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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카페에서 있었던 일로 아직 마음이 답답해요
게시물ID : baby_163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뽁뽁뽁
추천 : 11
조회수 : 1049회
댓글수 : 33개
등록시간 : 2016/09/16 00:35:54
6살짜리 아들 하나 키우는 아빠입니다.
둘째 출산일이 다가와서 이번 추석엔 시골도 못내려가고 긴 연휴 보내고 있어요.
애기 엄마 집에서 편하게 쉬라고 애 데리고 근처 키즈카페 가는길에
평소 아들녀석이 친하게 지내고 같은 유치원 같은 반에 다니는 동갑내기 여자아이도 같이 합류시켰습니다. 
여자아이 부모님이 가게하시는 분들이고 우리애도 이 친구랑 잘 노는 편이라 제가 같이 데리고 갔어요.

명절날 집에서 지루해하던 녀석들이라 키즈카페 풀어놨더니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잘도 뛰어 노네요.
오늘따라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좀 여유롭게 앉아서 애들 간간이 보면서 있었어요.

두시간 채우고 다시 두시간 연장하고선 핸폰보고 있는데 앞에서 알짱거리던 녀석들이 5분이상 안보이길래
찾으러 다녔죠(사람들이 많이 없긴 했지만, 키즈카페가 좀 커서 여기저기 봐야됩니다) 
조금 구석진 곳에서 이 두녀석들만 놀고있었는데, 키즈카페 스텝중 한 남자분이 제가 데리고온 여자아이를 
껴안고 토닥토닥 하고 있네요. 좀 당황스러웠어요. "이거 뭐지?"라고 생각되면서 곧바로 애들한테 가서 살폈더니
그 스텝분이랑 괴물놀이 같은걸 하고 있었나봐요. 느낌이 좀 찝찝했지만 아무말 않고 애들옆에 앉아있었어요.

한 20분쯤 같이 앉아서 놀았는데, 스텝분은 제가 오고나서부턴 애들이랑 놀지도 않고 아무말도 없이 핸드폰보다가
3-4분쯤 후에 자리를 떴어요. 제가 앉아서 애들이랑 같이 노는동안 왜 제가 기분이 나빠졌는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예상치못한 광경에 제가 아직 당황하고 있었던게 큰 이유였고, 가능하면 나쁘게 해석하지 않으려 생각을 가다듬었어요.
그리고는 여자애한테 "아까 그 삼촌이 혹시 억지로 껴안았니?"라고 물어봤는데 하도 해맑게 "아니요"라고 해서 조금 안심을 했어요.

그로부터 30분쯤 지났어요. 그 키즈카페의 한 놀이공간은 스텝들의 도움을 받아야 애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여자애가 그 공간에 들어갔고 스텝들의 도움을 받아 자기차례가 끝나서 밖으로 나오는 타이밍에 제가 그 앞에 서있었어요.
근데 아까 그 남자스텝이 여자애와 장난을 치는건지 자기옆에 애를 앉히더니.. 오른팔로 애 어깨를 감싸고 애 턱을 오른손으로 잡고서
볼에다 뽀뽀를 하네요. 바로 앞에 다른 남자스텝 두명도 있었고, 제가 보고있는것도 뻔히 보이는 곳입니다.


아.. 순간 화가 솟아오릅니다. 30분전의 그 애매한 기분나쁨도 갑자기 확 살아나서 같이 더해지네요.
한동안 어이없어서 멍했네요. 머리속이 너무 복잡했어요. 
사실 사랑가득한 시선으로 보면 별일 아닌 장면일수도 있어요. 근데 이건 정말 아닌것 같더라구요.

저는 딸을 키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여자아이의 부모도 아니에요.
근데도 엄청 기분나빠지더라구요. 

그 스텝분을 불렀습니다. 
옆에 있던 스텝분들도 같이 오더라구요. 

