노는 평범한 여중생이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좋은 분이지만..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머리 싸매고 드러누으시는 스타일이십니다. 제가 수능 때 모의고사 보다 훨씬 성적이 안나오니까 바로 머리 싸매고 드러누으셨죠.(제가 중학생 때 공부를 하도 안하니까 바로 "난 너 포기하련다"라고 하셨던 분이셨어요) 공부공부만 외치셨고, 전혀 제 외적인 것에 신경을 안쓰셨습니다. 왜냐구요? 뚱뚱한 딸이니깐요.
참 익명이니까 말하지만, 저는 고등학생 때까지 브래지어가 원래 이렇게 불편한 것인가 했습니다. 전혀 안맞는 걸 하고 다녔거든요. 엄마는 대충 엄마 사이즈대로 사주셨지만 둘레건 컵이건 하나도 안맞았습니다. 팔만 올리려고 치면 그대로 따라 올라가는 속옷. 전 원래 그런 건 줄 알았습니다. 정말 그정도로 엄마는 저에게 공부 외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신발도 그 흔한 컨버스하나 정품으로 사신어 본 적이 없네요. 그렇다고 저희 집이 못사냐구요? 아니요 아주 평범합니다. 단지 뚱뚱한 딸에게 그런걸 왜 사줘? 이런 마인드셨어요. 살 빠지면 사줄게.
대학을 서울로 오고, 저는 180도 변했습니다. 살도 아주 많이 빼서 아주 날씬해졌고, 옷도 잘입고, 어디가서 @@이 예쁘지 이소리는 꼭 듣게됐어요. 참 말하면서 쑥쓰럽네요ㅜㅜ.. 음, 아무튼, 남자친구도 계속 있었구요, 헌팅도 한달에 2~3번은 꼭 당합니다.(제가 많이 차가운 인상인데.. 다들 손 바들바들 떨면서 따시는데 감사할 따름 ㅜㅜ) 확실히 엄마의 간섭하에서 벗어나니까 제 맘대로 모든걸 할 수 있게 됐어요. 옷도, 머리도, 화장도, 그 모든걸 다. 만약 엄마랑 같이 살았으면 전혀.. 안됐을 것 같아요. 근데요, 되게 재밌는게 엄마가.. 이젠 저를 밖에 나갈 때 꼭 데리고 나가려고 하십니다. 예전엔 안그랬는데 말이죠? 엄마가 먼저 "애가 이렇게 뚱뚱해서 어떡해~" 이랬던 분이셨는데..
사실 엄마가 좋아요, 집에 내려갈 때마다 꼬박꼬박 부모님 선물 사가지만.. 엄마한테는 묘하게 마음을 못열겠습니다. 재수시켜달라고 했을 때 "니 정신상태로 어떻게 재수를 해?" 이런 말 하나하나가 비수가 됐었고.. 엄마는 정말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저도 그 마음 이해는 하지만.. 진짜 묘하게 끝까지 마음을 못열겠습니다. 엄마한테 살갑게 잘 못대해요.
근데, 문제는 엄마가 동생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동생은 남동생이고, 사춘기 녀석입니다. 외적인 것에 관심이 많을 시기죠. 근데 엄마는 그걸 저와 비교하면서 동생을 혼내십니다. 물론 동생이 공부를 안해서 그것 때문에 속상해서 혼내시는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 혼내는 방식이 저를 키웠을 때와 똑같습니다. 제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데..
1. 공부 못하는 애랑은 친구도 하지마. 저는 중학생 때 가정환경이 별로 좋지 않은 친구와 친하게 지낸 적이 있어요. 요새는 흔하지만 그때는 참 안흔했던 부모님이 이혼한 친구였어요. 저는 별 신경 안썼는데.. 어느 날 엄마가 "그런애랑 왜 노니?"라고 하시더라구요. 어린 마음에 참 상처였는데,
그걸 오늘 엄마가 동생에게 똑같이 하시더라구요. "@@이? 걔 공부 잘해? 너랑 비슷해?(동생이 공부를 조금 잘하는 편입니다. 아주 잘하진 않아도. 전교 30등?) 그래 아주 끼리끼리 놀지ㅋ 그렇고 그런애들끼리" "##이?(동생이랑 잘 노는 친구입니다) 걔랑 놀지 말랬잖아!!"(걔랑 놀면 많이 시끄럽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리 그래도, 제 동생을 아껴주는 친구들입니다. 걔네가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예요. 그렇다고 가정환경이 불안정한 것도 아니고, 애들이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최상위권도 아닌 애랑 끼리끼리 논다는게 엄마의 불만이죠. 아, 미쳐버릴것 같아요.
2. 누나는 학교다닐 때 교복밖에 몰랐어! 이게 자랑일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학와서 놀랐던게 참 그래도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대학에 온 애들이 어쩜 그리 이쁘던지요. 전 공부만 잘하면 되!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열심히 부단히 노력했던거예요. 교복밖에 모르는게 잘하는건가요?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예쁘고 잘생기고 잘 꾸미고 공부도 잘해야지 공부잘하는 것도 빛을 보는거 같은데.. 엄마는 제 동생을 공부만 잘하는 소위 말하는 찐따를 만들고 싶으신걸까요..?
전 제동생이 저처럼 그렇게 자라는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생일이면 꼬박꼬박 옷 신발 선물해줍니다. 우리집이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닌데.. 왜 저러시는 걸까요.
3. 막말. 너무 심해요. 전 사실 성격이 곱지 못해서, 막말들으면 진짜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그래 내가 더 잘해보겠다! 이렇게 맘먹는 편인데.. 제 동생은 참 유순해요. 그래서 그 말을 그냥 듣고 넘겨서, 그게 더 걱정이예요. 그냥 대충 생각나는 것만 써보자면 "그게 목에 넘어가냐? 뭐 저딴게 태어났어?" 뭐 이런말..? 더 심한 말도 많은데 제가 직접적으로는 요새 안들어서 그냥 넘겨서 잘 기억이 안납니다. 엄마는 저에게 그런 말을 하실 때.. 제가 그런 말은 좀 하지 말아달라. 정말 상처다. 이러니까, 다른집도 다 그러는데 왜 너만 유난이냐? 라는 말을 하셨었어요.
이렇게 세가지로 추려봤어요. 동생이 엄마한테 받을 영향 때문에 걱정이예요. 저만해도 저렇게 많이 스트레스 받았는데, 정말 외적인 걸로도 엄청 많이 스트레스 받았어요. 특히 속옷 관련해서는.. 정말 나중에 충격이었죠 ㅋㅋ.. 저런건 원래 엄마가 다 알려주는건데..
전 제동생이 저같은 삶을 살길 원하지 않아요. (고등학생 때 까지의 제 삶을 말하는 거예요.) 근데 지금 엄마가 하는 행동 그대로를 보면.. 동생도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특히나 오늘 그러시더라구요. 너를 오늘 매로 때려서도 말을 안들은다면 널 포기할거라고. 포기한다는 말, 얼마나 상처가 되는데. 그 말을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들었는데 동생이 똑같이 중학교 1학년인 올해 들을까봐 너무 걱정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