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1년동안 다니면서,
(아! 제가 강사로 근무했어요.)
에피소드 몇 가지 적어봅니다.


* 수업시간 중
초등학생 : "선생님, 뇌물이 뭐에요?"
나 : "응? 음... 누군가한테 잘 보일려고, 돈이나 혹은 물건 등을 주는거야."
초등학생 : "... ..."
나 : "너, 이해 못했지?"
초등학생 : "네."

이 순간 난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렸다.
그리고 무심코 뱉은 말.

나: "맨날, 국회위원들이 받는 거 있잖아."
초등학생 : "아하! 그거요?"

명쾌한 내 설명에 스스로 만족했지만, 한편으로는 피식.


* 쉬는시간 중


쉬는 시간에, 한 학생(초등학생)이 동요를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학생 :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아직도 동요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부르고 있다는 사실에 
초등학생들의 순수함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학생 :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시장 바닥에
       아줌마들 여럿이 화투치고 놀아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십만원이 왔다갔다 백만원이 왔다갔다 천만원이 왔다갔다
       내 돈 내놔 XX야 내 돈 내놔 XX야 울상을 짓다가
       삐요삐요 경찰차가 오면 화투판 뒤집어지고
       감옥에 가서도 화투치고 놀아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과연 순수함은 어디로 갔을까?

* 시험대비 중

중학생들 시험대비는 일일이 공부한 것을 질문을 통해 확인하는 방식을 거쳐요. 그런데,

나 :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 라는 뜻으로, 단군의 건국이념이 뭐지?"

학생 : "그게 뭐에요?"

나 :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라는 말을 줄여서 4글자로 말해봐."

학생 : "그게 뭐냐고요?"

나 : "너 공부한 거 맞어? 홍익인간이잖아."

학생 : "그게 뭐에요! 홍익인간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라고 말한 거 잖아요."

나 : "......"


정녕 홍익인간을 사람이라 생각했단 말이냐;;;


* 시험대비 중

조용히 자습을 시키고, 공부를 하는 것을 봐줘야 하는데,
아이들이 너무 떠든 나머지, 난 소리를 질렀다.

나 : "야! 다 조용히 해. 너네가 정말 다음 주가 시험인 학생들이 맞냐? 왜 이렇게 떠들어!"

그리고 난, 순간적인 화를 못 이기고, 내가 들고 있던 막대기를 교탁에다 힘껏 던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막대기는 교탁을 맞고 위로 튀어 올라, 내 얼굴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탁!" 소리를 내면서 내 이마를 맞추고 힘없이 떨어졌다.
그 이후의 결과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더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최근에 일어났던 일밖에 생각이 잘 안나네요.
이제 이번 중간고사를 마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원을 그만 둘 생각인데,
1년 동안 정들었던 아이들을 뒤로하려니, 아쉬움이 남네요. 
뭐 그래도, 제가 없어도 아이들 새로오는 선생님과 금방 정이 들고 친해지니깐,
내심 섭섭하면서도, 다행일지도 모르죠.



이건 외람된 이야기지만, 학원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업의 어려움도, 원장의 잔소리도, 보충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정주고, 잘해주고 했던 아이들이
하루 아침에 학원 그만 둔다고 통보하듯이 얘기하고 나오지 않을 때 였습니다.
마치 사랑했던 연인한테 배신 당한 기분을 한 달에 몇 번씩은 느끼는데,
그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가 1달 정도 뒤에 그만 둘텐데,
아이들도 그런 기분을 느낄까요?
아직 중학생이라 철이 없어서 제가 가면 금방 잊어버리겠죠?
많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죠.



그럼 오유 여러분~
일요일 주말 잘 쉬세요
아이들 중간고사라 전 출근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늦어, 이 시간까지 안 자고 있답니다 ㅎ
추천은 하지 않아도 돼요.
혹시 우리 아이들이 이 글 읽고, 날 알아보면 큰일이니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