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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못한 편지.
게시물ID : soju_23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nQ
추천 : 14
조회수 : 116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5/08 21:13:22

엄마, 아빠 잘 있어요?
딸은 잘 있어요.

그래, 걱정이 많겠죠.
어린자식놈들 두고 왔으니 얼마나 걱정이 많겠어요.

그래서 울고싶어도 꾹참고, 힘들어도 웃었어요.
혹시나 보고있을까. 보면서 마음상할까봐.

안그래도 곡절많은 인생 힘겹게 사셨고, 마지막까지 힘겹게 사셨잖아요.
생에 못받은 효도, 하늘에서 아들딸 잘 사는거 보고 위안 삼으시라고 열심히 살고 있어요.

생전 그렇게 미웠던 아빠.
이제 알아요.
아빤 나 이뻐했다는거.
동생 오백원 쥐어줄때, 동생몰래 난 오천원 쥐어주고...가끔 만원씩 쥐어주고...

철들어서 처음 잡아본 아빠 손.
그때 느꼈던 감촉. 마음. 아직도 기억해요.

마지막으로 아빠 본날.
아빠는 슈퍼맨이 아니였다는거.

나만큼 작고 마른 아빠보면서 무슨생각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복잡했어요 그냥.

아직도 담배피우세요?
혹시 몰라 담배한대 태워드리는데, 괜찮으세요?

거기서 커피는 어떻게하시나요.
내가 타드린 커피 아니면 안드시잖아요.

아빠 말씀 잘 새겨들을걸 그랬어요.
늘 나보다 어린사람이랑 어울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셨는데...
사람 믿으면 안된다고, 믿은만큼 아플거라고. 믿은만큼 힘들거라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힘든가봐요.


그리고 불쌍한 우리 엄마.
내가 정말 엄마한텐 너무 미안해.
그날 내가 놀러간다고 나가지만 않았어도...
다 내탓이야.
내가 늘 엄마 사진만 보면 가슴이 메여.
사진속의 엄마가 날 보고 원망하는거 같아서 너무 미안해.

엄마가 죽어가는 장면만 수십차례 반복되는 그 꿈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우는 나한테 왜 그렇게 괜찮다고 하는거야.

안괜찮잖아. 무섭잖아. 아프잖아.
다 아는데 왜 그런말을 해.

알아 사실.
내가 어떻게든 합리화시키고 있다는거.
그러면 안되는거 아는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정말 미칠거같아서 그랬나봐.
안그럴께..

가끔씩 꿈에 나와서 밥 먹여주더니, 요즘은 왜 안나와..보고싶어 엄마..

엄마, 아빠 그거 알아요?
내 유일한 소원.

예전처럼. 그때처럼. 네식구 모여서 밥먹는거.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요.

꼭. 지금 현생의 기억 가지고, 다시 엄마아빠와 가족으로 내세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내가 당신들의 부모가되든, 또 다시 내가 당신들의 자식이 되든.

지금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다시 만나고 싶어요.

또 같은 실수 안하게. 또 같은 후회 안하고. 또 같은 슬픔 안느끼게.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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