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시티를 가장 처음 접했을때가 언제였을까.
친척집에 놀러갔던 당시. 아마 내가 5살이나 6살 때였을 것이다. 아직은 그래도 난쟁이(레밍즈)와 고인돌 같은 게임에 익숙하던 나에게
심시티 2000은 아주 큰 쇼크를 주었다. 특히 나를 가장 놀라게 한 부분은 바로 도개교를 고의적으로 내려서 지나가던 여객선을 파괴시는 것이었고
내 스스로 자연재해를 발생시켜 마을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파괴! 파괴! 파아괴에에에에에에에!!!!!!!!!!!!!!!!!!!!!!!!!!!!!!
즐거운 파괴!!!!!!
당시에는 저장이라는 개념을 몰랐지만 나보다 몇 살 많은 초등학생 사촌형은 유딩 동생이 파괴에 흠뻑 취하여 이것저것 박살내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내가 그들이 만든 업적을 마구잡이로 박살내는 모습을 그저 웃으며 바라보았고 가끔씩 폭동을 일부러 일으키고 그 주위에 허리케인등을 불러내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방법등을 알려주었다.
물론 그런다고 진짜 피해를 입어 날라가고 피가튀거나 하지는 않고, 느낌. 그래 느낌이라는게 있었다.
나로인하여 저 조그마한 것들이 괴로워하는 느낌!!
짧은 시간이었지만 심시티 2000은 나를 흠뻑 매료시켰다.
그리고 초등학교로 들어간 나.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 우리아버지는 중학교 선생님이셨다.
비싼 컴퓨터를 구입하고 가만히 놔두자니 이것저것 누지르던 초딩꼬꼬마 아들이 심심해 보이셨는지
아니면 시장이되어 도시를 건설하고 민심을 얻어 덕이있는 군주가 되기를 원하셨는지
아버지는 학생을 통해서 당시 빽업씨디 몇천원 짜리를 제자인 중딩형아를 통해 얻으셨고 심지어 공략집까지 빽빽하게 복사하여 가져다 주셨다.
공략집이라기 보다는 정품을 구입해야만 볼 수 있는 설명서? 여튼 그런 느낌이었는데, 아무래도 아버지께서는 제자인 중딩횽이 요런저런 게임이 있는데
아들분 한 번 해보라고 권하면서 자신의 게임을 어떻게 복사해서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때는 나도 사회과목을 공부했다고 설명서를 열심히 봐가며 도시를 건설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도시 건설, 공항, 작은 주택, 상가...
그리고 파괴! 파괴! 파아괴에에에에엥애애에에!
역시 파괴는 나으가장 큰 장점이다.
덕분에 2년이 흐른 초딩6학년때, 심즈를 접하게 되었을때도 난 간악한 파괴를 일삼았다.
심시티 4.
심시티 4는 그때만해도 복돌개념이 없던 나에게 그저 심심풀이용 다운받아 하는 게임에 지나지않았다.
여기서는 파괴를 하지않았다.
나에게도 연민이 생긴것일까.
대신 만들라는 도시는 만들지않고 죽어라 랜드스케이프만 만지작 거리면서
블랙앤화이트에서나 나올법한 무릉도원들을 제작하기 여념없었다.
바다를 깊게파고 고래가 나와 콧김을 푸욱하고 내뿜는 모습을 볼때마다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나의 모습이 보여 정말 기분이 좋았다.
심지어 동물들을 풀어 사바나의 초원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렇게 완성된 땅을 구경하던 난 갑자기 내가 만든것은 진정한 자연이 아니라는것을 느꼈다.
그리고 동물들이 뛰어놀던 벌판 한 가운데 화산을 폭발시켜 자연스러운 지형이 만들어지게 하였다.
폭발하는 뜨거운 용암앞에서 동물들은 패이드아웃되었고
그렇게 자연스러운 울퉁불퉁 지형위에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그리고 세월은 수백년이 흘러 새싹이 돋아나고 그 새싹은 자라나 나무가 되었습니다, 라고 속으로 흥얼거리며 대자연이 다시 부활되는 순간을 마우스 좌클릭을 연달아 누지르며 연출하였다.
그리고 지금
난 내돈주고 구입한 게임이 정말 재밌다는것을 알게되었고
이제 합법적으로 행복한 이들이 사는 저 아기자기한 도시를 파괴할것이다.
심시티란 결국, 우리가 이루지못한 파괴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게임에 불과하다.
심시티는 오히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들을 더욱 구체적이고 확연하며 사실적이게 묘사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파괴! 파괴! 파아괴애에에에에엥에에에엥에엥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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