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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기록물, 어떻게 봐야 좋을까?
게시물ID : religion_164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X-V471
추천 : 1
조회수 : 427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5/13 00:18:50
아래 유유유 님 글을 보고 댓글을 달았다가 길어져 글을 팝니다.

 제가 공부하는 신화를 부정하는 듯해서 맘이 아프네요. 기록물은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라니, 그리고 신화 등이 소설(여기서는 꾸며낸 거짓의 의미로 읽힙니다)이라고 하니 인간에 대한 탐구의 하나로 신화를 연구하는 제가 어리석어지네요.

 대충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국문학계의 거두인 조동일 선생님이 쓴 인물전설에 관한 연구에서 대충 다음과 같은 사례가 나옵니다. 귀찮아서 기억나는 대로만 씁니다. 전통사회는 한 마을 안에서 재산과 권력을 쥔 동네와 가난하고 권력에 귀속된 동네로 구분되어 형성된 곳들이 많습니다. 그런 마을에서 조선 말기 실존했던 하층민 의병장에 대한 전설이 전해져 옵니다. 이는 그 실존인물에 대한 기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설답게 지붕 위로 훨훨 날아오르고 그랬다는 허황된 서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잘 사는 동네와 못 사는 동네에서 같은 인물에 대한 전설이 좀 다릅니다. 잘 사는 동네에서는 그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합니다.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를 합니다. 반대로 못 사는 동네에서는 그가 훨훨 날고 기운이 장사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거 참 허황되군요. 그 의병장이 아이언맨 슈트를 입지 않았을테니 사실이 아닐 터, 쓸데없음으로 버려야 하겠네요. 

그러나 연구자들은 의병장에 관한 상충된 내용으로부터 재산과 신분에 따른 의식의 차이를 발견해냅니다. 그 동네 하층 출신으로 의병장까지 올랐던 그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맘을 내포하는 잘 사는 동네사람과 같은 동네 출신 하층민으로서 자긍심을 보여주는 것으로 말입니다. 이러한 경우 하층 동네에서 전승되는 그가 훨훨 날았다는 허황된 내용은 사실 하층민이 그에게 가지는 자부심의 발로일 것입니다. 그리고 계층별로 대상 인식이 다를 수 있으며 심지어 한 마을 안에서도 그에 따라 인식 간에 경쟁하기도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러하기에 허황된 내용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며 일측면 진실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역사를 바라볼 때 사실만 따진다면 개별 사건의 파편밖에 남지 않습니다. 사가들은 그것들을 개연성을 바탕으로 엮어 인과관계를 구축해냅니다. 문제는 이 개연성이라는 게 사가가 속한 당대, 즉 그의 시공간에 종속될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어떤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대해 평가가 완전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 예로 중국 삼국시대 조조에 대한 달라진 평가들이 있습니다. 

자, 역사책이 있습니다. 전부 사실일까요?
그리고 허황된 신화나 전설이 있습니다. 전부 거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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