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식구들과 호수공원을 갔다. 저녁먹을 시간이 되어 처제와 우리 각 두명씩의 아이들을 챙겨 돌아오려는 길에, 올해 막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이 없어졌다. 혼자 멀찍이 걸어오던 내 옆에 아이가 없는것을 확인한 장모님이 인파속에서 혼비백산 하여 아이 이름을 부르고 찾던 차에, 아내의 핸드폰으로 처음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지나가던 아저씨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한것이다. 그 와중에도 배운대로 아기가 있는 사람을 골라 전화를 빌려 침착하게 엄마 번호를 누른 아이가 대견했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였나보다. 엄마를 보자 참았던 울음을 왈칵 터뜨리며 놀란 가슴을 내려놓는 모습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처가에 와 아이를 씻기며 물어보니 우리가 차타고 가버린줄 알았단다. 아이의 눈을 마주치며 사뭇 진지하게 또박또박 얘기해줬다. '아빠는 너를 잃어버리면 죽을때까지 계속 그곳에서 너를 찾을테니까 그런 걱정하지말라'고. 순간 아이의 표정이 확 피었다. 그리고 그 말이 정말 기뻤는지 씻고나와서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아빠가 나 잃어버리면 죽을때까지 찾을거라고 했다고, 그리고 아빠가 죽어서도 대신 엄마가 찾으면 기뻐할거라고 했다고 하지도 않은 말까지 곁들여가면서 연신 떠들어댄다. 자기가 아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굳이 말로 알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너희들 때문'이 아니라 '너희들 덕분'에 아빠로 살게되어 나 또한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