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친한 친구가 어느날 아는 친구의 소개로 취직을 했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학업도 뒷전으로 미룬채 일명 '회사'라는 곳에 미친듯이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가 일을 한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금목걸이, 팔찌, 고가의 시계 등을 어디서 구했는지 평소 집안 사정이 힘들다고 알고있던 친구가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고 마음 한구석으로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친구가 평소에 회사의 인맥에 대해 자랑을 하면서 자기도 머지 않아 부자가 될꺼라는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정작 그 회사에 대해 물어보면 말을 돌릴뿐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술자리에서 그 친구에게 '회사'가 '합법적 다단계'회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간 눈 앞이 아찔 했습니다. 친구가 다단계에 빠지다니... 정말 친했고 모든것을 줄 수 있었던 친구였기에 저의 걱정은 날로 심해져만 갔습니다.
어느날은 친구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나와 같이 돈을 벌 방법을 찾아보지 않을래?' 평소 자신의 꿈과 비젼이 확고했던 친구였기에 저는 반신반의 하며 친구와 함께 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을 찾아보자는 취지였지만 결국은 같이 밥먹고 놀고 술먹고 하자는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친구와 히히덕 거리던 도중, 친구에게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리고 친구는 회사에 급한 볼일이 생겨 잠시 들렀다 와야 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또한 친구가 일하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 함께 가겠다고 말 했습니다. 마침 공교롭게도 우리가 있던곳이 회사 바로 맞은편 이었습니다. (제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이미 짜여진 각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회사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회사에 들어가보니 온통 젊은 사람들 뿐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습니다.(마치 1:1개인 과외를 단체로 하는듯 한 풍경이었습니다) 저희도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잠시 후, 어떤 여자분이 오시더니 '회사'의 높은 분을 힘들게 모셔왔으니 얘기라도 한번 들어보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다단계에 대한 편견과 색안경으로 무장하고 있었기에 어떠한 설득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회사의 높은 분이 오시고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았습니다. 감언이설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더군요. 그래봤자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이었습니다.(회사가 말하는 '합법적' 다단계 시스템, 단시간에 말도 안돼는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 등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길어봐야 30분정도면 충분히 끝나리라 생각했던 제가 바보였죠... 이야기가 길어지고 길어지고, 자꾸 다른 높은분들도 힘들게 오셨으니 만나보라고 합니다. 이런식으로 거의 반(?) 강제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회사에 대해 교육을 받고 나자 반나절이 지나가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서야 놔주더군요... (물론 강압적인건 아니었습니다만, 제 성격상 뿌리치고 나올수도 없었기 때문에 ㅜㅜ) 친구의 볼일은 끝났는지, 그게 어떤 일이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설교만 신나게 듣고 나왔습니다.
근처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근처 찜질방에서 대충 잠을 자고, 다음날 오전에 '회사'로 향했습니다.('회사'와 친구의 말로는 첫날 해줬던 얘기와 둘째날 해주는 얘기가 스케일이 다르다고... 저는 이때까지만 해도 다단계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때 돌아갔어야 했던것을 ㅜㅜ...) 회사로 가자 기다렸다는듯이 어제와 같이 정말 보기 힘든 높으신 분들이 돌아가면서 꿈과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머리에 나사가 하나 풀렸었는지 점점 유혹에 끌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란게 참 무서운 동물이란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ㅜㅜ)
처음에는 제가 좀처럼 넘어오지 않자 제 입에서 Yes소리가 나올 때까지 계속 더 더 더 높으신 분들이 왔다갔다 하시더군요 -_-;;; 저는 대충 끝내고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대충 넘어가 주었습니다. 그쪽에서 말하기를 회사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회원 가입이란걸 하기로 했습니다.(회사의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회원이 아니면 안된다고...)
회원 가입을 한 후. 이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_-;;(사실 회원가입을 할 때에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학생 신분은 회원이 될 수 없는게 그걸 회사측에 속이고 가입하라는식...) 돈을 벌기 위해서는 높은 계급에서 시작해야 하고, 일정 계급까지는 개인의 자산으로 물품을 구입, 포인트를 쌓아서 승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돈을 빨리 벌기 위해서는 높은 계급에서 시작하는게 좋다며 대출을 받도록 설득하기 시작합니다.(대략 700만원정도 -_-; 학생 신분에서 절대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죠... 아니 제정신이라면 그런짓은 안합니다 -_-;)
강제는 아니었지만 말이 그랬지, 완전 강요였습니다 -_-... 대출 심사 서류까지 보내고... 승급 포인트를 쌓기 위해 카탈로그를 가져와서 구입할 물걸은 고르게 합니다.(약 550~600만원 상당) 정작 포인트가 높은 물건들은 처음보는 중소기업 제품에 전혀 신뢰가 불가능하고, 얼마 없는 대기업 제품들은 포인트를 쌓기에는 천만원돈을 써도 모자랐습니다.(어정쩡한 포인트 높은 물품 대충 고르고 내 돈이 이렇게 날아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때 마침! 대출 심사에서 핸드폰 요금에 미납되어서 그걸 해결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할렐루야ㅜㅜ 이게 아니었으면 그자리에서 꼼짝없이 대출 받고 빚쟁이 될 뻔 했습니다... 제 친구는 안타깝게도 이미 늦은 상태였습니다 ㅜ)저는 온갖 핑계를 댄 후에 대출은 차일로 미루고 마지막으로 제일 높은 직급까지 올라가신분의 기~~~나 긴~~ 설교(최종 보스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입놀림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를 마지막으로!! 화기애애한 억지 웃음을 지으며 다음날 약속을 잡고 그 지옥같은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들어왔는데 나왔을때 시간이 거의 버스 막차 다닐시간 -_-;
솔직히 혹해서 넘어갈 뻔 했고 조금만 더 했으면 뭣도 모르고 주변 사람들까지 끌어들일 뻔 했습니다... 역시 혼자서 생각하보니 정말... 정말 미친짓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_-.. 내일 조용히 회사에 가서 탈퇴 후(약정을 읽어보니 탈퇴는 서류작성만 하면 되더군요) 빠져나올 생각입니다. 저는 다행히 아직 대출을 받지 않았지만 그곳에 남은 친구가 걱정입니다..(저는 그친구 뿐인줄 알았는데 아는 얼굴들이..보이더군요 -_-;)
정말 잃을 수 없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ㅜㅜ 이런 일로 친구와의 우정을 깨뜨릴수도 없고 그 세뇌 거머리 소굴로부터 친구를 빼내오고 싶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