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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린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갑니다...
게시물ID : animal_1641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ratosphere
추천 : 12
조회수 : 63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7/28 01:56:25
특수대학원입니다.

방학때도 학생들이 항상 나오는 곳이죠.

이틀전 월요일 오전, 잠깐 쉬러 밖에 나왔더니 

주차장쪽 화단에 왠 박스가 있고 까만게 꼬물거립니다.

고양이더군요.

뼈만 앙상하고, 만지면 부스러질 것같이 약해보이는.

주변에 있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어미랑 같이 있던 녀석인데

며칠 전부터 어미가 보이지 않더랍니다.

눈도 잘못뜨고 힘이 없어 누군가가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다왔고

눈병에 탈수증상도 있어 계속 물, 사료주며 보살피는 중이랍니다.

그 와중에도 생긴건 예뻐서 그 다음날 누가 데려가 키우기로 했다네요.

종일 들락거리며 보게 되더군요. 

시간마다 기운차려가는 모습에 안도도 하고요.

저녁 무렵에는 제법 에옹거리며 사람들 발에 몸을 부빕니다.

쪼그려 손 내밀었더니 사람을 지긋이 쳐다보는데 정말 귀엽더군요.

이런걸보고 개냥이라고 하는구나... 했죠.

밤이 돼서 집으로 가려고보니 학생들이 튼튼한 새박스에,

사료랑 물도 채워놓고, 장난감이라고 이파리 길게 뻗은 풀도 

하나 꺾어 옆에 두고, 여러모로 신경 써두고 갔더군요.

주차된 차를 빼는 중에도 혹시 뛰어와 다칠까하는 기우에

계속 아랫쪽을 확인하며 내일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는

인사도 잊지않고 집으로 갔습니다.


다음날 학교가자마자 고양이를 찾았지만 보이질 않아 물어봤더니...

밤사이에 뭔가에 물려 죽었답니다...

죽어 있는걸 학생들이 양지바른 곳에 묻어줬답니다.

정말 바스라질까 걱정되던 그 작고 어린 생명이 그렇게 허망하게 떠났답니다...

대학원이 산자락이라 우리가 모르는 야생동물이 그랬는지

아니면 어미가 돌아와 사람 손 탄 새끼라고 그랬는지...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웠을까요...

종일 사람들한테 보살핌, 예쁨 받다가 그렇게 숨이 꺼져갔을 

그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천근만근입니다.

그 하룻밤만 잘 넘겼으면 입양가서 예쁨받고 자랐을 그 고양이가,

이름도 없이, 길에서 태어나 피어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그 생명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이 세상에서 일어난 것도 아닐만큼 작은 일일수도 있지만

이렇게나마 그런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는걸 남기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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