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자극적인 사진도 첨부되어 있습니다.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아무 데도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이 곳에 글을 올립니다. 제발 억울한 여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세요. 간곡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삼일 전인 7월 12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 날 저희 부모님은 여름이를 데리고 한적한 하상 공원으로 산책 겸 소풍을 가셨습니다.
사건 이후 어제 찍은 현장 사진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인적이 드물다 못해 거의 없는 곳이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며칠 만에 산책이라 여름이는 많이 신이 나서 여기저기 누비고 다녔습니다. 저녁 6시 경쯤 되어서 산책을 마치고 집에 가려던 중이였습니다. 어머니는 여름이를 차에 태우기 전에 여름이의 발을 닦아주기 위해 여름이의 목줄을 잡은 상태에서 차 문을 열고 물티슈를 찾고 계셨습니다. 여름이는 차 옆 바닥에 오도카니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어머니가 들고 계시던 목줄이 누군가 잡아당긴 것처럼 팽팽하게 당겨졌습니다. 어머니가 고개를 돌린 순간, 여름이는 이미 저만치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커다란 진도견이 여름이를 문 채로 입을 좌우로 세차게 흔들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소스라치게 놀라 다급하게 아버지를 부르셨습니다. 근처에서 쓰레기를 정리하시던 아버지가 냅다 뛰어가 떼어놓으려 안간힘을 쓰셨습니다. 소리도 질러보고 겁도 줘봤지만 소용없었고 진도견은 다시 두번을 놓고 물고 놓고를 반복했습니다. 흔들어서 떨어트리고 또 물고 흔들고.. 아버지가 급하게 신발을 근처로 던지자 그제야 진도견이 여름이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여름이는 이미 피투성이였습니다.
어머니가 살펴보니 피범벅이 된 채 배와 등에 선명한 진도견의 이빨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이후 병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놀란 부모님은 여름이를 안고 차에 올랐습니다. 당장 어디든 병원으로 가려는데 지나가던 한 아저씨가 보시고는 진도견의 견주가 사는 집을 일러주셨습니다. 저 집 개라고. 언덕 위를 가리키셨습니다.
그 쪽으로 가보니 유일하게 인가가 있었습니다. 집만 해도 몇 천 평이 넘을 만한 대저택이었습니다. 집 마당에는 다른 개도 있었습니다. 분명히 진도견 주인이 사는 집이었습니다. 클락션을 울렸더니 여자가 나왔습니다. 부모님은 진도견주에게 그 집 개가 갑자기 나타나 여름이를 물어 다치게 했으니 연락처를 주시라, 아님 너무 급하니 지금 같이 병원에 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주인여자는 팔짱을 낀 채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우리 개가 그랬다는 증거 있냐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나의 아이가 남의 아이를 다치게 하면, 하다못해 학교에서 작은 다툼을 했다고 해도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보호자로서 사과를 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견주의 태도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차 안에 있던 여름이를 안고 여주인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여주인은 빨리 치우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할 말을 잃은 부모님의 눈에는 여름이를 문 진도견이 보였습니다.
진도견의 입에는 여름이의 피가 잔뜩 묻어있었습니다. 진도견이 뒤늦게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진도견은 부모님을 발견하자마자 난폭하게 변하더니 입가에 피가 흥건한 채로 또다시 여름이를 향해 뛰어들려고 했습니다. 놀란 아버지가 옆에 있던 삽을 들자 진도견은 그제서야 달려들기를 멈췄습니다. 눈 앞에서 또다시 공격을 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다 지켜본 주인은 오히려 빨리 내 집에서 나가라며 화를 냈습니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신고해버리겠다고 했습니다.
다시 봐도 진도견의 목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형견임에도 불구하고, 집의 구조상 문이 없어 두 마리 전부 집과 밖을 문 없이 드나들며 하상 공원까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식표는커녕 목줄 따윈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름이의 상태가 한시가 급한 마당에 다투고 있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일단 여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기위해 다급하게 차에 올라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십 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그 때 검은색 BMW 세단 한 대가 들어와 길을 막았습니다. 그러더니 차에서 한 남자가 내려 부모님께 당신들 누구냐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급한 마음에, 이 집 개가 우리 개를 물었다고 설명한 뒤 당장 병원에 가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운전기사에게 막아! 막아! 못 가게 막아! 소리쳤습니다. 의도적으로 차가 나갈 길을 막은 것입니다.
덧붙인 말은 더욱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 남의 사유지에 침입했냐며 반말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잠시나마 사과나 걱정을 기대했던 게 무색해진 순간이었습니다. 아니 잘못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견주의 태도는 분명 그랬습니다. 부모님은 화가 나지만 참고, 급하게 병원부터 가야하니 길을 비켜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계속 너 뭐야 라고 말하면서 길을 막았습니다. 그렇게 집에서 도로까지 나오는데만 해도 200미터가 넘는 대저택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여름이의 생명이 꺼져가는데..
잠시 후 운전수가 내려서 자기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술을 드셔서 그렇다고 하면서 차를 빼줬습니다. 반면 그 남자는 그 순간에도 차를 빼지 말라고 소리쳤습니다.
