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밤이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3-4위전, 즉 동메달 결정전. 은메달도 알아주지 않는 나라에서 동메달이라.. 바로 그 다음 경기가 결승전이었던 터라 텔레비젼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릴 수가 없었다. 결국 3-4위전까지 보게 됬던 거다. 그러나.. 그 덕분에 좋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김복래-김경아 라는 복식조의 탁구 스타일 말이다. 국제 탁구대회에서의 탁구 경기라면 서로 공격하고 수비하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달랐다. 서비스부터 회전이 엄청 걸린 공을 넣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수비만 하더라. 충격적이었다. 국제대회에 그런 탁구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도 두 사람 모두.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그저 호기심으로 바라 보았다. 세계 최고의 탁구 신동이라는 "궈예"와 함께 짝을 이룬 "니우지엔펑"에 맞서 싸우는 그들의 수비 실력은 가히 최고였다. 마치 서커스단의 묘기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차츰 차츰.. 눈에 눈물이 핑 돌기 시작하더라. 유치하고 너무 오바하는 것 아니냐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사실이었다. 이런 비슷한 기분을 난 또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다. 선수들의 악전고투를 바라보며 나뿐 아니라 온 국민들은 나와 같은 감정으로 그 경기를 바라보며 승리를 기원했을 것이다. 세계 최고라는 선진 축구에 맞서서 피를 흘리며, 땀을 흘리며, 울고 싶은 심정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들에게 우리는 동정심보다는 최고의 환호성과 칭찬을 보내주고 있었다. 이번 탁구 경기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중국 탁구의 공격력은 가히 천재적이고 매서웠다. 저런 각도에서, 저런 회전이 먹힌 공을..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보다는 김복래-김경아 선수의 수비력이 더욱 놀라웠다. 막고, 또 막고.. 넘어지고, 뛰어가고.. 차츰 중국 소녀들의 호흡이 가빠졌고 실수를 연발하더라. 작전 타임 시간도 자주 가지기 시작했고 한 포인트를 따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 때 자꾸 눈에 띄던 것은, 시간이 날 때마다 커트 연습을 하던 김복래-김경아 복식조였다. 무엇이 그리 모잘라 그 시간마저 감각을 익히고 있었던 것일까? ... 한국을 닮았다. 대한민국을 닮았다. 반만년 역사동안 한반도와 만주와 간도를 누비던 한민족을 닮았다. 우리를 닮았다. 5000년동안 남의 땅을 침략해본 적이 없는 나라. 하지만 끊임없이 외세의 힘에 괴롭힘을 당한 나라. 그게 우리나라다. 하지만, 기이한 것은 지금까지도 그 역사를 지켜오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그 날의 경기처럼. 수비만 하더라. 실수도 했고 날카로운 공격에 맘에 상처도 입고, 리드도 당했다. 스스로 무너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왔다. 그게 김경아-김복래 복식조였다. 그리고 우리나라다. 젊은 중국 선수들에게 휘둘려 경기 내내 안타까운 표정이었던 그들.. 지금 중국의 역사 왜곡 문제로 휘둘리는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 비록.. 안타깝게도 그들은 경기를 지고 말았다.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불과 2포인트 차였다. 하지만 그들은 세계4위다. 수비 하나 만으로 그들은 세계4위의 복식조였다. 내용이 비슷하다고 결과까지 같으란 법은 없다. 중국은 거대하고 엄청난 인구의 나라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무시받을만한 나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에 비하면 우리는 기적을 자주 가꾸어온 나라가 아닌가. 아니 기적을 만들어내는 나라가 아니냐는 말이다. 기적의 나라 COREA.. 난 우리나라가 좋다. 그래서 난 대한민국이 좋다. 그리고, 김경아-김복래 선수들이 좋다. 아자! 대한민국 선수단 지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