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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발發축제] 길 잃은 남자
게시물ID : readers_162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흑표범어흥
추천 : 1
조회수 : 28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5 22: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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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남자

 

 

비를 맞으며 밤 거리를

어색한 걸음으로 걷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가야할 길을 잃은 듯 

두리번 거리는 모습과

젖은 머리가 왠지 초라해 보인다.

 

길을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에게 물어 보지도 않고

뚜벅뚜벅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있다.

 

낯선 곳 비오는 길을 걸으며 

빨려 들어가고 싶을 만큼 달콤했던

그의 짧은 순간을 떠올려 본다.

 

한 발자국 내딪을 때 마다

주름이 하나 씩 사라지고

비루했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그의 인생을 그를 위해 살았던 때,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길이 아닌

오롯이 자신만의 길을 산책하는 남자가 보인다.

 

"아부지, 밤 늦게 어디서 뭐하는교?"

걸려온 전화에서 들려온 소리에

다시 주름이 생기고 입가가 메말랐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잃은 것이 길 만은 아니었구나 생각하며

원래 가야할 길로 다시 터벅터벅 걸어간다.

 

비에 젖은 발바닥이 제법 축축한지

돌아가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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