부모님은 도로로 나오자마자 제일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지혈을 하고 상처부위를 소독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여름이의 상태가 심각하다며 큰 병원으로 옮겨야한다고 하셨습니다.
(당시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있던 여름이입니다.)
부모님은 서둘러 큰 병원으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도 의사선생님께서는 여름이가 아주 위독한 상태이며 수술을 하려고 해도 혈압이 너무 낮고 출혈도 심해 당장 수술이 불가능하여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부모님은 여름이를 입원부터 시켰고 신고를 하기위해 경찰서를 찾으셨습니다.
형사님께서는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셨습니다. 형사가 아닌 민사 부분이라 신고 접수가 안된다며 당사자끼리 합의로 해결하라 하셨습니다. 여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망연자실해 하며 경찰서를 나오던 중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쇼크가 왔다고. 오후 10시 30분. 여름이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희 여름이는 이제 막 2살이었습니다. 세상에 눈을 뜬 지 2년만인 올 여름, 허망하게 이렇게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여름이는 언제나 애교 넘치고 예쁜 행동만 하던 우리 집 막내였습니다. 여름이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게 살아왔는데 ...이렇게 말도 안되는 사고로 여름이가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여름이는 어제 화장을 하여 작은 보석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아침에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랑하는 여름이를 잃은 것도 모자라 인격적인 무시까지 받은 저희 가족들은 현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 일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에 민원도 넣어보고 세상에 도움을 청해보았지만 너무 작은 저희의 목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못합니다. 삼일을 뜬 눈으로 밤샌 지금에도 저는, 그리고 저희 가족은, 억울하게 떠난 여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견주가 어디 내놓아라보라고 주장하는 증거도 없습니다. 사건 당시 주변에는 CCTV도 없었고 저희 차 블랙박스도 주차해둔 위치 때문에 찍힌 게 없습니다. 유일한 목격자이신 아저씨 한 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에는 그 집 말고는 다른 일반 가구가 없으며 그 당시 너무 놀라고 경황이 없어서, 진도견을 떼어놓는게 우선이라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도 못했습니다. 진도견 입 주변에는 피가 가득했고 목줄이 없었지만, 그 당시 여름이를 안고 출혈을 막고 있는 상태라 그것 또한 찍을 겨를이 없었고 당장 병원으로 이송해야만 해서 마땅한 증거가 없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휴대폰 가득히 저장되어 있는 여름이의 사진들을 보면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여름이의 사고 현장을 보신 어머니는 수면 장애를 겪고 계십니다. 온 가족이 이렇게 되었는데, 우리 여름이는 이제 돌아오지 못하는데, 해당 견주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되려 배짱을 부리고 있습니다.
어제 알게 된 사실로는 견주가 몇 만평이 넘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폐기물처리장을 소유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견주에게 합당한 벌을 주고 싶지만, 법적으로도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사람을 문 게 아니라 형사재판을 받을 수도 없고, 증거도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말하기를, 견주의 저택에 설치되어 있는 CCTV도, 여름이를 문 진도견의 유전자 검사도 저희 힘으론 아무것도 요구할 수가 없답니다.
사과 한마디를 받으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그깟 개 하나 보상이라고 해봐야 푼돈일 테고, 모든 게 불리한데 무엇때문에 그러냐고, 힘든 싸움이 될거라고 그만하라고...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희 가족도 압니다. 증거도 없고 힘도 없어서 여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잘 압니다. 어떤 무엇을 하더라도 저희 여름이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되는 거잖아요..저희 여름이를 그렇게 보내서는 안되는 거잖아요..이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가장 간절한 건 인정과 사과입니다.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안전하게 개를 키울 권리를 보장받고 싶습니다. 여름이 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살아가는 작고 어린 존재들이 더 이상 억울하게 다치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읍소합니다.
사람이라면. 적어도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개가 다른 개를 물어 죽였다면. 함께 슬퍼해주지 못한 다해도 진심어린 사과로 여름이가 가는 길에 조금이나마 억울함을 풀어주는 게 정상이 아닐까요?
저희 가족만으론 슬픔보다 큰 현실이란 벽 앞에서 이 원통함을 풀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사연을 들어주신 여러분이 함께해주신다면. 함께 슬퍼하고,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알려주신다면 단단한 계란으로 바위를 움직일 수 있을 지도 모를 거라고.. 감히 희망해봅니다.
어디에 대고 억울한 이 사연을 말해야 하나 수없이 고민하다 글을 남깁니다. 여름이를 지켜주지 못한 우리 가족은 이미 우리 곁을 떠난 여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습니다. 또다른 여름이가 억울하게 죽어가길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싸울 겁니다. 작은 힘이 되어주시길 염치없이 부탁드립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다 많은 분들에게 이 사연을 퍼뜨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름아 누나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내가 이렇게 작고 힘없고 보잘것없는 사람이고 주인이였다니.
미안하고 또 미안해.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너무 미안해 여름아 내가 잘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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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분이 널리 퍼지길 원해셔서 네이트판에서 퍼온 글입니다.
참,, 이렇게 예쁜 아이가 너무 어이없이 세상을 떠났네요.
진돗개 견주.. 진짜 화가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