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너머의 당신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나요? 당신께서 고민을 잘 들어 주신다고 해서 주저하다가 술 힘도 조금 빌리고 용기내서 몇 자 글을 써봐요. 우선 자극적일 수도 있는 제목에 대해 사과 하고 싶네요. 가장 솔직한 내 마음이다 싶어 제목으로 썼지만 아무래도 당신을 걱정시켰을거 같아서요. 혹은 내 처지가 얼마나 비관적이라 저렇게까지 생각하나 싶어 글을 읽으시는 당신에게도 실망시켜서 미안해요. 내 처지 그렇게 객관적으로 불행한 상황은 아닐것 같아요. 사실 오히려 좋은 편이라 생각해요. 큰 경제적 어려움도 없었고, 어릴 때 부터 진로도 확고했어서 그 쪽 관련 길로 나아가고 있고요. 가정사야 뭐 다들 한 두개씩 가슴에 품고 사는 일은 있으니까 대단히 자랑할 만한 슬픔은 아니네요. 인간 관계에서도 큰 기대가 없어서인지 큰 실망도 어려움도 없어요. 연애는 요즘 막 알아가는 사람이 있고요. 나쁘지 않네요. 그런데 그냥 요즘 자꾸만 무기력해요. 사실 좀 오래 된 것 같아요. 요 근래 두달 내내 계속 우울했으니까요. 몇 일은 정말 다 내려놓고 한없이 우울하기만 했었고, 그러고 조금 지나서는 세상에 대해 애정을 갖고 살아갈 이유를 찾으려고 계속 노력해봤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다 그냥 어릴 때 배운 교과서에서 나오는 빤한 얘기같고 마음에 와닿지가 않네요. 사는 이유를 못 찾는 이유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실 난 꽤 나를 좋아하는 편이라 생각해요. 내 눈이 내 부모님의 것을 닮아 참 예쁘다 생각하고 내가 세상을 발견하는 방식도 좋아요. 나 스스로 때문에 우울하기 보다는 외부에 요인이 있는것 같아요 그냥 자꾸만 내가 작아서 지쳐요. 세상은 아름답고 희망찬 곳이야. 하는 것도 마음 다잡고 몇번 되뇌여도 그 날 뉴스에는 기업 비리, 테러 각종 소식들이 들려오고요. 내가 노력한다고 세상이 변할 것 같지도 않고 슬픔과 분노가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모르겠어요. 정리가 잘 안되네요. 열심히 살아서 남는게 뭐가 있을까요. 아등바등 살아서 뭐하나요. 사는 게 너무 복잡해서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것 같아요. 미래도 답답하고 보이지 않네요. 사는게 우스워요.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정리가 잘 된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근야 투정이네요. 미안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