나 - 애들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스텝 - 네?
나 - 방금 애 뺨에 뽀뽀했어요?
스텝 - 아.. 애가 먼저..
나 - 오해받을 행동 하시면 안되죠!
스텝 - 아.. 죄송합니다.
...
스텝 - 오해받을 행동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 - 애들 좋아하는 사람들 있어요. 귀여워서 그럴수도 있구요. 근데 지금 행동은 아닌것 같아요. 주의하세요.
스텝 - 네, 죄송합니다.


제가 계속 보고 있었는데, "애가 먼저.."라고 얘기하는 건 거짓(당황해서 나온 변명 같은)이었어요.
여자애가 성격이 활발하고, 밝고, 낯가리지 않고 활동적이긴 하지만 첨 본 삼촌에게 뽀뽀하는 애는 아니에요.

마치는 시간까지 한시간동안 아주 기분나쁜상태로 있었습니다.
가만 앉아서 생각할수록 찝찝하게 기분이 나빠지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애 뺨에 뽀뽀할때 솟아오른 짜증을 그대로 그자리서 뱉어냈어야 했지만
타이밍을 놓쳐서 막상 스텝분과 얘기할땐 좀 차분해져 버린 제 자신에게도 화가 난 상태였어요.

이대로 아무일 없던듯이 집에 가는건 아닌거 같아서, 마침 사장님이 지나시길래 잠깐 얘기하자고 했습니다.
화는 나있는 상태이지만 이상하게 차분해진 상태였어요.(저는 쉽게 화 못내는 이런 제가 싫어요ㅠㅠ)


나 -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었다.
사장님 - 죄송합니다. 기분 나쁘셨겠네요. 혹시 모자쓴 친구인가요?
나 - 네 맞습니다.
사장님 - 그 친구가 애들을 워낙 좋아하고, 애들도 잘 따라요. 별 뜻 없었을 겁니다.
나 - 그런 성격의 사람들이 있는건 저도 이해합니다. 근데 여기 스텝인데 그러면 안되죠.
     애가 안아달라고 달려들어도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겁니다.
사장님 - 맞습니다. 여기선 그러면 안되죠. 저도 딸키우는 입장에서 고객님의 마음 충분히 이해됩니다. 죄송합니다.
          스텝들 교육 다시 시키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나 - 저는 이 여자아이의 부모가 아닙니다. 잠시 맡아있어요. 돌아가는길로 애 부모에게 이 일을 그대로 얘기하겠습니다.
     아이 부모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30분 전에 저 방에서 일어난 일이니, CCTV 확인해 보십시오.
사장님 - 네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사장님은 그 직원의 이름을 부르면서 회의실 같은곳으로 데리고 들어갔고 저희는 시간이 다되어서 나왔습니다.

바로 주차장으로 가서 애들 자리에 앉히고 벨트 매놓고 차 뒤에서 담배한대 태우면서 애들 부모님께 어떻게 얘기하지 생각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주차장으로 와서 차에 시동걸더니 바로 퇴근하시네요.
CCTV 안봤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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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6세 아들이랑 아들의 여자아이친구를 데리고 키즈카페 감
2. 남자스텝 한분이 여자아이를 껴안고 토닥거리는 장면 목격
3. 동일인 남자스텝이 다른 장소에서 여자아이의 뺨에 뽀뽀하는 장면 목격
4. 남자스텝에게 주의 주고 사과받음
5. 카페 사장님께 얘기하고 사과받음


보는 사람에 따라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보호자 입장에선 당황스러워서 쉽게 화를 낼수도, 그렇다고 그냥 지나기에는 찝찝한
스텝분의 애매한 행동, 거기서 제 마음의 소리에 따라 화를 내지 못하고 차분하게 항의하고 차분하게 사과받고 차분하게 넘어가서, 
그래서 제가 지금 마음이 답답합니다. 

아이 데려다 줄때까지 아이 부모님은 바빠서 얘기를 꺼내진 못했지만 내일 꼭 얘기하려고 합니다.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거면 차라리 다행이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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