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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런날이 또 올줄 몰랐습니다... 미치겠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6433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mNhY
추천 : 1
조회수 : 1214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6/07/11 20: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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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삭금 걸겠습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외모에 관한 글입니다.

저는 일반적인 남자와 같이 거울보면 '그래도 나정도면 평균은 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자랑은 절대 아니고, 배경설명을 하자면... 학창시절 친구집 놀러가거나 아는 지인을 만나거나 어머님들이 저를 보시면 항상 잘생겼다고 말씀 해주시고 (젊은여자의 평은 못 들어 봤던게 남중-남고-공대입니다...) 거울로 저를 볼때는 나름 평균은 하네 라고 생각해도, 사진만 찍으면 괴물같아서 제가 혐오스러울정도로 외모에 이중적인 평을 스스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래 친구들도 저에게 '너는 왜 여자친구가 없냐?' 식으로 저를 띄워주는 일이 많았구요.

그래서 전 '남들이 볼때는 내가 쓸만하게 생겼나보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본능적인 성격은 쪼다같아서 항상 고개를 바닥에 박고 다닐정도로 소심했어요. 사진만 찍으면 괴물같아서 제 얼굴을 남에게 보이기 싫었거든요.

그렇게 대학교 1학년까지 마치고 군대를 갔는데, 그때부터 매일 구보와 헬스 자기관리로 몸이 좋아져 자신감이 많이 올랐었고, 중요직책을 연달아 맡아서 정말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있었습니다. 게다가 주말에 종교참석으로 교회를 가면 배식해주시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젊은 어머님들도 잘생겼다고 볼때마다 말씀해주시고, 밥 먹은 후 간식도 더 많이먹으라고 인심써주시고... 그때까지는 제가 어머님들에게 좋은 인상의 얼굴이라는건 확신하고 있었고, 더이상 땅을 안보고 앞을 보고 걷게 되었습니다.

제대 후 음악을 하나 배우고 싶어서 정보를 많이 얻어 결론적으로 집에서 가깝고, 동네에 있는 음악학원을 다니게 됐습니다.

성인은 저 뿐이기에... 관심이 집중되는건 당연했고 여기에서 유치원~초등학생 애들이 못생겼다고 놀리면서 말해서 처음에는 좀 놀랐지만, 내가 애들이 봤을때는 못생겨보이나? 싶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어요. 원래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면 겁나게 못생겼잖아요...

그리고 정말 못생겼으면 애들이 저를 피하고 관심도 안쓸텐데, 제가 피아노 2년차에 접어드는데 가끔씩 시간대가 바뀌고 애들이 바뀌고 해도 언제나 관심받고, 저만보면 부끄러워하는 여자애들도 있고, 제가 치는걸 계속 구경하다가 제가 나가면 바람같이 도망간다던가 등등 이런걸 봤을때 애들기준으로 못생겼다곤 해도 진짜로 못생겼으면 저럴 행동을 할까? 했습니다. 절 좋아한다는 4~5학년 애들이 있다는것도 소문으로 들었구요.

여기까지도 전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을 크게 안했고, 사진 역시 셀카는 많이 적응해서 괜찮았지만 여전히 남이 찍어줄때는 너무 괴리감이 느껴지는 지라 애들이 사진같이 찍자고 해도 "내 초상권이 얼마나 비싼데!!" 하면서 적당히 넘어갔습니다. 저런 농담을 할정도로 자신감이 높았거든요.

중요한건 제가 잘생겼냐 못생겼냐 이게 아닙니다. 앞에 잡설이 길었는데 본론 가겠습니다.

오늘 일어난 일입니다. 학원 마치고 애들과 함께 내려갔습니다. 저는 차를 타지는 않지만, 애들이 저를 놔주지 않아서 차가 떠나는 시간까지 10분정도 매일 놀아주곤 해요. 같이 달리기도 하고 팔에 매달리기 놀이도 해주고 등등... 중간에 초등학생 고학년 애들이 내려와서 같이 얘기도 하고 했습니다.

집에가기 직전에 고학년 애들이 저보고 '오빠! 가방안에 뭐 들어있어요?' 해서 운동 준비물 들어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애들이 오빠 운동해요? 근육 없잖아요! 하길래 남자애들에게는 팔근육 보여주면 반응이 좋지만, 여자애들은 싫어할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능청스럽게 "나 근육 있거든~?" 이러고 넘어가고 집에가기 위해 바닥에 놔둔 가방을 집었습니다.

뒤에서 아주 작게 들리더군요. '못생긴게 가오잡네...' 이렇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 중학생때 생각났습니다. 그때 친구랑 마을버스를 탔는데 저와 친구 그리고 맨뒤에는 여중생 3명이였는데 그때 제가 무슨행동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쟤 가오 잡네" 이런식으로 들은적이 있어서 너무 부끄러운 기억이 있습니다.

그게 생각나니 정신을 못차리겠더라구요. 재빨리 못들은척 가방메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제가 목소리를 깐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멋진척을 한것도 아니고 근육을 과시하지도 않았으며 그냥 최선의 방법으로 능청스럽게 대꾸한건데... 저와 농담따먹기 하던 애들이 그러니 너무 충격적이였습니다.

차라리 대놓고 저에게 '오빠 왜 못생겼는데 가오잡아요!' 이랬으면 저는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을껍니다. 평소에도 못생겼다고 놀리니까요. 근데 저에게 겨우 들릴정도의 속삭임이 과거의 회상과 겹치면서 정말... 눈물나더군요.

제가 떠나는 그 와중에도 자기들끼리 몇마디 수군거리긴했는데 그 이후로 저는 완전 멘붕해버려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지금 글을 작성하는 순간도 거울을 몇번이나 쳐다봤습니다. 혹시 제대 후 2년동안 주말에 야간알바를 해서 얼굴이 많이 망가졌나? 이런 자위도 했구요...

애들이 못생겼다고 말했던게 정말 진심이였다는 생각 + 평소 이야기 하던 애들의 뒷담화라는 배신감 + 모멸감까지 느껴집니다...

물론 그나이 또래에는 아이돌에 환장할 나이고, 저는 아이돌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외모입니다. 뒷턱이 좀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거울로보거나 셀카를 찍으면 몰라도 남이 사진으로 찍으면 확연히 티가나죠. 얼굴 자체는 보통 사이즈이지만 턱때문에 더 커보입니다. 그래도 현실에서는 사진처럼 고정이 아니니까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제 턱콤플렉스를 전혀 이해 못하는 그런 정도입니다.

당장 내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멤돌아요.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는 것은 평소에 저를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가요...? 그럼 지금까지 제가 그 애들과 대화하고 장난치고 할때 제가 집에가면 자기들끼리 오늘처럼 수군거렸을까요??

앞으로 또 몇년동안 기억속에 잊혀지지 않을지 생각하니 막막합니다. '중학생때는 그냥 친구에게 그런것이겠지?'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는데
이건 대놓고 저에게 말한거라 좋게 포장도 해줄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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