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엄마에 대한 미움때문에 내 자신이 힘들어요
게시물ID : gomin_16401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hiY
추천 : 0
조회수 : 39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6/29 00:09:07
안녕하세요 
제 안에 엄마에 대한 미움이 큽니다.
이렇게 대놓고 미움이 있다 라고 표현한 적은 없지만 몇번 나는 엄마가 불편하다, 라고 말을 하면 엄마는 도대체 이해를 못하세요.

가끔은 제 스스로도 내가 왜 엄마를 미워하는 걸까
나는 관용이 부족한 인간인가, 나는 삐뚤어진 인간일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저는 14살때 처음 부모님의 권유로 외국에서 홀로 어학연수 1년을 다녀오고 또 다시 2년후 아예 미국으로 홀로 유학을 떠났어요.
총 유학생활 10년차가 되던 작년에 잠시 귀국하고 지금 1년째 한국에서 지내고 있어요. 

저는 어릴적 제가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유학길에 오르게 된 케이스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치기어리게 뭔가를 이루겠답시고 그랬던 것 같아요. 가자마자 사기를 당해서 길거리에 나앉을 뻔 하는 둥 온갖 우여곡절을 홀로 겪고 당시 인터넷 포럼 같은 곳에서 한국인 부부를 알게 되어 그 분들의 도움을 받고 학교나 살 곳 등에 자리잡게 되었답니다. 

처음엔 생존의식 때문에 치열하게 살다가 자리가 잡히니 우울증이 찾아오더군요. 그 때 하숙하던 집 제 방은 반지하라 햇빛이 잘 들지도 않았고 하숙비를 매번 적지 않게 지불하는 데도 밥을 안주고 그랬던 적이 많아요. 밥을 줄 때 우겨넣느라 폭식을 하고, 그 때 건강도 안 좋아지고 살도 많이 쪘죠. 
 
제가 견딜수 있는 방법이라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었어요. 새벽을 매일 지새고 울면서 잠에 들었습니다. 그 때는 그래도 이루고 싶었던게 있었어요. 가끔 엄마는 전화가 오셔서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여자가 선생님이나 하고 남편 잘 만나 살면 되지 왜 사서 고생이냐며 제 속을 많이도 긁어놓았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습니다. 

2년차 되던 해에 너무 심각한 우울증이 왔었어요. 매일 사라지고 싶다.. 그런 생각 뿐이었고 매일을 자기 연민에 빠져 살았죠. 그래도 학업은 놓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 동굴에서 빠져 나가는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언제부턴가 제 스스로가 무서워지더군요. 제 우울증이 너무 깊어졌거든요. 저는 용기를 내서 엄마에게 솔직히 말을 해봤어요. 나 우울증이 너무 심하다, 여름에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정신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고 싶다, 나는 나아지고 싶다 라고요. 

엄마는 제 말을 못 들은 척 하더군요. 옛날부터 엄마는 듣기 싫은 말은 못 들은척 했었어요. 저는 그 얘기를 한 번 더 할 용기는 생기지 않더군요. 그 때 받은 상처는 아직도 잊지 않아요. 

대학을 넣었습니다. 제가 가고 싶은 학교에는 불합격을 했지만 좋은 곳에는 붙었어요. 하지만 지난 3-4년간 내 몸과 마음을 구렁텅이에 처박아놓은 대가치고는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너무 슬펐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으로 급히 귀국을 하고 장례를 치르고 학교의 배려로 한달간 집에 머물게 되었죠. 엄마는 침대에 누워 일어나질 않으셨고 그 한달 동안 저는 집안일을 도맡아했죠. 사실 그 때 충격이 너무 커서 정확히 그 한달 동안의
기억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마치 기억속에사 통째로 사라진 것 같아요. 

한달 뒤 학교를 끝마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갔어요. 이미 대학은 결과가 끝나서 큰 영향은 없었지만 갑작스레 곤두박질 친 학점과 학교를 자주 빠지게 되자 당시 저희 학교는 제게 강제로 정신과 상담을 받도록 했어요. 엄마에게 그 얘길 하자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하는 건 본인이라며 오히려 저를 비아녕 거리는 투로 말씀하더군요. 그 때부터 졸업 전 2달은 제게 너무 괴로운 시기였습니다. 매일같이 잠만 잤지만 실제 제대로 잔 적이 없어요. 끊임없이 꿈을 꿨고 그 꿈엔 항상 아빠가 나왔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고 내가 그렇게도 노력했지만 원하던 대학에 불합격 했다는 사실이 마치 지난 4년의 시간이 헛된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졸업을 했습니다. 당시 하숙집 아줌마 아저씨를 비롯해 아무도 저를 축하하기 위해 졸업식에 온 사람이 없었어요. 내 지난 시궁창 같은 4년의 시간의 끝인데도요. 기다렸지만 그 날 엄마에게 전화도 오지 않았어요. 그 날만큼 내 인생에서 슬펐던 날은 없었습니다. 

그 후로도 엄마는 화가 날때면 제게 니가 유학을 가는 바람에
아빠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은 줄 아느냐,'아빠가 돌아가신 건 니 때문이다 라는 말까지 하셨어요.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저는 이미 대학을 졸업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지도 벌써 5년이 흘렀네요. 지금까지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저희 가족들의 상처도 많이 아물었습니다. 저도 우울증은 극복했고 지금은 잘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 때의 상처가 아직도 나를 괴롭힙니다.
그 후로도 엄마와 저는 크고 작은 갈등을 겪었고 여기에 다 적지 못하지만 본래 성향이 너무 달라 우리는 서로 이해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유학시절부터 쌓여온 엄마에 대한 실망과 상처들이 문득문득 울컥 하며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얘기를 하면 엄마는 지난 이야기 그만하라며 그 때는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얘기합니다. 저도 그 때 이야기는 꺼내지 않은 지 몇년 됬구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저는 엄마를 용서하기 힘듭니다. 지금까지도 제가 하는 일에 대해 한번도 다정어리게 관심 가져준 적이 없어요. 더 이상 바라지도 않지만요.

떨어져 살때는 괜찮았지만 귀국 후 10년만에 처음으로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엄마와 생활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 공백을 메꾸는 것도 힘들었지만 어쩔 땐 옛날의 기억들 때문에 엄마를 똑바로 보고 미소 짓는 것 조차 힘들때가 있습니다.

그런 저를 엄마는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얘기합니다.
엄마의 말처럼 제가 너무 관용이 부족한 걸까요?
쌓여가는 미움때문에 제 스스로가 너무 힘듭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