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이 본 ‘매트릭스3’] 철학·과학·게임 등 버무려진 떡갈비와 비슷
저는 장안의 화제 ‘대장금’의 장금이옵니다. 오늘 그토록 고대하던 ‘매트릭스3-레볼루션’을 보았습니다. 분절된 화면효과에 온갖 지식을 담아 마무리한 것이 꼭 우리 궁중음식 ‘떡갈비’를 닮지 않았습니까. 지금부터 저의 음식 만드는 능력으로 영화 ‘매트릭스’의 맛을 표현해보겠어요.
1.소갈비를 뼈와 고기로 분리한 뒤 칼로 곱게 다져서
‘매트릭스’ 시리즈가 기간을 두고 1·2·3편으로 만들어진 것도 분절의 과정으로 보입니다. 그 유명한 1편의 총알 피하기 장면,1편에 이어 3편에 다시 등장하는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의 독수리자세(더블이글)에서는 1초를 1만2,000등분(프레임)이나 ‘채썰기’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가 기본적으로 초당 24등분인 것에 비해 아주 ‘곱게 다진 것’이죠. 결과적으로 인간의 눈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각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고밀도 슬로모션신이 됩니다.
2.갈비양념을 배합한 후 결착력이 좋아질 때까지 반죽하고
양념은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본재료입니다. ‘매트릭스’ 시리즈에는 신약성서에서 그리스신화,동양의 도가 불교 등 종교·철학적 메시지와 쿵푸 비디오게임 애니메이션 과학까지 온갖 양념이 고루 배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양념인 소금은 영화에서 ‘사랑’인 듯합니다. 가장 깊게 배어서 영화 전체의 ‘결착력’을 좋게 하고 있거든요. 또 매트릭스에는 저에게 한상궁 같은 ‘오라클’이란 분이 나옵니다. 그 분은 항상 다식(쿠키)을 ‘반죽’해서 네오(키애누 리브스)에게 주는데 그 다식이 네오를 업그레이드시킨다는군요. 그 다식의 비법이 뭔지 참 궁금합니다.
3.다져서 양념한 갈빗살을 갈비뼈에 다시 도톰하게 붙인다
무수한 궁금증과 추측을 불러일으킨 매트릭스의 대장정은 ‘매트릭스3-레볼루션’이 나옴으로써 이제야 온전한 하나가 되었습니다. 마치 충분한 양념과 치댐 후에 처음의 형태로 돌아와 먹을 수 있는 ‘떡갈비’와 닮아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작이 있는 곳에 끝이 있다’라는 광고 카피에서도 떡갈비 맛이 나는 이유가 아닐는지요. 그럼 전 명나라 사신의 진짓상을 봐야 하는 지라 이만 총총.
/박선영 씨네리포터(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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