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1달째 연애중입니다
예전에 찍은 사진 보고싶다길래 몇장 보내주려고 싸이월드 사진첩을 뒤적거리다가, 7년전에 첫사랑이랑 주고받았던 커플 다이어리를 발견했는데
(그뒤로 현재까지 몇번의 다른 연애들이 지나갔죠)
뭐 오글거린다, 사진찍어놓은게 흑역사다, 이런 감정은 차치하고라도
이젠 타인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이 친구랑 내가 그땐 격렬하고 뜨겁게 사랑을 주고받았구나
헤어지고 나면 남보다 못한 사인데 싶으면서
감상적인 기분이 아니라 허무함, 씁쓸함이 들더라구요
그래놓고 나 찼으면서, 이땐 겁나 달달한 말들을 나한테 쏟아놨구나 싶어서
그리고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그때의 상황이나 서로의 장단점이, 지도처럼 객관적으로 딱 보이더군요
뭐 연애란게 다 그렇지, 라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
전 상처 안받으려고 되게 방어적인 성격이어서, 사귈때마다 구여친들하고 싸워 본적이 거의 없어요.
첫 연애때도 9개월동안 한번도 안싸우고 헤어졌었고, 헤어진 후에도 욕이나 미워할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는데
오히려 그때가 겁이 많았고 건강하지 못했던 거였죠
심지어 "넌 왜 질투를 안해??" 라고 구여친이 화낸 적도 있었으니
제가 항상 "난 너 믿으니까 너가 하고싶으면 해도 돼" 이런식이었거든요
7년 지난 지금에서야 그때 내가 상처받았었구나, 화가 났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네요.
누가 사랑의 정의를 "좋다 마는 거"라고 하던데 정말 촌철살인이죠.
허탈한 결말에도,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이 사람과 영원하길 꿈꾸고,
그렇게 바라면서도 머리 한켠에선 "지금이야 이렇게 좋지만 언제 헤어질 지 아무도 모르지."
그런 생각을 담담하게 할수있을만큼의 나이를 먹었네요
이 순간이 빛날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리고 이젠 더이상 연애하면서 감정을 숨기지 않아요. 화날땐 화내고, 질투할땐 질투하고
표현도-긍정적 표현이건, 부정적 표현이건- 자주 하고
그렇게 해야 나중에 덜 허무하고, 덜 후회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