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시판에서 기도하겠다는 말을 할 수는 있다.
허구의 위로라도 필요할 때는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는 '종교'게시판.
이곳에서 개신교 신에게 기도하는 것에 대해,
그 허구성과 비실효성을 언급하면 공감능력 결여일까.
오히려 왜 그 신이 승객들을 지켜주지 않았는지,
왜 구원파 신자라는 회사와 선원들의 손을 통해
사람들을 구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 공감능력 결여일까.
엘리 위젤의 '흑야'라는 소설이 있다.
신앙심 깊은 한 유대인 소년이 나찌 시절 수용소를 거치면서
신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내용이다.
그 소설에서, 탈주 기도로 잡힌 유대인들이 교수형을 당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은 나이 어린 소년이라서
교수형 밧줄에 매달리기엔 체중이 너무 가벼운 나머지
금방 죽지 못하고 밧줄에 매달려 오랜 시간 고통 받다가 죽는다.
그러자 그 공개처형을 보고 있던 유대인 동료가 질문을 던진다.
신은 어디 있지?
주인공이 마음 속으로 대답한다.
내 신은 죽었다. 오늘 저 교수형대 위에서.
그리고 연말이 되어 유대인들의 가장 큰 명절 하누카가 되었을 때
모든 유대인들이 한 장소에 모여 엎드려 기도하는데
주인공 소년은 엎드리지 않고 서서 그 엎드린 사람들을 둘러본다.
고통의 순간,
누군가가 전지전능한 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할 때
그 전지전능한 신이 왜 그 고통을 허락했냐고 물으면 공감능력 결여일까?
나이 어린 아이가 죽은 초상집에서는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서는 이야기할 수 있다.
어떤 신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그게 공감능력 결여일까?
나는 세월호 임시게시판에 그런 글을 쓰지 않았다.
종교게시판에 썼다.
종교게시판은 글을 써도 외부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와서 보지 않는 한 그 글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종교게시판에 일부러 찾아오는 소수로 한정된다.
그런 곳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하는 이유가 뭘까?
패션게시판에서 패션 이야기를 하고
동물게시판에서 동물 이야기를 하는데,
종교게시판에서 신의 전지전능함에 대한 의문을 이야기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분명하다.
신자들도 그걸 안다.
그래서 못 쓰게 하려는 것이다.
신은
무능력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