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며 매년 한두번씩은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매달 수차례 대기업의 비리나 관련 업체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는데
어째서 끊임 없이 대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말이 나올까요.
어째서 대기업은 분명하게 살아 있는데
나날이 우리의 삶은 분명하게 힘들어져 가는 것일까요.
다수가 힘들게 사는 이유, 그 근간에 있는 문제는 수입일 것입니다.
최저 임금은 본디
"그 이하로 주지 말아라." 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이상은 줄 필요가 없다."
가 되어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삶의 질이 높아지는데 있어
수익이 높아져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라면,
최저임금이 높아져야 우리의 삶도 나아지고
7,000원, 8,000원, 이왕 올리는거 만원돈 정도로 확 올리면 확 나아지겠구나
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기업은 무조건 최저임금 이상으로 주는데 어째서 최저임금을 논하느냐
라고 하실수도 있습니다. 잘 지키고 있는데 말이지요.
자, 실제로 우리 주위에 있는 앞집, 옆집, 윗집, 뒷집, 혹은 친척들의
대부분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일자리를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가까운 구로디지털단지만 보아도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형공장의 99%가 중소기업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수 많은 중소기업들의 70% 이상이
대기업과 직간접적으로 갑을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그 안에 속하지 못하는데 큰 돈을 번다 싶으면, 대기업이 잡아 먹게 되어있습니다.
자, 대기업A에서 10만원짜리 제품을 판매중입니다. 이는
마케팅비 + 인건비 + 원자제비 + 생산비 등등 수도 없이 많은 계산하에
10만원이라는 가격이 책정되어진 것이고, 당연하게도 마진, 수익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대기업A는 당연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며, 이 나라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16년, 마진, 수익을 늘리기로 하였습니다. 최저임금을 잘 지키고있는
대기업A는 이미 빠듯하게 짜여져 있는 소비자가 10만원짜리 제품에서
마진을 늘리기 위하여 무엇을 결심할까요?
10명이서 만들던걸 9명이서 만들게 하던가
100개가 들어있던 내용물을 80개만 넣던가
5만원짜리 부품을 4만원에 만들어 생산하던가
등 순식간에 떠오르는 간단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 모두는 대기업 뿐만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쓰는 방식이며, 우리 소비자들이 항상 당해왔던 방식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 물론 대기업의 입장에선
아무런 문제거리도 아닙니다. 말 몇마디와 서류 몇장만 오고가면 끝이니까요.
대기업A의 10만원짜리 제품에서 5만원짜리 부품은 중소기업B에서 하청을 받아 만드는 제품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4만원에 납품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때 중소기업B에서는 선택권이 몇가지 있습니다.
치사하고 더러워서 대기업과 손을 끊는다.
부품의 질은 떨어지더라도 4만원에 해줄 곳 널리고 널렸고, 어디는 3만원에 해준다더라, 거기가서 하라고 한다.
4만원에 만들어 넘겨도 손해지만, 각종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든다.
4만원에 만들어 넘겨도 손해지만, 각종 부채상황 때문에 도산을 피하기 위해 마이너스 수익이라도 거둔다.
이 선택권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주 현실적인 선택권 입니다. 자, 문제는 위의 2가지 즉, 대기업과 손을 끊으려는
과감한 시도는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2가지 선택권의 결과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중소기업B는 울며 겨자먹기로 5만원짜리를 4만원에 납품하기로 합니다.
중소기업B의 5만원짜리 부품에도 인건비 + 전기세 + 원자재 등의 수 많은 비용들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전기세는 줄일 수가 없는 것이고 원자재 역시 올랐으면 올랐지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고 봐야겠습니다.
아! 그렇군요. 인건비를 줄이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이 되겠습니다.
10명이서 만들던 것을 9명이서 만들게 시키거나
10명이서 만들게 하되 9명 분의 인건비만 지출하면 되겠군요.
