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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1
게시물ID : readers_163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기책벌레
추천 : 0
조회수 : 2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30 10:58:56
 
 
 
 
 
 
 
 
 
때로 K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는 했다. 그는 고요함과 적막함이 감도는 새벽이, 그리고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새벽이 좋았다. 밖에 나가 쐬는 밤공기의 시원함도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달빛조차 자취를 감추어버린 오늘 새벽 K는 왠지 모를 이끌림에 또다시 발걸음을 했다. 그는 집 근처 놀이터의 그네에 내려앉아 천천히 아파트의 불빛들을 바라보았다. 늦은 시각임에도 대부분의 집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다. K는 아파트는 어쩌면 한 무리의 반딧불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집집마다 켜진 노오란 전등과, 창문 밖으로 새어나오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그의 귀를 간질였다. 군데군데 불을 꺼놓고 TV를 보는 모양인지 창문이 번쩍번쩍 하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잠들지 않는 도시의 밤. K는 그것을 사랑했다.
불안한 금속의 마찰음과 함께 K가 탄 그네가 앞뒤로 움직였다. 어린 시절 K는 이 그네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었다. 얼마나 좋아했는지, 다른 동네 아이들에게 이 자리를 뺏길 새라 제일 먼저 놀이터에 출근 도장을 찍기까지 했었다. 지금은 낡아버려 갈색의 녹이 슬어버린 평범한 그네가 되었지만 어린 K에게는 특별했다. 십여 년이 지난 후에도 이 그네에 앉아있노라니 묘한 기분이 들어 K는 멋쩍게 웃었다. 아무도 듣지 않는 웃음소리가 놀이터 하늘 위에 공허하게 울렸다. 세상에는 바뀌는 것과, 절대로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K에게는 이 그네가 '바뀌지 않는 것'에 속했다. 낡은 운동화로 흙덩이들을 밀어내며 K는 웃었다.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기에 자신은 온전히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다른 분들과 같이 글을 공유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가입했어요 :)
이렇게 간간히 써둔 글 올려도 되는 거 맞죠? ㅠㅠ
잘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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