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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비참했던 IMF 직후의 상황들
게시물ID : economy_163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18
조회수 : 2351회
댓글수 : 44개
등록시간 : 2015/12/26 14:22:07

1997년 우리나라는 IMF 구제 금융 사태를 맞게 되었죠.

 

그 당시, 수많은 기업들이 잇따라 망하는 바람에 자그마치 400만 명이나 되는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들 중 상당수가 지하철역으로 몰려가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노숙자가 되었지요.

 

아무도 그들을 받아주거나 돌봐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집에서 대학교까지 통학을 하던 1998년, 기차를 타려고 영등포역으로 가면 온통 대합실에 노숙자들로 가득 찼던 광경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1997년과 1998년 사이, 우리나라의 자살자는 무려 2만 명이나 되었지요.

 

회사가 망해서 해고당하자, 도저히 생계를 이을 수 없어서 가난과 절망에 빠졌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입니다.

 

이때,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자살하자 급기야 정부에서는 각 언론사들에 자살 관련 보도를 하지 말라는 엠바고 지시까지 내렸습니다.

 

자칫 다른 사람들도 자살 관련 언론 뉴스들을 보고서 공포와 절망에 빠질까봐 한 조치였죠.

 

아울러 실업자 대부분은 한 가정의 남편과 아버지였죠.

 

그들이 갑자기 해고당하는 바람에 수많은 가정들이 파탄났습니다.

 

많은 아내들이 남편과 이혼을 하고 헤어졌으며, 그나마 가정을 지키려던 아내들은 해고당한 남편 대신에 직업을 구해 거리로 나갔는데, 남편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고 더 힘들게 일했지요.

 

그리고 이때부터 우리나라에는 정규직 대신에 짧은 기간만 일하고 곧바로 해고당하는 비정규직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바로 회사에서 쫓겨나는 비정규직.....

 

그나마 비정규직이라도 구한 사람들은 "집에서 노는 실업자보다는 낫다."라고 스스로를 달랬지요.

 

하지만 비정규직은 결국 일할 수록 가난해지는 이른바 워킹푸어에 불과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생활에 필요한 부분에 몇 번 쓰고 나면 다 사라질 만큼, 낮은 임금이었으니까요.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렇게 현실의 삶이 지옥 같았는데, 국민들은 누구 하나 국가나 정부에 대해 불만도 반항도 하지 않고 그저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이런 일을 당한 거야. 세상이 이런데 뭘 어쩌겠어?"하고 당하면 당하는 대로 노예처럼 살았죠.


길거리에 노숙자와 실업자들이 그토록 즐비했는데, 어떤 항의 시위나 봉기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착한 건지, 아니면 국가를 지탱하기 위해서 국민들은 노예나 가축처럼 희생되어야 한다는 국가주의 사고관에 너무나 철저하게 세뇌당한 탓이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덧붙여: 이제 IMF 구제 금융 위기로부터 18년이 지났습니다.

 

과연 지금은 그때와 다를까요?

 

저는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인데, 그 자살의 원인 1위는 바로 경제적 빈곤 때문입니다.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해도 도저히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결국 허무와 절망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거죠.


하지만 자살자들의 이야기는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습니다.


왜냐? 하루에도 30~40명씩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계속 자살을 하다보니, 이제 더 이상 가난해서 자살한다는 소식이 전혀 신기하지 않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으니까요.


현재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취업과 자기집 마련과 연애 및 결혼 등의 세 가지를 포기한다고 하여 삼포세대라 불리고, 노인들은 절반이 빈곤층일 정도로 궁핍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TV를 보면 온통 사치와 향락에 쩔어 즐거워하는 재벌과 연예인들의 애정 놀음을 다룬 드라마들만 잔뜩 나옵니다. 


제가 그래서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 드라마들을 잘 안 봅니다.


어쩌다 가끔 보면 "나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힘들게 사는데, 도대체 저것들은 뭐하는 거지?"하는 짜증만 나서 곧바로 TV를 꺼버립니다. (김수현과 전지현이 나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도 그래서 중간에 보다가 부아가 치밀어서 꺼버렸죠.)


아니면 TV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온통 어디어디 맛집이나 음식 이야기들.......


지금 우리나라가 재벌과 연예인들로 가득 찬 드라마나 아니면 맛집 음식 이야기에나 빠져 있을 정도로 한가롭고 평화로운 상황인가요?


얼마 전 공중파와 신문들을 비롯한 언론 매체들은 온통 몰카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더군요.


저는 그 기사들을 보고서 하도 한심해서 웃음만 나왔습니다.


몰카 이야기는 성인 주간지에서나 다룰 가십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에 불과한데 말이죠.


그런 가십거리나 선정적인 몰카 이야기 대신에, 매일마다 30~40명씩 자살하는 사람들의 비참한 사연을 뉴스들이 다루었다면,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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