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 젊음의 권리
게시물ID : readers_162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약쟁이낙타
추천 : 0
조회수 : 22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6 08:18:57
눈 뜨니 8시 반.
 
오늘도 난 이 젊음 불사르기 위해 이른 아침 직업 전선에 당당히 뛰어든다.
 
나의 애마인 자전거 '락앤롤' (앞에 쉐보레 마크를 달아서 뭔가 귀태가 난다. 산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건만 안장에 흠집이 나서 기분이 매우 안좋다.)
 
을 타고 나의 일터에 드러선다.
 
출근은 아홉시 반까지 이지만 10분 정도 늦었다.
 
역시 자전거로는 조금 벅차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꽤 괜찮은 출근길 아닌가.
 
약국장님과 근무 약사가 날 노려보는 듯 하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속 좁은 기성 세대의 틀에 박힌 고정관념은 날 힘들게 한다.
 
출근 후에 난 총채를 들어 구석 구석 먼지를 턴다. 사실 이 행위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
 
약은 내용물이 중요하지, 겉을 털어서 무엇하랴. 약국장의 지시기에 하겠다만 이런 허례허식은 난 거부하고 싶다.
 
나의 아침 업무가 남았다. 내 자리에 앉아 인터넷을 켠다. 데스메탈 관련 블로그를 한 번 쑥 훑는다.
 
역시 음악은 데스메탈이지. 여자라고 데스메탈을 싫어하란 법 있는가. 나의 젊은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구속 따위 날 막을 수 없다.
 
데스 메탈은 날 살아있게 만든다. 저 화장법과 저 악세사리들. 저 헤어 스타일..늘 언제나 구매욕구에 휩싸인다.
 
사실 며칠전에 해골 무늬의 팔찌를 하나 샀는데 배송이 잘못왔다. 심기가 매우 불편해서 판매자에게 전화를 건다.
 
아뿔싸, 약국장이 또 째려본다. 근무 시간에 약국안에서 왜 전화질이냐며 성화다.
 
꼰대들이란..하루 종일 전화하는 것도 아닌데, 본인은 전화 할 곳도 받을 곳도 없어서 심통이 난 모양이다.
 
까짓거 나가서 받아주마.
 
30분뒤에 난 모든 상황을 종료했다. 어디서 감히 이상한 물건을 나한테 팔려고 하는가. 오늘도 나의 젊음은 활어 마냥 꿈틀댄다.
 
열심히 일을 하니 점심 시간이다. 오후 시간까지 버티기 위해선 든든히 먹어줘야 한다.
 
사실 약국 건물주는 우리 할머니라서 난 근처 할머니 댁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할머니의 맛있는 점심을 먹고, 티비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락의 역사에 대한 프로그램이 나온다.
 
소화도 됐으니 슬슬 일터로 들어간다.
 
이게 왠일? 근무약사가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한다. 저 인간 나이도 있으면서 나한테 꼬리치는게 아닌가 짐짓 생각해본다.
 
"미정씨, 점심 시간을 1시간 드렸는데, 1시간 20분동안 안돌아오시면 어떡합니까..서로간의 약속은 지키셔야죠..그렇죠?"
 
What the...f...화가 난다. 이 사람은 내가 엄마 없이 자라서 은근히 날 보는 눈빛이 늘 동정심에 차있었던 그런 부류 중 한명이었다.
 
근데 뭐? 내가 뭘 잘못해.??
 
할머니 건물에서 세나 내는 주제에 아주 기가 찬다.
 
나는 다짐한다. 이런 같잖은 약국에서 내 젊음을 낭비할 수 없다. 당장 내일 그만 둘 생각이다.
 
할머니께 말씀드려 내 사촌 언니가 있는 호주로 유학을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내 젊음은 충분히 누릴 권리가 있으며 난 내 자유를 충분히 만끽하겠다.
 
 
오늘도 역시 아침 공기는 나를 상쾌하게 만든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