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우리 고등학교다닐때 참많이 놀았지
가끔 기분내키면 내키는데로 학교도 땡땡이치고
월담해서 떡볶이도 먹으러다니고
선생님들도 우리보고 껌딱지라고 그만좀 붙어다니라고 하시기도했고
고등학교 3년을 꾸준히 전교 밑바닥을 깔면서 같이 놀았잖아
그리고 넌 나는 갈수없는 특별한 전형으로(알아볼까 자세히는 안쓰겠습니다.)
인서울 4년제 대학교를 들어갔고,
난 그렇게 대학을 포기한채 고졸이란 최종학력을 남겼지
넌 대학을 가고 난 취업을 하고
학교다닐때만큼 자주 많이는 못보지만
그래도 얼굴까먹을때즈음 되면 만나고
생사물어볼때즈음되면 연락하고
그만큼 친하고 동거동락했으니까 오랜만에 봐도
어제 만났던것처럼 편했지
그래 나 취직했어
비록 아직은 경력이 없어 시간제 강사이긴하지만
일도 편하고 대우도 잘해주고 무엇보다 내가 만원이 넘는 시급을 받으면서
하고싶은공부도 하면서 경력도 쌓을수 있는 직업이라서
사람들이 나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게 벅차서
나는 나름 자랑스러웠다
취직되고나서
너한테 제일 먼저 연락했어
아 맞다 엄마. 엄마빼고,
대우도 좋다 돈도 경력없는 스물한살치곤 많이 받는다
그동안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던거같다 등등
어찌보면 내자랑 밖에 안했었네
내심 니가 잘했다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수고했다고 해주길 바랬던지도 모르겠다
근데 내얘기를 다 듣고나서 딱한마디 하더라
"왜 그런일을 널시켜? 나같은 애가 해야지"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였어
넌 은연중에 너는 인서울 4년제 알아주는 학교 학생이고
난 고졸이니까 급을 나누고 있었구나
난 니가 혹시라도 지방에서 올라와서 학교생활 적응못하면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너는 나를 아예 다른세계사람 취급하고 있었구나
생각해보니 우리 졸업하고나서
항상 먼저 연락하고 먼저 만나자고한건 나였네
넌 티를 냈는데 나만 몰랐던건가?
근데 친구야, 니가 모르는 것 같아
나 학교졸업하고 대학도 안가서 앞이 깜깜했을때
대학간 너희들 엠티다 신입생환영회다 술먹고 성인된거 즐기고있을때
스펙도 없이 자격증도 없이 그냥 깡하나로 밀어붙여서
작은 중소기업들어가서 생판 해보지도 않은 사무직 일하면서 사회생활 배웠다
알바나 하면서 흥청망청 시간버리고 싶지않아서.
그렇게 4개월 다니다가 너무 나랑 안맞는거같아서 퇴사하고
다니면서 모아놓은 돈이랑 국비지원신청해서 나오는돈 합쳐서
내가 원하는 길 찾아 가겠다고 미친듯이 공부했어
그렇게 반년동안 내가 이수한 교육이 네개
교육 들으면서 딴 자격증이 세개야
교육받으면서 알게된 고마운 선생님밑에서
돈한푼 안받고 왕복 세시간거리를 왔다갔다하면서
경험 쌓는다고 배웠고
그 쌓아놨던 경험 인정받아서
120개가 넘는 이력서 넣고
30개가 넘는 직장 면접보면서
겨우 일하게된곳이야 내가 지금있는자리가
4년제 대학다니는 너는 아직 과제에 학점에 바쁘게사는데
난 분수에 안맞는 직장에서 일하는것 같아서 혹시 기분이 별로였니?
내가 니입장이 되서 반대로 니가 취직을하고 내가 대학을 다니고있다고 생각을 해보기도했는데
나였으면 수고했다고 술한잔하자고 축하해줬을거같다
나만 친구였던거 같아
니가 등급 수능성적 다 무시하고 오로지 특별전형만으로
대학 들어갔을때도
분수에 안맞는 대학들어갔다고 생각한적 한번도 없고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해줬어
학기초에 무수히많은 신입생들의 술자리에
니가 밥먹듯이 외박을 하는걸 보면서도
혹시나 질나쁜선배가 너에게 나쁜생각을 품고있지 않을까 걱정했고
한편으론 학교에 잘적응해가는거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난 아직 니가 내 제일 친한 친구고
21년 살면서 제일 즐거웠던 시절을 같이한 제일 잘 맞는 소울메이트야
너는 날 이렇게 생각 안할지도 모르지만
난 졸업후에 내 살길 찾느라 남은 친구가 너밖에 없어서
더 애틋했고 내가 혹시 너에게 이런말을 한다면
우리 관계가 회복되지 못할거같아 비겁하게
이런곳에나마 글을 써봐
혹시라도 이 글을 읽게된다면
알아줬으면 좋겠어
며칠전 니가 했던
그 한마디가 나한텐 너무 상처가 되서
계속 맴돌아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