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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장수생(스압주의)
게시물ID : gomin_16438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WViY
추천 : 2
조회수 : 292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7/13 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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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감이 굉장히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수험생임에도 불구하고 부끄럽게도 본업인 공부는 놓았습니다.
그냥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아무생각안하고 멍때리고 있어요. 
소싯적엔 매사에 긍정적이었고 공부도 성실하게 곧잘해서
남부끄럽지 않을정도의 대학을 갔습니다.

하지만 강압적인 과 분위기와 사람들이 너무 안맞고
학교 공부가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수업자체의 질이 떨어지거나 사람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내가 왜 이 돈 내고 이걸 배우고 있나 싶었어요. 
학점이 꽤 잘나왔었는데 이게 더 자괴감이 들더군요.

첫학기 마치고 부모님 몰래 반수준비를 했습니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휴학할때가 되서 말씀드리니 화를 내시며 
차라리 편입을 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전 어찌되었던 이 학교를 벗어나고 싶어서 편입준비를 했습니다.
재수를 했기에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커서 인강을 들으며 독학했습니다. 
사실 그때도 많이 지쳐서 힘들었지만 
나름 학교 시험(공대생이라 어마무시했었죠)도 그럭저럭 잘 봤었습니다. 시험준비도 한다고 했었죠.

결과적으론 시험을 실패했습니다.
 제가 재수할때만큼 열심히 할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제 자신에게 실망도 컸고 가정문제로 마음도 복잡했었습니다. 저는 오랜시간동안 엄마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엄마는 저에 대한 기대도 크신데다 저에게만 유독 욱하는 성격이셔서 독설을 자주 하시는 편입니다. 제가 힘들때도 공감보단 다그치는 스타일이시구요. 그래서 점점 자라면서 힘들단 이야기를 안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무척 사랑하고 안쓰럽게 여기지만 엄마와의 관계에선 정말 많이 상처받아왔습니다. 

어찌되었던 저에겐 길이 이거 하나뿐이라 생각하고 2학년 2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습니다. 엄마집에 살지만 돈은 제가 벌어서 제돈으로 공부했습니다. 학원에서 애들 가르치면서 공부했죠. (1월부터)
그러고 4월즈음 일년 정도 만남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5월엔 학생과의 마찰로 학원에서 잘렸습니다.(학생부모가 좀 이상한 사람이라... 이걸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담즙을 토하고 링겔맞고 그럴정도였습니다...) 

어찌되었건 모아놓은 돈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제가 이상해진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체한 기분이고 말도 안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우울한 기분이 너무 심해졌습니다. 심할때는 거의 맨날 울었죠. 그리고 자꾸 떠오르는 자살생각... 이번 시험 망하면 한강에 가야하나부터 시작해서 공원을 산책하다 좀 큰 나무가 보이면 저기에 목매달아야겠단 생각. 부동액 먹으면 자살할때 좀 덜아프다던데... 저기 지나가는 차에 치이면 어떨까... 비정상적인거 알지만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잠도 매번 새벽 4시 넘어서 잠들고 아침엔 일어나지도 못하고있어요. 한 5시간정도 자면서 3-4번은 깨는 듯합니다. 거의 두달정도 그러네요. 
우울감이 지나가니 무기력감이 찾아와서 무엇을 하고싶단 생각자체가 안들었습니다.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는 커녕 오늘 뭐 하고 시간을 보낼까 그런 생각조차 안들게 되더라구요. 점점 머리도 굳어가는지 책을 넘겨보아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날엔 참 열심히 한다 칭찬도 많이 받고 뭐든 하면 잘 할 수 있단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젠 그냥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네요. 고등학교 3년 재수 대학2년 휴학1년 내내 전 계속 수험생이었고 대학오고나선 학비는 장학금으로 생활비는 알바하면서 용돈에 보태서 사용했습니다. 여전히 거울 속의 저는 대학생이 되어본적 없다는게 서글픕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증진센터에 가보았는데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과 연결해서 처음으로 상담을 받아보았습니다. 저희 부모님보다 지긋하신 의사쌤이시고 약식으로 받은거라 모든걸 털어놓기가 참 어려웠지만 간략하게나마 제 지금 상황을 설명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선 첫마디로 "아무것도 하지말고 6개월, 아니 3개월이라도 쉬어요. 그런 상태에선 아무것도 할수 없어요."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제가 보낸 시간이 있고 주변에 기대가 있기에(특히 엄마) 쉬고싶지만 엄두가 안났습니다. 제가 망설이자 선생님께서는 본인이 정 힘들면 엄마와 같이 내원해라. 대신 설명해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자식이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병원다니는데 공부 안한다고 회초리 들 부모는 없다고 하시면서요...

상담을 마무리 짓고 얼마 없는 제 친구 중 가장 친한 친구 둘에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 아이들 모두 지금이라도 널 위해서 그만두고 쉬라고. 좀 이기적으로 널 챙겨야한다고 그러더라구요.
하지만 전 용기가 잘 안나네요.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상황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리가 없을텐데... 지금이라도 엄마와 내원해서 쉬는게 맞는거라는건 아는데 그 과정이 너무 어려워요. 멀쩡하게 공부 잘하고 성실한줄 알았던 딸이 힘들고 지쳐서 공부를 쉬겠다할 때 엄마가  받으실 충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서로 보여야한다는 두려움. 잘 된 친구들에 비해서 뒤쳐져야한다는 두려움이 큽니다. 
제가 올바른 선택을 하는게 맞는거겠죠?? 주변에서 다들 쉬라는데 이렇게나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못하면서도 막상 공부를 놓으려니 참 힘드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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