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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 19년을 함께 삶은 보낸 반려동물과 아버지를 지우려고 합니다.
게시물ID : animal_1639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olorist
추천 : 20
조회수 : 965회
댓글수 : 40개
등록시간 : 2016/07/26 04:18:34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고 마음이 너무 아려 죽어버릴것 같네요.

30살이 되어서 아버지와 갈라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있네요.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저희 집은 동물을 정말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늘 동물들과 함께 컸고 그 아이들이 짧은 수명으로, 질병으로, 사고로 죽어나갈 때 울면서 집 앞마당에 늘 묻어주고

아버지는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한번도 지나치신 적 없고 신문지나 비닐에 사체를 담아 뒷산에 묻어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동물을 키우던 저희 집에 제가 11살이 되는 날 작은 강아지 두마리를 만나게 됐습니다.

말티즈인 "미미"와 치와와인 "미남이"  그리고 제가 17살이 되는 해 하얀 진돗개 "나로"가 우리집 마당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그 세 녀석과 초,중,고등학교를 보내고 제가 군대에 입대하고 22살이 되는 해에, "미미"가 자궁암으로 엄마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대에 있는 제가 행여나 마음 아파할까봐 연락도 안하고 혼자 뒷산에서 미미를 묻어주고 한참을 울었던 것도, 군생활 5년이 끝나고 전역해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하시던 어머니는 "미남이"와 "나로"를 마지막 반려견으로 생각하고 함께 살다보니 어느덧 제 나이가 30살, 

미남이와는 19년, 나로하고는 13년을 함께 살게되었네요.

"미남이"는 이제 눈도 멀고, 귀도 들리지 않습니다. 오직 코로 저와 엄마, 아빠를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죠. 병원에 대려가면, 기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오래산 치와와는 보기 힘들다고, 비록 늙었지만, 아주 건강하다면서 말이죠. 나로는 여전히 씩씩합니다. 밤에 몰래 나갔다 들어오면 발소리에

짓다가도 나로야~하고 부르면 금새 울음을 멈추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곤 했죠.

그렇게 동물들과 함께 살면서 세상에 치이고, 외로움에 치일 떄마다 늘 저와 엄마 곁에는 "미남이"와 "나로"가 함께 있어줬습니다.

그리고 오늘, 사건이 발생합니다.

지방에 일이 있어 잠시 내려갔다 서울 올라오는 버스에서 어머니의 애타는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미남이"와 "나로"가 보이질 않는다고 말이죠.

어머니는 사회복지사로 출근을 하시고 저는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집에는 아버지가 늘 계십니다. 음악학원을 운영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애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했는데, 믿어지지 않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학원생들이 학원에 파리가 많다고 말이 많더라. 그게 다 "미남이"와 "나로" 똥 때문에 파리가 꼬인거고, 그래서 개장수에게 넘겼다"라고 말이죠.

저는 아빠가 화가나서 그냥 내뱉은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 사람은 종종 그런 사람이였으니까요.

그런 말 생각도 하지도 말고 정말 애들 못봤냐고 물어보니, 넌 니 삶을 살아가는데 집중하라고, 애들은 좋은대로 보냈으니 그렇게 알라더군요.

제가 격양되는 것을 아버지는 느꼈는지 "미남이"는 안락사 시켰고, 나로는 시장에 넘겼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저도 이성의 끈을 놓았고 아버지에게 쌍욕을 하면서 애들 찾아오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제 말은 듣지도 않고 욕했다고 더 흥분해 

날뛰기 시작했고, 저는 그렇게 아버지에게 인연의 끈을 놓자고 했습니다.

어릴 적 제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엄마를 때리는 사람이였습니다. 사춘기가 되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엄마는 그 여자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자기 남편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그 여자가 우리집에 쳐들어와 어머니 뺨을 때리던 모습을 우연히 보게되었습니다.

저는 그 여자에게 칼을 겨눌고 죽여버리기 전에 이 집에서 나가라고 협박했고, 그 여자가 돌아간 다음 아버지께 전화해서 쌍욕을 하면서 싸우기 시작

했습니다. 그게 아버지와 저와의 단절이 시작된 계기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군대가기 전까지 약 3년간 부자간의 관계를 등본상으로만 유지한 채 지내다가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군생활 6년 정도 하고 나오니 아버지가 바뀌었더군요. 엄마의 큰소리에 찍소리 못하고 져주는 아빠의 모습이 세삼 다르게 느껴졌고, 결혼한 여동생의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니, 어릴 적 나에게 유독 잘해주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쳐보였습니다.

