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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맞이 특집] 오늘의 망상
게시물ID : phil_162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틸하트9
추천 : 2
조회수 : 650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8/02/02 23:16:23

1.
삶은 참...고통의 연속이로군요. 아니 인간의 언어로는 차마 이 참담한 고독과 번뇌를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한 10년 전이 안됐을까요... 차에 치인 것 같아 보이는 새끼 고양이를 집에 데려왔던 날이 문득 생각납니다.
도로 위에 누워 있는 조그만 새끼 고양이가 너무 힘이 없어 보이길래, 차에 치일까봐 걱정돼서 차를 세우고 데리고 왔었죠.
뭐라도 먹여야겠다 싶어서 편의점에서 우유를 하나 사갖고 왔는데 먹질 않더군요.

그래서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이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가망이 없다고...얜 어차피 죽을 테니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고 하더군요.
(주사약값으로 2만원이 들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선행?의 대가였죠...이런 표현 쓰는 것도 참 웃기지만...)
고양이의 눈을 봤는데 이미 눈에 초점이 없는 와중에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고양이 눈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상하게 정말 슬픈 것 같은데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왜 이러지? 이게 뭐지? 이런 때 써먹을 수 있는(?) 감정을 학습한 적이 없어서인가? 라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니면 제 뇌가 그냥 슬퍼하지 않기로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뇌가 본능적으로 '(앞으로의) 생존에 도움이 안되는, 지나치게 슬프고 아픈 감정'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었던 건가...
요즘 제가 빠져 있는? 뇌과학이나 진화론 쪽에서 생각해 보면 그런 것일런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긍정적인 마인드란, 뇌가 나더러 잘 살고 잘 번식하라고 주는 일종의 보상이고 마약이니까요. 

아무튼 그때 고양이를 보내고 난 이후였는데...우연의 일치였는지 그때 이후로 저는 점점 매사에 점점 흥미를 잃어갔던 것 같습니다.
아마 청년기가 끝나가는 시점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죠.
사는 게 참 별거 아닌 것 같단 생각도 들었고요.
살고 죽는 건 마치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거나 마찬가지일진데, 지옥의 아귀마냥 서로 물어뜯고 밟아가면서 위로, 위로 올라가려 애쓰는 군상들, 또는 보다 안정적인 불로소득 연금 타먹는 노후 생활을 위해 오늘 하루치의 고난을 감내하는 삶이 '정말로' 부질없게 느껴졌습니다.
그전까지는 말로만 그랬다면 정말로, 피부에 와닿았다고나 할까요.

저는 사람보다는 동물들의 삶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삶이란 정말 크게 잘못한 존재들이 일정 기간 온갖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일종의 수형 기간이 아닐까? 하고요.
동물들은 자기 삶과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거나 비애를 느끼거나 스스로 자기 연민에 빠지지는 않는다고들 하죠.
사실일까요? 사실이기를 바랍니다. 인간보다도 열악한 삶을 감내해야 하는 그들이 인간과 같은 복잡하고 불필요한 자기 인식을 갖고 산다는 건 가히 지옥일 거예요.

가끔 가다 이렇게 기분이 쭈욱 가라앉을 때는, 마약 빠는 사람들에게 공감이 갑니다.
실제로 기분이라는 건 신경 전달물질의 작용이죠. 영혼이고 나발이고 그런 거 없어요.
타이레놀 두알만 먹어도 지금 제 이 기분은 금방 좋아집니다.
정말이지 신화와 망상이 날아가버린 세상은 인간에게 공허하기 이를 데 없죠.
나 자신에게서 혹세무민스런 수쳔년 묵은 썩은 망상 찌끄레기 따위를 제거해 준 이성과 과학에 대해 고마워 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약간 원망스런 마음마저 생기곤 합니다.
망상 속에서 사는 건 어정쩡하게 깨어 있는 것보다는 훨씬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삶에 대해 '진지한' 사람은 결코 행복 따위 수준 떨어지는 것을 추구하진 않죠.
진지한 사람이 우월한 사람이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오해 마시길. ㅎㅎ 오히려 너무 진지한 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아요.



2.
페미니즘이 썩어빠진 정치적 망상 찌끄레기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즘 까기도 일종의 진부한 국민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썩은 망상을 뻔한 논리로 짓이기는 꼴이죠. 어떤 경우엔 피로감마저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저도 가끔은 그런 걸 느끼니까요.
현실 속 공산주의도 그렇게 망했죠. 얼핏 생각해 보면 거대한 시체 더미와 피바다, 뒤룩뒤룩 살찐 관료귀족들을 빼고 남은 게 없어 보여요.
공산주의와의 체제 경쟁 덕분에 자본주의가 최소한 '짐승의 자본주의' 수준은 벗어날 수 있었고,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에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자본주의를 긴장시키으로써 역설적으로 자본주의 체제 하의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해 줬다고들 하죠.
지금 한창 핫한 페미니즘은 왜 이다지도 유행하는 걸까요?
철게의 일부 현인들께서 추측하시는 것처럼, 고리타분하지만 효율적인 divide & rule을 위해 기득권과 쁘띠 부르주아 (여자) 엘리트들이 짜고 치는 또 하나의 갈라치고 분열시키기 스킬일까요? 우매한 것들끼리 서로 혐오하고 물어뜯느라 정작 진짜 착취 세력인 관료 귀족, 재벌 금권을 쳐다볼 생각도 못하게 하는?
어느 쪽이든, 저의 인간 혐오, 한꺼풀만 벗겨놓으면 동물의 서열은 저리 가라 할 더러운 수직적 위계가 자리잡고 있는, 지리멸렬하고 남루한 삶에 대한 원초적인 혐오를 증폭해 주는 역할은 아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주말을 앞둔 밤에 기분이 무척 더러워요.

고타마 붓다는 타트하타(여여함, 있는 그대로의 것)를 설파했다는데 그 여여함이라는 건,
저렇게 서로 부대끼는 짐승만도 못하게 사는 무리들에게 어떠한 '인간적인 기대'도 갖지 말라고 말하는 걸까요.
나는 저들과 다를까요? 나는 저들과 처한 상황과 위치가 달랐을 뿐, 나 또한 저들의 자리에 있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까요?
세상을 혐오하는 찌질이가 자기 자신도 공평하게(?) 혐오한다고 해서 그게 어떤 도덕적 면책이라도 될까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어느 F1 그리드걸의 목소리가 정말 외롭게만 들립니다.
"나는 레이싱이 좋아서, 레이서들과 팬들의 환호 속에서 일하는 게 정말 좋아서 이 일을 하고 있을 뿐이예요."

나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정말 싫습니다.
왜 이런 몰상식하고 더러운 짓거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무슨 대단한 도덕적 명분이라도 있는 양 포장되어 자행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너희들의 아랫도리조차도 친절하게? 내가 관리해 주겠다며, 하잘것 없는 포르노 싸이트도 유해 싸이트로 분류해서 막아놓는 꼴통스런 신정국가에 사는 신민?으로서는 참 사치스런 헛소리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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