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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가 하기 싫어요
게시물ID : gomin_16292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ltZ
추천 : 0
조회수 : 293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5/19 23:39:58
그냥 제목대로 연애를 못하겠어요. 
연애하는 친구들이 좋아죽어하는 모습보면 부럽기도 하다가도 막상 남자소개받을래?라고 물어보면 절대안한다고 그래요. 차라리 내가 동성애자라거나 남자를 엄청나게 싫어한다거나 하면 이해라도 되는데 그것도 아니에요. 
 
스스로 곰곰히 생각을 해봤어요. 연애나 남자에 대해서 혐오하는 것도 아닌데 왜 연애가 하기 싫을까. 예전에는 그냥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타인에게 사랑받지못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어림짐작했는데 오늘 부모님 싸우는거 보니까 알겠더라구요. 나는 부모님처럼 되기가 싫은거에요. 

정확히 기억나요. 몇 안되는 선명한 어릴때의 기억속, 제가 5살때, 그때는 뭐 암것도 모를때라 우는 엄마옆에서 조용히 블럭놀이를 하고있었어요. 이모가 엄마를 위로해주고있었고 대충 아빠에 대해 얘기하는게 간간히 들렸어요. 그래서 아빠한테 무슨 안좋은일이 생겼나-라고 그땐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다시 생각해보면 엄마는 아빠랑 싸운거였어요. 
그이후로도 두분은 사실 되게 자주 싸우시긴 했는데 제가 초등학교4학년때, 부모님이 아주 심하게 싸웠어요. 엄마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가끔씩 우는소리와 물건던지는소리, 악을쓰는소리만 들렸어요. 평소에는 나한테 말도잘안걸던 아빠가 그날은 참 따듯하게 대해줬어요. 밥은먹었냐, 뭐먹었냐, 어디갈거냐, 그렇게 입고나가면 춥지않겠냐... 그게 너무 좋아서 어린마음에 나는 부모님이 싸우는 게 엄마때문이라고 생각했죠. 아빠는 나한테 이렇게 신경써주는데, 엄마는 내얼굴한번 안봤으니까요. 근데 알고보니 아빠가 도박을했대요. 엄마모르게 통장에서 도박에 쓸 돈을 빼다가 결국 빚도 졌대요. 이미 몇천을 날렸대요. 몰래몰래 안방 문틈사이를 보면 이혼서류 앞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엄마 뒷모습이 보였어요. 
여차저차하다가 결국 그때 이혼은 흐지부지 되버렸어요. 어떻게 해결됐든간에 난 엄마아빠랑 같이살수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점점커갈수록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점점 내가 알지못했던 부모님의 곪은 결혼생활을 보게됐어요. 집에 들어가는게 싫었어요. 어차피 아빠는 술마시느라 일주일에 4~5일은 새벽늦게돌아오시니까 마주치기도 힘들었어요. 중학교때쯤에 아빠에대한 증오가 극에 달했어요. 엄마와 내앞에서 큰소리로 엄마에게 쌍욕을 내뱉은 이유가 엄마가 입원하신 할머니를 큰엄마처럼 정성으로 돌보지않았기 때문이란걸 알면서부터일거에요. 제가 한참 애기때부터 명절날 시골에ㄱㅏ면 늘 할머니댁은 3일, 외할머니댁은 하루 있다 올라왔어요. 어느땐 그 하루마저 안갔어요. 큰엄마가 언제 엄마한테 그랬대요. 

자네, 배려라고 아는가. 지금 삼촌( 큰엄마가 저희아빠를 분르는 호칭이에요)이 매번 다른식구들은 친척들하고 즐겁게놀때 혼자 처가 가느라 못놀지 않는가. 자네가 삼촌 좀 배려해주게. 

뭐 내가 여자라서 좀더 엄마한테 감정이입이 되는걸수도 있지만 내가보기에도 엄마는 좀 불쌍했어요. 4일중 1일마저도 배려라는 이름으로 포기하라니. 이런 대접을 받아오던 엄마한테 아빠는 할머니께 더 잘하지 못한 죄를 물어 엄마에게 폭언을 퍼부었었죠. 그것도 제가 등교전에 밥을 먹던 그 순간에. 아무일도 없다는듯이 제 수저에 김치를 올려주시던 엄마 표정은 잊히지가 않아요.

아빠는 저한테는 참 좋은사람이에요. 물론 솔직히 아빠는 자신이 가진 그 이기주의라는 틀을 절대 버리지못하는 분이에요. 그렇지만 자영업을 하시면서 한달에 하루쉴까말까한 스케줄도 다 소화해내시고 늘 제가 용돈없을까봐 손에 돈 쥐어주시고 예전보다는 더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예전에 그 마냥 무뚝뚝했던 아빠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엄마한테는 늘 같아요.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어떻게 엄마의 친정을 그렇게 무시하는지 저로서도 이해가 안가지만 아빠는 그래요. 아빠가 엄마한테 하는말 듣고있음 제가 끼어들어서 아빠는 지금 아빠 문제점이 뭔지도 모르잖아!라고 소리치고싶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였어요. 실제로 수시 논술보러가기 전날에 한번 껴들었었죠. 그때 다시한번 아빠한테 실망했었지만요.

오늘도 서로 소리지르고 이혼하자고, 갈라서자고 하고 아빠는 캐리어를 꺼내고 엄마는 옷을 던지고..

일주일이 평화롭게 지나간적도 드물어요. 늘 싸우고 소리지르고 없는사람인양 무시하고..

행복한 결혼이란게 있긴한가요? 분명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던 두분은 결국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게됐죠. 난 사실 잘 모르겠어요. 난 엄마도 아빠도 둘다좋지만 엄마아빠가 같이 지내는 이 상황은 사실 저한테 굉장히 스트레스에요. 늘 싸움을 지켜보고도 모른척해야하는 이 상황이 진짜 괴로워요. 남들 사는거보면 좋게들 살던데 왜 우리집은 이런건지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에서 결혼해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나오면 부럽다가도 참 작위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 저런 행복한 결혼생활이 존재한다는거 이해하기 힘들어요. 

결국 누군갈 좋아하고 결혼해봤자 그 끝은 저러할거라는걸 아니까 시작조차도 하기싫은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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