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창작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에요.
이 분야에서 이전부터 이야기되었고 앞으로도 줄곧 회자될 말이 있는데,
"창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 입니다. 즉, 무언가 저작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누군가가 기발하게 떠올린 새롭게 탄생한 밈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밈이 복제되는 과정을 거쳐 진화한 결과로 탄생한 것이라는거죠.
그러니까 저희들이 만들어내는 하나 하나의 작품들은 해당 밈이 형성되는 시기에 인과관계를 가져온 다른 밈들과 물리적인 영향들을 주고받은 관계입니다. 그리고 원론적으로 우리는 이를 역추적 할 수 있습니다. 그 밈이 어떠한 밈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다른 사례와 비교했을 때 과연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한지 비교, 교차 검증도 이루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국문학을 배우게 되는 것일겁니다. 정말 알기 쉬운 예로, 일제 강점기 시절에 쓰여진 한국 현대 문학사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있죠. 이것들은 당시의 시대상과 작가가 겪어온 현실의 모습들을 반영해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의외라고 생각해야 하는 점은 문학적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는 환상문학이나 과학소설같은 장르문학을 위시한 상업적 성격의 작품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경향이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이쪽 분야에 대해 공부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현대의 상업작품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브랜드 디자인적 마케팅 논리에 기반합니다. 수요를 충족시키고 이윤을 얻기 위해서 컨텐츠 개발은 철저하게 시장 분석을 통한 니즈 분석과, 명확한 타겟 공략 계획들을 수반하는데, 당연히 그 시대의 문화적인 기호나 시대상, 가치관적인 변화등을 담게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역분석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마케팅쪽이나 기획업무에서 맨날 하는게 이거죠.
성경에 문학적,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라고 저는 판단 하고 있습니다. 비록 잔혹하고 비논리적이고 현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윤리적인 패악들을 함의하고 있기에, 진중하게 삶의 가치나 목적으로써 받아들이는 것은 무척 부적절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것을 통해 문화적으로 그 시대의 민족적 가치관과 역사의식 등의 변화를 역분석함으로 추적 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의 가치는 처음 이것이 구전되기 시작할 시절부터 있었던겁니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을 가치이구요.
그런점에서 만약 성경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이야기들이 오간다면, 어떠한 분야에 대해서인지, 그리고 비교대상은 무엇이 되는 것인지를 먼저 확실히 할것이 권장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