그렇게 중소기업B는 대기업A에게 5만원짜리 부품을 성공적으로 4만원에 납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조만간 3만 5천원에 납품해야 하겠지만 말이죠, 그때되면 8명이서 만들게 하거나
10명에게 8명 분의 임금만 지불하면 되니까 걱정 없습니다.
아, 물론 저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면, 대기업이라는 굵직한 거래처를 잃거나,
규격 이하의 부품을 납품하거나 4만원을 벌기 위하여 5만원을 쓰다가 부도처리가 되어
사원들은 실직 + 임금 체불로 거리에 나앉고 사장은 실상은 더 많이 벌어지지만
뉴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 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이 추운날 서울역에 서서 담배 한가치를 빌리거나 소주 한병을 살 돈을 구걸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서울역의 텃세를 이겨낼 수만 있다면 말이지요.
방금 중소기업B가 이를 악물고 5만원짜리를 4만원으로 낮춰 납품을 하거나,
도산을 겪는 시나리오를 보셨습니다.
자,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중소기업B는 사실, 대기업A에게
5만원에 납품하던 부품에서 2만원짜리 부품이 중소기업C에게 납품을 받고 있었다는 것 입니다.
대기업A의 마진, 수익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B,C의 피눈물 나는 시나리오를 보셨습니다.
더 끔찍한 문제는 실상은 대기업A의 10만원짜리 제품에
수십, 수백개의 중소기업이 얽혀 있다라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수십, 수백개의 중소기업에는 여러분의 주변인, 혹은 여러분이 다니고 있다라는 점 입니다.
만약, 아주아주아주 아~~~주 만약, 지금 당장 최저임금이 10,000원이 된다면,
그야말로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지거나, 지금도 구린데 더 구린 대기업A의 제품을
10만원에 사서쓰게 되는 상황을 몸소 겪게 될 것입니다.
편의점이라고 다를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점주라는 중간노예를 모집해서 손안대고 코푸는 대기업의 것 인데요.
그렇다고 모든 중소기업들이 피눈물을 흘려가며 납품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 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서 한자리 하시던 분들이 나와 차려진 곳들이고
그 대기업의 사생아들은 중소기업의 탈을 쓰고,
똑 같은 방법으로 또 다른 중소기업을 등쳐먹고 있으니까요.
물론, 최저임금이 낮은 이유의 100%가 대기업의 책임이며 위와 같은 이유가 전부라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대기업이 이나라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위와 같은 상황이 전부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대기업 덕분에 최저임금을 올려봐야 피눈물 나는 것은 우리들이며, 중소기업이라는 것 입니다.
사실, 대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것은 맞습니다.
수 많은 기업과 업체들이 얽혀있고 그 기업과 업체들에 우리들이 일하고
월급을 받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썩다 못해 피고름을 흘리는 대기업을 살리기 위하여 수 많은 패악질과 정경유착을 용인하고
국민들이 대신 피고름을 짜가며 대기업의 제품을 "애국"이라는 미명하에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대기업이 10만원짜리를 9만원에 만들기 위하여
국민이 7만원짜리를 10만원에 살 필요는 없고
10명이서 만들어야 할 것을 9명이 만들거나
10명이서 만드는데 9명의 임금을 받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10~15년 전쯤 디자인 업계의 신입 월급이 80~150만원 사이였습니다.
10~15년이 지난 지금, 디자인 업계의 신입 월급은 80~150만원 사이입니다.
지금 당장 시급 10,000원이 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다수를 위해 대기업을 향한 합리적이고 분명한 규제가 확립되고 이는 분명하게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2줄 요약.
- 이, 혀, 식도, 위, 장, 대장, 항문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데 진수성찬 차려 놓을테니 쳐먹으라는 개소리 하지 마라-
- 최저임금 문제는 물론, 이 나라의 수도 없이 많은 무제의 근간이 현 대기업 덕분이다-
특별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