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거액의 대북송금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기삼(49) 전 국가정보원 직원이 최근 미국에서 최종 망명승인을 받으면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그의 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씨는 지난 2010년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비봉출판사)라는 책을 통해 "국정원 직원이라면 비밀을 무덤 속까지 가져가야 하겠지만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눈이 멀어 민족을 배반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면서 "나의 양심상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김대중이 '그토록 어처구니 없는 대북 정책을 오랫동안 일관되게 잘못 추진한' 근본 이유는 노벨평화상에 대한 지독한 노욕(老慾)때문"이라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목적으로 국정원을 동원해 해외공작을 진행하는 한편, 김정일에게는 약 2조원(15억달러 상당)에 달하는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김 전 대통령이 1999년 7월 '필라델피아 자유의 메달'을 수상하면서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돌파구만 마련되면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1999년 말, 온 세상이 새천년의 기대에 한창 들떠 있을 즈음, 김대중과 김정일은 극비리에 뇌물 뒷거래 협상을 마무리지었다"며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뒷돈은 미화로 15억 달러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공보비서 출신인 김한정이란 인물이 국정원 대외협력보좌관실에서 ▲휴전선에서 '평화 음악회' 개최 ▲스웨덴과 노르웨이 현지에서 공금을 들여 김대중의 인생 역정을 미화한 전기 발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1993년 노벨 평화상) 방한(訪韓) 등을 추진했다며, 국정원이 동원된 정황을 설명했다.
김 씨는 또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받은) 돈을 고폭장치 등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 물자를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구입했다"며 "북한은 현금을 챙기고 남북정상회담 등 위장된 평화에 호응해 줌으로써 김대중이 노벨평화상을 받도록 도왔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국정원 재직 중 김대중 정권의 노벨상 수상 공작과 남북정상회담의 추진 과정 및 그 후속 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퇴직 후 암살의 위험을 느낀 그는 미국으로 몸을 피했고, 망명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지난 2008년 4월 열린 1심에서도 미국 망명을 허용받았지만 미국 검찰이 항소하면서 3년 가까이 재판이 이어져 오다 지난해 말 최종 망명이 승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정원 간부 출신 인사는 "국정원 출신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이런 사안을 두고 허위로 증언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특히 미국에서 망명 신청이 승인되는 과정에서 김 씨의 증언 내용도 함께 미국측에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