네, 중학교 1학년 때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져오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처음으로 부모님이 이혼했었다라는 사실을 알게된 이후부터 전역하기 전까지

엄마에게 새로운 삶을 살으라고, 우리 다 컸으니 희생 그만하고 엄마도 사랑받으면서 살라고 그렇게 말해왔는데, 아버지가 변했던 겁니다. 아니 변할 

줄 알았습니다. 아빠가 변했다라는 건 신기루였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난 후, 페이스북/카카오톡에 아직까지도 리본을 달고 있고, 가방과 와이셔츠에 리본을 달고다니던 저를 아버지가 보더니

"죽은 사람은 내비두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해결 된게 머가 있느냐, 아무것도 해결된게 없는데 뭐 얼마나 되었다고 그만

두냐고 하냐, 아빠는 위안부 할머니들 보고 그런 말 할 수 있느냐라고 물으니 그만두라고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죽어도 그렇게 말할거냐"

라고 물으니 "너가 죽어도 죽은 사람은 죽은거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않겠냐"라면서 설날 아침부터 명절을 파토 내셨습니다.

저는 아빠한테 늘 말해왔습니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연민의 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 "측은지심"때문에 우리가 짐승이 아니라 사람인거라고

말해왔고, 변화되길 바랬지만, 오늘 아버지는 제게 "눈도 귀도 안보이는 짐승새끼가 여기저기 똥 오줌 갈기고 다니는 꼴 보기 싫어서 팔았다"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 삶의 반절 이상을 같이 보낸 그 아이들이 지금 어떤 밤을 보내고 있을지, 살아는 있는지, 죽었다면 제발, 고통없이 죽었길 

바랄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저를 정말 미치게 만드네요.

아버지란 가면을 쓰고 사람이란 탈을 쓰고, 자기 마음대로 법 없이 사는 그 사람을 똑같이 해주고 싶습니다.

죽거나 식물인간 되면, 산사람은 살아야지 하면서 각막, 콩팥, 피부조직까지 다 기부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핏줄이라는게 뭐라고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그 말에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아버지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미 욕할대로 욕한 상황이였지만 말이죠.


"호적은 나갈 수 없으니, 어머니 성으로 성씨 개명하겠습니다. 그 동안 당신 곁에서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

집니다. 찢어죽이고 싶지만, 그래봤자 내 인생만 억울할거 같기에, 당신을 제 인생에서 지우려고 합니다. 내일 법원에 신청할거고, 서류로 진행되는 

재판이긴 하지만, 친부모 의견이 필요할 시 법원에 와야할 수 있으니 그렇게 아세요. 당신은 이제 제 아버지가 아니고, 저 또한 당신 아들, 당신 집안의 

사람이 아닙니다. 이제 평생 볼 일은 없겠지만, 죽을 때까지 당신은 절대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할 겁니다. 당신이 말하던 짐승새끼가 나에게 어떤 존재

였는지요. 그리고 이 일을 가지고 엄마 손끝하나 건드리면, 폭행 및 상해 등으로 고소할테니 그리 아세요."  


17년 전 했어야 했던 일을 17년이 지나서야 하게된게 너무 후회됩니다. 그 동안 엄마가 얼마나 마음 졸이며 살았는지, 그 싸이코패스에게 하루하루

잠은 제대로 잤을련지 상상하면 왜 이제서야 결정하게 된건지 제 자신이 밉고, 그 핏줄을 이어 받은 현실이 너무 괴롭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짐승새끼였을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였습니다. 단 한마디 말도없이 그렇게 행동한 아빠라는 존재를 죽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그러기엔 지금까지 죽자고 달려온 제 인생이 아깝기에, 아버지란 존재를 지울까 합니다.


마음이 너무 아픈데, 들어 줄 사람이 없어 이렇게 글을 써 보내요.
오유님들, 부디 우리 미남이와 나로가 아무 고통없이 조용히 눈 감기를 기도해주시면 정말 감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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