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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발發축제]집시
게시물ID : readers_162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고기바지
추천 : 2
조회수 : 29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9/25 16: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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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시
 

 너는 엎드려 자는 나를 깨운다. 밥 먹으러 가자. 하얀 네 얼굴은 눈부시게 빛난다.
 나는 눈동자에 너를 담고 질끈 감아버린다.
  
 너의 집 근처에서 너는 나를 발견한다. 오늘도 우연이야?
 너랑 걷는 등굣길, 자박자박한 발소리가 나를 불렀어.
 하얀 네 손은 아무렇지 않게 내 팔을 낚아챈다.
 축축한 내 손바닥 안에서 리듬을 타는 너의 손.
 하얀 손가락이 둥둥 나를 울릴 때 마다
 뜨거운 나는 하나 둘 녹아내린다.
 
 너는 나의 연인. 사랑스러운 너를 내 가슴에 품어 볼 수 있다면.
 알코올에 쌓인 내 말은 너한테 닿지를 않고, 너는 잠만 잔다.
 
 꿈 속에서는 우리가 손을 잡고 춤을 췄으면 좋겠어.
 정열의 탱고도 좋고 우아한 왈츠도 좋아.
 땀에 흠뻑 젖도록 춤을 추고 난 다음 우리가 키스를 한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거야.
 너는 놀라겠지. 무슨 짓이야? 난 웃으며 스텝을 밟을 거야. 원 투 쓰리. 그렇게 한 곡 더 추고 나면 너는 나를 잊어버리겠지만 무슨 상관이람.
 그 순간 너는 내 것이었는데.
 
 너는 나를 쳐다본다. 우린 친구잖아?
 눈송이처럼 곱고 하얀 네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었어.
 나는 여전히 스텝을 밟으며 빙글빙글 돈다.
 난 대학에 가면 멋진 남자를 사귈 거야. 너도 좋은 남자 만나.
 네 목소리는 리듬을 타고 날아가 버린다.
 리듬은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가고
 눈처럼 차가운 너는 나를 잊어간다.
 마지막 스텝이 끝나고 기절하듯이 쓰러지는 너를
 나는 가슴에 품는다. 입을 맞춘다.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우리한테 꽃을 던지고
 너는 놀란 얼굴로 묻는다.
 
 누구시죠?
 난 웃으며 다시 스텝을 밟는다. 원 투 쓰리. 이렇게 또 한 곡 추고 나면 너는 보이지 않겠지만 무슨 상관이람.
 너를 사랑한 내 마음은 내 것인데.
 열아홉의 너는 멀어지는 나를 향해 맥없이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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