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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쓰는 나의 짝사랑
게시물ID : freeboard_16245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녕애두라
추천 : 2
조회수 : 13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07 03:41:17



  오랜만에 어린왕자를 읽었어.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어린왕자를 회상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야. 조종사는 어린왕자를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썼더라고. 그래서 나도 너에 대한 짧은 글을 써보려고 해

 

  한 그림 사이트에서 미녀를 주제로 한 그림을 본 기억이 나. 그림판으로 그린 듯 무성의한 졸라맨이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있었지. 제 딴에는 묘사한다고 그루터기에 나무껍질들을 그려놨더라고. 수준 낮은 그림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서툴게 변명하던 작성자의 글이 기억이 나. 작성자는 너무 소심해서 아름다운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사람이 앉았던 의자만 기억이 난다고 했어. 그래서 사람을 졸라맨으로 그려놓고 앉았던 나무 그루터기를 신경 써서 그렸다고 하더라고. 나는 너무 공감이 되서 한참이나 바라봤어. 나에겐 어떤 아름다운 그림보다 그 졸라맨 그림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어.

 

  나는 너를 생각하면 너의 발치가 떠올라. 네가 신었던 검은 단화와 운동화, 그리고 앉았던 강의실 의자들. 4년이 지나 첫사랑은 결국 짝사랑으로 남게 된 지금, 나는 아직도 꽤 많이 너를 떠올려. 왜 너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렇게도 많을까. 왜 너는 명작 동화 하나를 볼 때도 생각이 날까. 왜 나는 너의 웃는 모습을 좋아했지만 너의 얼굴을 떠올리지 못하는 걸까. 나는 네가 새기고 간 발자국의 깊이마저 또렷하게 헤아릴릴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는 밤하늘의 별과 같은 사람이었어. 세상 모든 것들이 가까워지면 선명하고 멀어지면 어르스름하게 빛을 잃어가듯 너도 그럴 줄 알았어. 네가 손 닿을 거리에 있다고 생각했어. 너는 너무 환하게 빛나고 있었거든. 하지만 너는 별과 같은 사람이었어. 너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지만 빛조차 쉬이 닿지 못할 만큼 멀리 떨어져 있었거든. 내가 너에게 손을 뻗었던 날 너와 나 사이의 끝 모를 광활함이 내 숨을 조였어. 나를 질식시켰어.


  이 두서없는 글을 결론짓자면, 나에게 남은 건 너에 대한 느낌 뿐이야. 좋아했던 너의 웃는 얼굴도 떠오르지 않아. 하지만 시 한 편을 읽고 동화 한 작품을 읽을 때 너에게 품었던 감정들은 다시 살아 숨쉬는 듯해. 두근거림과 좌절감, 희망, 절망, 원망. 섭섭하고 안타깝고 슬프고 기뻤던 그 소중한 감정들을 잊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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